네덜란드 총선에서 현 우파 집권 연합을 주도하는 기민당(CDA)이 다시 한 번 최대 당이 되고 반이슬람 극우 정당 자유당이 '약진'한 것을 근거로 국내 우익 언론들은 네덜란드가 우경화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유럽의 반무슬림 우경화를 보여 주는 또 하나의 사례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상황의 한 측면만을 보는 일면적인 시각의 발로다.

오히려 이번 총선에서 가장 두드러진 것은 기성 정당에 대한 실망이었다. 현 우파 집권 연합을 구성하는 CDA와 자유당(VVD: 극우 정당 자유당과는 다른 정당)은 모두 의석을 잃었다. 특히 VVD는 참패했다. 블레어 식의 사회적 자유주의를 표방하는 노동당도 의석을 잃었고, 극좌와 극우 정당의 의석수가 대폭 늘었다. 강력한 시장 개혁을 주문하는 당들만으로 연립정부를 구성하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또, 극우 정당 자유당보다 사회당의 약진이 더 뚜렷했다. 극우 정당 자유당은 CDA와 VVD가 잃은 9석을 고스란히 흡수했을 뿐이다. 그러나 사회당은 노동당이 잃은 10석뿐 아니라 7석을 더 얻어 2002년 총선에 비해 의석수를 거의 3배나 늘렸다. 지난해 독일에서 좌파당의 약진에 비견할 만한 성과를 얻은 것이다.

이것은 1945년 이후 최대 규모의 복지 삭감과 노동 '개혁'유연화)을 주도한 우파와 중도파 진영에 대한 반대 운동 ― 2004년 30만 명 행진(네덜란드 역사상 최대 노동자 시위 중 하나), 2005년 6월 유럽헌법 거부 ― 이 표로 연결된 것이다.

실제로 여론조사를 보면 사회당의 약진은 전통적 노동당 지지자들이 노동당의 타협에 신물을 느껴 더 급진적 대안을 원했기 때문이다. 사회당은 2005년 네덜란드 유럽헌법 부결 투쟁에서 중요한 구실을 한 정당이었다. 당시 노동당은 유럽헌법을 지지했다.

무슬림 공격은 우파 정부가 대중의 급진화를 저지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총선 며칠 전에 총리 벨케난데는 자신의 우파 정당 연합이 선거에서 승리하면 공공장소에서 부르카를 착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키겠다고 선언했다.

현 집권 연립정부는 그런 반무슬림 악선동으로 '재미'를 보지 못했지만 '원조'반이슬람 극우 정당 자유당의 인기를 높여 줬다. 이것은 대중의 후진적 부분에서 반이슬람 악선전이 먹혀들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 준 우려할 만한 사례다.

그러나 사회당의 약진은 그런 시도에 맞서 싸우려는 의지가 여전히 크다는 점도 보여 줬다. 지난해 유럽헌법 반대를 주도한 활동가들이 이번 선거에서 사회당 지지 활동을 폈다. 이런 대중적 급진화의 압력 때문에 다른 정당들의 선거운동도 영향을 받았다. 기독연합은 원래 동성애자와 낙태 등에서 매우 보수적인 태도를 취하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주로 노동당의 복지 공약을 베꼈다. 이주자 문제에서도 기민당이나 자유당과는 다른 입장을 취해야 했다.

결국 이번 선거에서 확인된 것은 네덜란드의 정치적 양극화였다. 그러나 우경화보다는 좌경화가 좀더 두드러졌다. 그래서 〈파이낸셜 타임스〉는 이번 선거 결과가 네덜란드 자본가들의 의제에 타격을 입혔다고 보도했고, 〈뉴욕 타임스〉도 네덜란드 정치가 좀더 왼쪽을 향하는 것이 불가피해졌다고 평가했다.

지금 필요한 것은 표를 통해 다시 한 번 확인된 대중 급진화를 대중 행동으로 연결하는 구체적 활동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