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레바논의 수도 베이루트에서 무려 1백만 명(레바논 전체 인구의 4분의 1)이 참가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다. 이 시위는 현 시니오라 정부의 퇴진을 요구해 온 야당 진영 ― 헤즈볼라가 주도하고 있다 ― 의 호소에 따른 것이다.

시위는 베이루트는 물론 레바논 전역을 마비시켰다. 레바논 전역에서 시위 참가자들이 모여들었고, 이 때문에 베이루트로 향하는 모든 도로가 차량으로 메워졌다.

시위 전날 시니오라는 TV 연설에서 “레바논의 독립과 민주주의 체제가 위험에 처해 있다”며 시위를 비난했다. 그러나 베이루트를 가득 메운 시위 참가자들의 생각은 전혀 달랐다.

“이 정부는 [이스라엘이 일으킨] 전쟁 동안 우리를 전혀 돕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현 정부의 퇴진을 요구하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하고 한 시위 참가자는 말했다.

또 다른 시위 참가자는 이렇게 말했다. “그들[시니오라 정부]은 미국인들이 우리 나라에 개입하도록 놔 두고 있습니다. 우리는 미국의 간섭에 반대합니다. 우리는 독립된 레바논을 원합니다.”

시위에 참가한 대학생 슈카이르는 “현 정부는 미국의 허수아비이자 꼭두각시[이고] … 조지 부시의 명령을 받습니다” 하고 말했다. “레바논 국민이 죽어나가고 있을 때 이 자들은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과 점심 식사나 하고 있었습니다.”

시위의 엄청난 성공에도 불구하고, “이번 시위는 단지 시작일 뿐”(헤즈볼라 소속 의원 알리 무크타다)이다. 시니오라가 여전히 퇴진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위 다음 날 헤즈볼라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는 무기한 파업과 농성을 호소했고, 이에 따라 수천 명의 시위대가 베이루트 도심에 남아 총리 공관과 정부 청사들로 향하는 주요 도로들을 점거한 채 농성에 들어갔다.

〈워싱턴포스트〉는 점거 농성장의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축제 분위기에서 … 일부는 굳은 표정의 병사들과 대화를 나눴다. 누군가 지척에 있는 정부 청사를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저기에 들어갈 수 있도록 비켜주시오.’”

상당수 논평가들이 지적하듯, “헤즈볼라가 이끄는 반정부 운동의 도전은 미국의 중동 정책에 대한 일격이기도 하다.”

워싱턴근동정책연구소의 연구원 앤드루 엑섬은 이렇게 말한다. “워싱턴은 깊은 좌절감에 빠져 있다. 레바논 상황이 대체로 미국의 통제를 벗어나고 있는 데다가 중동 지역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한계를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시니오라와 우파들은 일단 반정부 시위에 대한 물리적 맞대응을 피하고 있다. 의회 내 반시리아·반헤즈볼라 진영의 지도자인 사드 하리리 ― 지난해 암살된 전 총리 라피크 하리리의 아들 ― 는 지지자들에게 대항 시위를 자제하라고 말했다.

그러나 투쟁이 계속되고 양극화가 더 첨예해지면 우파와 미국 등 서방 강대국 정부들은 어떻게든 반격에 나서려 할 수 있다. 특히, 부시 일당은 레바논 위기의 책임을 이란과 시리아에 떠넘기며 ‘악의 축’에 대한 공세를 정당화하려 한다.

레바논의 반정부 운동은 이스라엘을 패퇴시킨 레바논의 저항 운동이 부패한 친서방 엘리트와 종파 정치 체제라는 식민 통치 유산을 타파하기 위한 투쟁으로 새로운 한 발을 내딛고 있음을 뜻한다.

이 운동이 성공한다면, 이는 지난번 이스라엘군의 패배에 이어 국제 반제국주의 운동이 거둔 또 하나의 커다란 승리 ― 그리고 미국의 패배 ― 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