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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베스의 승리는 베네수엘라 대중의 급진적 분위기를 보여 준다

우고 차베스가 또다시 베네수엘라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득표율은 62퍼센트에 약간 못 미쳤지만, 이는 역대 대선과 [2004년] 대통령 소환 국민투표 때 득표율보다 높은 수치다.

이번 선거는 그 어느 때보다 계급 쟁점이 두드러진 선거였다.

야당 후보인 마누엘 로살레스는 자신이 성실하고 정직한 민주주의자라고 말했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2002년 차베스를 제거하려다 실패한 군사 쿠데타를 공공연하게 지지했던 로살레스가 개과천선한 셈이다! 그는 이번 선거에서 베네수엘라의 소수 특권층을 대변했고, 1990년대에 대다수 베네수엘라인들을 불행에 빠뜨린 신자유주의 정책들을 지지했다.

반면에, 차베스를 지지한 사람들은 도시 빈민, 농민, 조직 노동자들이었다.

1998년에 차베스가 시작한 볼리바르 식 혁명은 많은 베네수엘라인들의 삶을 진정으로 개선했다. 특히, 이른바 미션이라는 주요 프로젝트들을 통해 보건의료·교육을 개선하고 토지를 재분배했다.

베네수엘라의 막대한 석유 판매 소득이 처음으로 노동 대중의 삶을 개선하는 데 사용됐다. 그것만으로도 이번 선거에서 차베스 지지율이 상승한 것을 설명할 수 있다.

라틴아메리카라는 더 넓은 맥락에서 보면, 차베스의 볼리바르 식 혁명은 그 지역 대중 운동의 자신감 고양을 반영함과 동시에 그것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차베스의 대선 승리 1주일 전에 치러진 에콰도르 대통령 선거에서 세계 자본가들이 선호하는 후보가 패배했다. 볼리비아의 에보 모랄레스나 멕시코의 사실상 대통령 로페스 오브라도르 등 대중의 지지를 받는 후보자 명단에 또 한 명이 추가된 것이다.

따라서, 부시 정부 인사들의 얼굴이 어두워진 것도 당연하다. 미국이 늘 하던 대로 반제국주의 정권을 공격하고 무너뜨리는 것이 이라크 재앙 때문에 훨씬 더 어렵기 때문이다.

실패

그렇다고 해서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친미 세력들 ― 세계화론자들과 신자유주의자들 ― 을 지지하지 않았다는 말은 아니다. 그들은 그 동안 세 차례나 차베스를 제거하려 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들이 어떻게 실패했는가 하는 점이다.

그들은 대중 운동 때문에 실패했다. 쿠데타를 좌절시키고 차베스를 권좌에 복귀시킨 것도, 2002년 말부터 시작된 기업주들의 파업을 분쇄한 것도, 2년 전 대통령 소환 국민투표를 격퇴한 것도 대중 운동이었다.

차베스 스스로 말했듯이, 이번 선거는 다음 단계의 시작이 돼야 한다. 지난해에 차베스는 [볼리바르 식] 혁명이 사회주의 혁명이어야 한다고 선언했지만, 그가 말한 사회주의가 어떤 의미인지는 여전히 논쟁의 대상이다.

분명한 것은 혁명의 적들이 우익들 ―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그 과정을 사보타주할 태세가 돼 있는 ― 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차베스 진영 안에도 위험 요인들이 있다.

차베스가 당선 축하 연설에서 "반(反)혁명적 관료주의와 부패에 맞선 위대한 투쟁"을 시작하겠다고 공언한 것은 매우 의미심장하다.

왜냐하면 차베스 집권기 동안 베네수엘라의 여러 측면에서 중대한 진보가 있었지만, 여전히 국민의 60퍼센트 이상이 빈곤층이고, 많은 노동자들은 열악한 조건에서 생활하거나 노동하고 있고, 옛 소수 특권층이 많은 토지와 부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주된 원인은 차베스 정부 안에 있다. 일신의 부귀영화를 위해 최근에야 차베스 편에 붙은 자들이 정부의 많은 부처들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그들은 어떤 종류의 혁명에도 관심이 없다.

다음 단계에서는 분명한 권력 이전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이 과정에서 차베스가 핵심적으로 중요하겠지만, 그것은 차베스의 개인적 지위나 그의 공식 포고령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 이 과정을 실제로 누가 통제할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새로운 노동조합 연맹인 UNT는 선거 후 발표한 성명서에서 다음과 같이 분명하게 밝혔다. "수많은 노동자들이 차베스에게 표를 던지긴 했지만, 정부 부처에 만연한 관료주의, 부정·부패, 절박한 문제들에 대한 늑장 대응 등을 잘 알고 있다."

차베스를 옹호하고 지지하는 것은 이미 얻은 성과들을 지키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투쟁들이 아직 남아 있다.

심화

UNT가 차베스를 권좌에 앉힌 대중 동원의 지속과 심화를 호소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경제는 성장하고 있지만 그 혜택은 여전히 주요 민간 자본가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언론 매체와 주요 경제 부문이 여전히 민간의 수중에 남아 있다.

심화하는 볼리바르 식 혁명은 머지않아 그런 불평등에 도전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그리고 늘 그렇듯이 노동자·농민·도시빈민의 대중 운동이 미래를 결정적으로 좌우할 것이다.

그들의 행동 능력, 자신감과 조직화 수준, 무엇보다 그들을 기꺼이 혁명적 과정의 지도부로 끌어올리려는 우고 차베스의 태도가 베네수엘라 혁명의 이 새로운 단계가 어디로 나아갈지를 결정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