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7일 국회 보건복지위에서 열우당은 민주당과 야합해 기만적인 기초노령연금법을 통과시켰다. 이것은 이보다 몇 일 전에 통과시킨 ‘더 내고 덜 받는’ 국민연금법 개악안의 일부였다.

저소득 노인들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미래를 위해 기초연금을 도입하겠다고 하더니 고작 8만9천 원을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기초연금 급여율을 단계적으로 15퍼센트로 올리자는 민주노동당과 시민단체들의 주장은 완전히 묵살됐다.

더구나 이런 껍데기 기초연금을 도입하는 대신 노동자들의 국민연금 수급액을 깎겠다는 조삼모사에 다름 아니다.

전기세 7만 원을 아끼려다 냉방에서 동사한 70대 노인의 처참한 소식이 들려오는 지금, 열우당과 민주당의 개악 야합은 더욱 비난받을 짓이다. 한나라당은 퇴장을 통해 야합을 방조했다. 한나라당의 기초연금제 주장은 역시나 사기였던 것이다.

그런데 민주노동당 현애자 의원이 이 날 ‘반대’가 아니라 ‘기권’ 표를 던진 것은 대단히 아쉬운 일이다. 아마도 현애자 의원은 껍데기뿐인 기초연금제라도 반대했다가는 민주노동당이 비정규직 저소득 노동자들에게는 관심이 없는 것으로 비춰질까 우려한 듯하다.

그러나 고작 8만9천 원을, 그것도 얼마나 많은 노인들에게 지급할 지도 명시하지 않은 채, 그 대가로 정규직 노동자들의 연금을 10퍼센트나 삭감하는 개악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분명한 반대 입장을 취하지 않는 것은 잘못이다.

애당초 기초연금을 소득의 15퍼센트로 인상하는 계획을 법안에 명시하는 것을 전제로 ‘더 내고 덜받는’ 것에 합의해 줄 수 있다는 게 민주노동당의 부적절한 타협안이었다.

정부와 열우당, 민주당은 이에 동의하는 척 하다가 결국 - 누구나 예상할 수 있듯이 - 뒤통수를 쳤다. 따라서 현애자 의원은 이제라도 마땅히 반대표를 던져 민주노동당이 이런 기만적인 개악안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 줘야 했다.

참여연대는 통과된 기초노령연금법이 “턱없이 부족”할 뿐 아니라 “기만적인 법안에 불과하다”고 강력하게 비판하며 정부의 ‘저출산·고령화 대책 연석회의’를 탈퇴했다.

이것은 반가운 일이다. 사실 진정한 사회복지 확대와 국민연금의 진보적 개혁을 위해서는 ‘사회적 협약’보다 투쟁 건설이 필요했다. 노동법 개악과 마찬가지로 노무현 정부는 대화테이블에 시민·민중 진영 지도부의 발을 묶어놓고 개악으로 뒤통수를 친 것이다.

심지어 한국노총 지도부도 민주노동당이 기권한 것을 비판하며 ‘연석회의’ 탈퇴 가능성을 말하고 있다. 물론 노동법 개악을 도운 배신자들의 말을 곧이 들을 사람은 없다.

이제, 급여율 15퍼센트 기초연금도 제외된 ‘더 내고 덜 받는’ 국민연금 개악안의 본회의 통과가 다가오고 있다. 민주노동당 지도부는 더 이상 저들의 기만에 휘둘리지 말고 국민연금 개악에 일관되고 단호하게 반대해야 한다.

정규직·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연대와 투쟁을 호소해 ‘더 내고 덜 받는’ 개악을 막아내고 제대로 된 기초연금을 도입할 때만 노동자들의 진정한 연대와 사기 진작에 이바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