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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꼭두각시들이 궁지에 몰리다

지난 10일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열린 헤즈볼라 주도의 반정부 시위에 레바논 전체 인구의 거의 절반인 무려 2백만 명이 참가했다.

레바논의 정치 위기는 지난 7월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 뒤 심화한 정치적 양극화 때문이다. 이스라엘의 패퇴 이후 헤즈볼라가 이끄는 반정부 진영은 전쟁 기간에 레바논 친미 정부가 보인 무능력을 비판하며 ‘거국 내각’ 구성을 요구해 왔고, 이것이 거부당하자 지난달 중순부터 정권 퇴진 운동에 돌입했다.

첫 대규모 동원이었던 1일 시위에 1백만 명이 참가했고, 그 뒤 수천 명의 시위대가 베이루트 시내에서 천막 농성에 돌입했다. 10일 시위 전에는 베이루트 도심에서 매일 저녁 5만 명이 참가한 집회가 열렸다. 특히, 도심 천막 농성장들은 운동 내 정치적 논쟁의 장이 되고 있다.

시니오라 정부 지지자들과 서방 지배자들은 반정부 진영이 레바논을 또다시 종파간 내전으로 몰아넣을 것이라고 위협하지만 반정부 운동의 종파적 구성은 오히려 더 다양해지고 있다. 헤즈볼라를 비롯한 시아파 정당들, 공산당, 기독교계 정당인 자유애국동맹 등이 시작한 이 운동은 최근 수니파 정당들과 레바논민주당 같은 드루즈파 정당들로까지 확대됐다. 반면, 친정부 시위대의 규모는 고작 몇 천 명 수준으로 줄었다.

양극화

레바논의 친미 정부가 물러난다면 이는 서방 ― 특히 미국 ― 에 커다란 타격이 될 것이다. 그런 사태는 중동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자신의 편에 선 정부조차 보호할 수 없을 만큼 약해졌다는 증거로 여겨질 것이고, 따라서 중동의 다른 친미 정부들의 불안감을 증대시킬 것이다.

지금 사우디아라비아나 요르단의 친미 왕정들은 1979년 이란 혁명 이후 중동에서 벌어진 적이 없는 일, 즉 반제국주의 대중 운동이 친미 정부를 타도하는 일이 재연될까 봐 겁내고 있다.

시니오라 진영과 미국도 반정부 운동의 승리를 막기 위해 필사적이다. 지금 나오는 보도들을 보면, 아랍연맹이 제시한 중재안을 놓고 반정부 진영과 시니오라 총리 사이에 타협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정확한 내용을 미리 알 수 없지만 시니오라와 미국에게 달갑지만은 않은 것일 가능성이 농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