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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의 테러

이스라엘의 테러

이수현

3월 12일 이스라엘은 요르단강 서안의 라말라를 점령하고 팔레스타인 난민촌을 대대적으로 공격했다. 육·해·공군 2만 명이 동원된 이번 공격은 20년 만에 최대 규모였다. 길에서 뛰놀던 어린이들이 탱크 공격에 팔다리를 잃었다. 여성들은 집안에서 저격수한테 사살당했다. F-16 전투기가 건물들을 가루로 만들어 버렸다. 부상자를 치료하기 위해 달려가던 응급차가 총격을 받았다. 대낮에도 즉결 처형이 공공연하게 벌어졌다.

이것이 지금 팔레스타인의 현실이다. 그러나 이것은 대등한 교전 당사자 간의 “전쟁”이 아니라 “골리앗” 이스라엘의 일방적인 학살극이다. 한편에는 무장헬기와 탱크, 핵무기까지 보유하고 미국과 그 동맹국들의 군사 지원을 받는 이스라엘이 있다.

다른 한편에는 50년 전에 고향에서 쫓겨나 난민촌에서 살아가는 팔레스타인인들이 있다. 그들은 극심한 가난과 이스라엘의 폭정에 시달려 왔다.

2000년 9월 시작된 팔레스타인 인티파다(민중봉기) 이래로 1천4백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그 중에 1천1백여 명이 팔레스타인인들이다. 지난 2주 사이에만 150여 명의 팔레스타인인들이 사망했다.

얼마 전에 사우디아라비아의 압둘라 왕세자가 “중동 평화안”을 제안했다. 그 방안의 골자는 이스라엘이 서안과 가자의 점령지에서 철수하는 대가로 아랍 국가들이 이스라엘과 관계를 정상화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4백만 명에 달하는 팔레스타인 난민들의 귀환 문제는 아예 언급조차 없어 다른 아랍 국가들로부터 “값싼 거래”라는 비난을 받았다. 이스라엘 총리 아리엘 샤론은 그런 ‘평화안’조차 거들떠보지 않았다. 그 평화안에 대한 샤론의 대답이 바로 20년만의 대공세였다. 지금 취임 1년을 맞은 샤론의 인기는 추락하고 있다. 이스라엘 국민의 72퍼센트가 샤론 정부에 불만을 품고 있다. 인티파다가 시작된 이후 5백 명 이상의 예비역 군인들이 점령지에서 복무하기를 거부했다. 샤론은 팔레스타인의 저항을 철저하게 분쇄함으로써 인기를 만회하려 한다. 그렇게 되면 더욱 더 많은 사람들이 살인과 보복의 악순환으로 빠져들 것이다.

얼마 전에 미국 국무장관 콜린 파월은 팔레스타인에 대한 공격을 중단하라고 샤론에게 경고했다. 그러나 그것은 팔레스타인인들을 위해서가 아니었다. 영국의 중동 문제 전문가 로버트 피스크는 〈인디펜던트〉에 다음과 같이 썼다.

“파월의 진정한 속뜻은 더욱 많은 팔레스타인인들을 살해하는 샤론의 군사 정책이 과연 효과적인지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그가 샤론을 비난한 이유는 이스라엘의 정책이 비도덕적이기 때문이 아니라 팔레스타인인들을 살해하는 것이 군사적으로 효과적이지 않기 때문이다.”미국의 중동 ‘평화’ 특사 앤서니 지니도 이스라엘의 야만적인 탄압이나 일상적인 인종 차별, 극심한 빈곤 등 불의와 억압을 문제 삼기는커녕 별볼일없는 휴전안 따위에 매달리고 있다. 미국의 중재 ‘제스처’는 바로 대이라크 전쟁을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의 일환이다. 미국은 이스라엘에게 거액을 지원해 그들의 ‘테러’를 후원하는 일을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팔레스타인인들에게 정의가 보장되지 않는다면 중동의 위기는 해결될 수 없다. 중동의 평화와 안정을 바라는 모든 사람들은 이스라엘이 점령지에서 철수할 것을 요구해야 한다.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무기 지원 중단과 팔레스타인 난민들의 귀환을 요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