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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의 ‘일심회’ 대응:
마녀사냥에 굴복해서는 안 된다

12월 14일 민주노동당 최고위원회가 발표한 ‘일심회’ 관련 입장은 우려스럽다. 최고위원회는 “정치적 음해 공작에 대해서는 모든 당력을 모아 분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지만 무게중심은 공식 유감 표명에 놓여 있었다. 자체 진상규명에 따른 당헌·당규상의 조처를 취하겠다고도 했다. 최고위원회가 민주노동당 마녀사냥에 뒷걸음질치고 있는 것이다.

1년 내내 당이 그토록 열의 있게 건설해 온 한미FTA 반대 운동이, 그리고 90퍼센트를 넘는 지지 여론을 등에 업고 있는 파병 반대 운동이, 또 평택 미군기지 확장 반대 운동이 북한의 지령에 따른 것이었느냐고 강력하게 항의하는 최고위원회의 목소리는 들을 수 없었다.

심상정 의원은 〈한겨레〉인터뷰에서 마녀사냥을 비판하기는커녕, 탄압받는 당원을 비난했다. 두 당원이 “당직자 신상을 (북한에) 유출했다는 검찰 발표가 사실이라면 … 인권침해이고 일탈 행위”라는 것이다.

심지어 심재옥 최고위원은 최기영 동지의 묵비권 행사까지 비판했다. “(묵비권을 행사하는) 최 사무부총장 자신이 직접 나서, 당이 진실을 파악할 수 있도록 협조해야 한다.” 현직 검사도 검찰의 징계를 받아가며 권유하고 일본 변협은 공식적으로 권유하는 묵비권 행사조차 포기하라는 것이다.

급기야 12월 17일 당 지도부는 구속된 최기영 사무부총장을 면회해 ‘면직’을 통고했다. 물론 사무부총장 업무를 계속 공백 상태로 둘 수 없는 것은 사실이지만, 저항의 상징성을 위해 직무대행을 선임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당 지도자들이 ‘마녀사냥’당하는 동료 당원을 방어하기는커녕 등 뒤에서 돌을 던지는 듯한 언행들을 하고 그들과 ‘무관함’을 항변하더라도 공안당국은 민주노동당을 겨냥해 ‘일심회’ 사건을 부풀리고 계속 물고늘어질 것이다. 진실이 무엇인지와 관계 없이 저들은 ‘아님 말고’ 식 왜곡과 부풀리기를 통해 마녀사냥을 이어갈 것이다. 검찰은 누구나 인터넷 검색 등으로 알 만한 정보들을 ‘국가 기밀’이라고 억지를 부리고 있다. 오죽하면 ‘네이버 간첩단’, ‘구글 간첩단’도 나오겠다는 비아냥이 나오겠는가.

인터넷 언론 〈레디앙〉은 최기영 동지가 장민호에게 보고한 내용에는 “핵심 당직자가 아니면 알기 어려운 내밀한 정보들이 담겨” 있다며 “경악스럽고 참담하다”는 반응들을 보도했다.

물론 당원의 성향이나 당의 회의 내용이 북한 당국에 유출됐다면 께름칙한 일이다. 그러나 설사 검찰의 주장이 사실이라손 치더라도 그것은 운동 진영의 비난을 받아야 할 사항이긴 해도 국가의 탄압을 받아야 할 사항은 아니다. 최기영 동지가 미국 CIA나 한국 국정원에 넘긴 것도 아니지 않은가. 지금 한국 검찰이 그런 내용들을 입수한 것은 그들이 그것을 강제 압수했기 때문이다.

사실, 검찰 공소장 내용을 기정사실화하면서 구속 동지들을 비난하는 사람들은 이중잣대를 적용하고 있다. 왜 ‘일심회’ 사건에 대해 〈조선일보〉와 여러 차례 인터뷰하면서 당내 정보를 넘기는 “당 관계자”의 행태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하지 않는가?

이중잣대

켄타우르스라는 필명의 ‘자율과 연대’ 운영위원은 〈조선일보〉에 ‘타도 주사파’라는 블로그까지 만들어 당내 동향들을 올려놓기도 했다.

당원들의 자세한 신상정보가 검찰에 넘어갈 수 있는데도 부정선거 의혹 규명을 위한 검찰 고발을 강행한 사람들이 누구였던가?

‘일심회’ 사건의 본질은 시민적·정치적 자유를 억압하는 국가보안법이라는 희대의 악법을 휘두르며 자행하는 공안당국과 우익의 ‘마녀사냥’이다. 저들은 사소한 사실들을 부풀리고 왜곡해서 ‘북의 지령’, ‘간첩 행위’를 들먹이며 사람들의 공포를 부추기려 한다.

조중동이 부추기는 ‘여론’에 굴복해서는 안 되고, 분파적 경쟁에 눈이 멀어 광기 어린 ‘마녀사냥’을 방조해서도 안 된다. 마녀사냥에 정면으로 맞서고, 탄압받는 동지들을 방어하고, 적들의 위선과 광기를 통렬하게 고발하며 반격해야 한다.

그래야만 ‘일심회’ 관련자들이 지지하는 종류의 정치에 대한 자유로운 토론이 가능하고 북한 체제에 대한 자유로운 토론도 가능해진다. 최고위원회의 잘못된 결정은 재고돼야 하고, 당 지도자들도 비겁한 언행을 그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