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수 개발 연구소 소장’ 노무현이 또 다른 꼼수를 들고 나왔다. 대통령 4년 연임제 개헌을 제안한 것이다. 1년 전만 해도 “되지도 않을 일[개헌] 갖고 평지풍파 일으킬 생각 없다”더니 말이다.

노무현은 개헌 제안에 “어떤 정략적인 의도도 없다”고 했지만, 입만 열면 튀어나오는 거짓말의 하나일 뿐이다. 개헌 카드는 임기말 레임덕에 빠진 노무현이 정국 주도권을 잡기 위한 꼼수이다.

개헌으로 사람들의 주의를 돌려, 온갖 배신과 개악이라는 진정한 문제를 흐리고, 집권 여당의 분열을 봉합하고, 개헌을 둘러싼 찬반으로 구도를 변화시켜 지지층을 다시 결집시키려는 것이다. 또한 개헌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일부 NGO와 학계 인사 등에게 추파를 보내는 것이기도 하다.

노무현의 개헌 제안에는 정치 사상의 자유를 포함한 기본권 제약 조항(37조2항) 폐지나 냉전적 영토 조항 변경, 토지 공개념 도입 등을 포함하지 않는다. 단지 대통령 임기 문제만 바꿀 뿐이다.

노무현은 “단임제는 대통령의 책임 정치를 훼손”하며 “국가적 전략 과제나 미래 과제들이 일관성과 연속성을 갖고 추진되기 어렵[게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라크 파병, 한미FTA, 노동법 개악 등 노무현이 중시한 ‘전략 과제’들은 단임제나 야당의 반대 때문에 가로막힌 적이 없다. 이런 문제에서 한나라당과 조중동은 노무현의 든든한 동맹군이었다. 심지어 극우인 국민행동본부의 서정갑조차 이라크 파병을 “용기 있는 업적”이라고 찬양했다. 열우당이든 한나라당이든 누가 다음 정권을 잡더라도 이런 과제 추진을 중단할 리 없다.

노무현이 레임덕에 빠진 이유도 단임제 때문이 아니다. 이 같은 개악과 배신에 대한 대중의 환멸이 진정한 원인이다. 연임제이지만 재집권하자마자 레임덕에 빠진 조지 부시를 보라.

노무현은 개헌을 하면 “강력한 추진력으로 책임 있게 국정을 수행”할 수 있을 거라고 한다. 다가오는 한미FTA 최종 협상, 3월로 예정된 레바논 파병, 개악된 노동법의 산업 현장 적용, 국민연금·공무원연금 개악 등에 ‘강력한 추진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꼼수 덕분에 노무현은 선도탈당론까지 나오며 극단으로 치닫던 열우당의 분해를 일단 수면 밑으로 가라앉혔다. 갑작스레 “노무현 대통령과 함께하겠다”고 나선 김근태와 열우당, 민주당까지 개헌 찬성으로 결집하고 있다.

물론 한나라당이 개헌에 반대하는 상황에서 국회 3분의 2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개헌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그러나 한나라당 소장파의 “성실한 검토” 요구와 함께 예비 대선후보들 사이에서도 미묘한 균열이 나타나고 있다. “임기를 못 마치는 대통령이 되고 싶지 않다”던 노무현의 다음 꼼수로 ‘임기 단축과 조기 퇴임’도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노무현의 지난 번 꼼수였던 대연정 제안이 오히려 지지층 이반을 심화시켰듯이 이번 꼼수도 제 무덤 파는 격이 될 수도 있다. 꼼수의 의도가 너무 명백해서인지, 〈한겨레〉조사에서도 ‘현 정권 내 개헌’ 지지는 20퍼센트에 불과했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진영은 노무현의 제안에 원칙적으로라도 동조하지 말고 단호하게 그 실체를 폭로해야 한다. 그리고 열우당과 한나라당으로부터 독립적인 진보적 선거 대안 제시로 나아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