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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신장 위구르족 탄압

지난 1월 5일 중국 신장 위구르 자치구 공안(경찰)청은 ‘동(東)투르키스탄 이슬람해방조직’의 거점을 습격해 ‘테러리스트’ 혐의자 18명을 사살하고 17명을 체포했다고 발표했다. 중국 관영통신은 “알 카에다의 지원”을 받는 대규모 테러조직을 소탕했다고 주장했지만, 그 동안 중국 정부가 해 온 거짓말들을 감안하면 이 말을 그대로 믿을 수는 없다.

‘동투르키스탄 이슬람해방조직’이 실재하는 조직인지는 확실치 않다. 그 동안 중국 정부는 분명한 증거를 제출한 적이 없다.

국제 인권단체 ‘휴먼 라이츠 워치’의 평가를 인용하면, 중국 정부가 2002년과 2004년에 발표한 보고서들은 “자극적인 이데올로기적 표현과 상호 모순되는 사실들로 가득하다.”

그러나 ‘동투르키스탄 이슬람해방조직’의 실재 여부는 둘째 치고, 신장의 위구르족 주민들이 중국 정부에 저항할 이유는 많다.

위구르족은 1930년대에 잠시 존재하던 ‘동투르키스탄 이슬람 공화국’이 몰락한 뒤 처음에는 스탈린 치하 소련의, 나중에는 중국 정부의 억압을 겪었다.

중국 공산당 정부는 신장 지역을 주민의 의사와 상관 없이 자신의 영토로 편입시키고 1958년부터 본격적으로 한족 대량 이주, 이슬람 억압 등의 정책을 추진했다. 그 결과, 본래 6퍼센트에 불과하던 한족 비율이 1976년에는 42퍼센트로 늘었고, 이슬람 상징물들과 모스크는 ‘문화혁명’을 전후로 ‘봉건적 악습’으로 여겨져 철저히 파괴됐다.

이런 억압은 개혁·개방 이후 좀 완화되는 듯했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중국 정부는 신장에 대한 통제와 억압을 마오쩌둥 시대보다 강화하기 시작했다.

한족 이주가 재개됐고, 위구르족은 고용과 국가 서비스 등에서 차별받았다. 신장의 대규모 유전은 오직 한족만 고용하며, 이 지역 한족 평균수명은 위구르족보다 10살이나 높다.

이맘[모스크의 지도자]들은 중국 정부에 충성을 맹세해야만 설교 허가를 얻을 수 있었고, 설교 내용은 철저히 감시받았다. 평범한 무슬림들은 “허가되지 않은 판본”의 쿠란을 소지했다는 이유로 감옥에 가기도 했다.

소탕

1996년 이후에는 신장에서 이른바 “사회주의 조국을 위협하는” ‘분리주의’ 세력을 색출하려고 주기적으로 “엄타(嚴打: 혹독한 공격)” 작전을 벌였다.

이 작전으로 많을 때는 한꺼번에 수만 명이 수감되기도 했고, 공식 통계로만 1996 2003년까지 약 1백70명의 위구르족이 처형됐다. 최근의 이른바 ‘동투르키스탄 이슬람해방조직’ 기지 소탕은 이 연장선 상에 있다.

위구르족은 1989년부터 여러 차례 저항 행동을 벌여 왔다. 1998년에는 중국 정부의 억압 조처에 저항하는 위구르족의 대규모 시위가 있었다. 평화적 비무장 시위대에 무차별로 발포해 소요가 일어났고 진압 과정에서 1천여 명이 살해당했다는 말까지 나온다.

1990년대 들어 중국 정부가 이런 가혹한 억압 조처를 취하는 것은 소련 붕괴 이후 중국 지배자들이 소수민족의 독립 움직임에 매우 민감해진 것과 관계 있다. 중국 지배자들은 특정 소수민족의 독립 운동이 대만을 비롯한 다른 곳의 ‘분리주의’ 운동을 고무할까 봐 두려워한다.

다만, 위구르족 탄압이 특히 심한 이유는 1990년대 이후 신장이라는 지역의 중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신장은 중국 내 최대 석유 생산기지가 될 잠재력이 있다. 이미 중국 산출 석유의 약 25퍼센트가 신장에서 나오고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신장의 지정학적 중요성이다. 신장 영토는 중국 전체 영토의 17퍼센트나 되고, 러시아와의 완충지대이자 중국이 중앙아시아 지역을 제패하려면 반드시 통제해야 하는 곳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중앙아시아·러시아·남아시아(특히 파키스탄)와 경제 협력을 확대하기 위한 거점이 되고 있다. 신장 우루무치를 중심으로 사방으로 뻗은 신장(남북)철도가 이들 지역을 연결하는 구실을 하고 있다.

또, 장차 중국과 미국이 충돌할 때 미국이 중동산 석유·가스의 수송로(말라카 해협) 통제권을 무기로 이용하는 사태에 대처할 육상 수송로이기도 하다. 일례로 중국은 이란에서 생산된 석유와 가스를 육로송유관을 통해 수입할 계획을 가지고 있는데, 그 송유관은 신장을 관통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점은 중국 정부의 위구르족 탄압 정책이 ‘테러와의 전쟁’과도 연관돼 있다는 것이다. 이미 2002년에 미국과 서방 진영은 신빙성 있는 증거가 전혀 없는데도 ‘동(東)투르키스탄 이슬람해방조직’을 “알카에다의 지령을 받는” 국제 테러조직으로 지목했다.

사실 이런 종류의 조작이야 ‘테러와의 전쟁’의 기본이지만 미국은 9·11 이후 중국의 지지를 얻으려고 이런 거래를 했다. 이 덕분에 중국은 위구르족 탄압을 ‘극단 이슬람 세력’에 맞서는 세계적 십자군 전쟁의 일부로 거리낌 없이 정당화할 수 있었다. 러시아도 체첸을 두고 미국과 비슷한 거래를 했다.

따라서, ‘테러와의 전쟁’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중국 정부의 위구르족 탄압에도 반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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