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탈리아, 덴마크 총선에서 우파가 승리한 데 이어 올해 3월에는 포르투갈 총선에서도 우파가 승리했다. 〈조선일보〉는 “포르투갈 총선에서 좌파의 패배는 유럽연합(EU)에서 거세게 일고 있는 정치적 우파 바람을 재입증했다.”고 썼다.

그러나 이번 프랑스 대선에 출마한 극좌파 후보 아를레뜨 라기예르의 돌풍은 다른 그림을 보여 준다. 공공연히 혁명을 주장하는 트로츠키주의 정당 뤼뜨 우브리에르(LO:노동자투쟁당)의 라기예르가 여론 조사에서 10퍼센트 가까운 지지를 받고 있다. 10명 중 한 명이 프랑스 사회의 철저하고 근본적인 변화를 바라고 있는 것이다. 이런 여론 조사 결과는 기성 정치의 위기를 보여 준다. 많은 프랑스 사람들이 노동자를 해고하고 복지를 삭감하는 기성 정치에 환멸을 느끼고 있다. 그들의 불만은 니스와 미요의 반자본주의 시위에서 나타났고, 이제는 대통령 선거에서 표출되고 있다.

그 동안 조스팽의 사회당 정부는 사장들의 이윤을 보호하는 정책들을 추진했다. 조스팽 정부가 사유화한 공기업 수는 그 전의 두 보수 정권보다 많았다. 노동자들의 투쟁으로 주 35시간 노동법이 제정됐지만, 그 대가로 조스팽은 사장들에게 노동시장 유연화를 선물했다. 그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해고당했다. 1995년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투쟁으로 쟁취한 복지 정책들이 공격당했다. 조스팽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지 못하고 있다. 그는 치안 강화, 주민세와 소득세 삭감 등 대부분의 쟁점에서 시라크와 일치한다. 영국의 〈가디언〉은 “정치적 성향이 정반대인 두 사람의 공약이 매우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이제 프랑스 민중은 새로운 대안을 찾기 시작했다. ‘LO 돌풍’은 새로운 사회를 바라는 사람들의 열망이다. LO의 공약 ‘노동자 해고 금지법’은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아주 작은 도시에서도 LO의 후보 라기예르를 보기 위해 수백 명이 몰려든다. 지난 3월 28일 라기예르는 아미앵에서 다음과 같이 연설했다.

“자본가들의 경제는 파산했습니다. 지금은 모든 사람이 의식주·의료·교육·문화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렇게 바꿔야 합니다. 그렇게 할 수 있는 유일한 세력이 바로 노동 계급입니다.” 그녀의 연설을 들은 학생 로랑은 “그녀의 말은 사실이에요.…정치인은 다 똑같다고 생각하는 내 친구들은 투표하지 않을 거에요. 그러나 난 라기예르에게 투표할 겁니다.” 하고 말했다.

LO의 지지율이 상승하는 것은 프랑스 노동자 운동의 성장을 반영하는 것이다. “뜨거운 겨울”, 즉 1995년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파업을 거치면서 프랑스 노동자 운동은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패스트푸드점과 대형 슈퍼마켓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파업을 벌였다. 맥도날드 노동자들이 파업의 물결을 이끌었다. 프랑스에서는 젊고 새로운 노동자들이 계속 투쟁의 대열로 나서고 있다. 그들은 급진적 대안을 찾고 있다. 그런 열망이 LO의 지지율 상승으로 나타난 것이다.

LO의 성장은 보수 언론들의 ‘유럽 우경화 테제’가 일면적 분석이었음을 보여 준다.

물론 우경화 징후가 나타나고 있는 건 사실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여러 나라에서 우파가 집권했다. 사회민주주의 정부들은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더욱더 기울고 있다.

그러나 이런 견해를 일반화하는 것은 계급 양극화의 한쪽 측면을 과장하는 것이다. 지금 같은 경제 위기 시기에는 자본과 노동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한다. 자본가들은 더 우파적 대안을 모색한다.

이번 선거에서는 극좌도 성장했지만, 극우도 성장했다. 나찌인 국민전선(NF)의 장-마리 르펜도 10퍼센트 가까운 지지를 받고 있다. 사회당에 대한 대중의 환멸 때문에 그들의 입지가 넓어지고 있다. 그러나 그림의 왼쪽 편에서는 더 급진적 대안을 찾는 노동자를 볼 수 있다.

얼마 전 이탈리아 로마에서는 베를루스코니의 노동법 개악을 반대하는 시위에 3백만 명이 참가했다. 그 전에 스페인의 바르셀로나에서는 50만 명의 반자본주의 시위가 있었다. 그들은 “자본주의 유럽”에 반대했으며, 미국과 이스라엘이 벌이고 있는 전쟁에도 반대했다. 그들의 구호는 “다른 세계는 가능하다”였다. 프랑스 대선은 선거 무대에서도 급진적 대안이 떠오르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