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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관 '테러'사건:
법원이 가진 자들의 “최후의 보루”임을 보여 주다

전 성균관대 수학과 김명호 교수가 현직 부장판사에게 석궁을 쏴 부상을 입히자, 주류 언론과 법원·검찰은 “사법권에 중대 도전”이라며 강력히 대처해야 한다고 호들갑을 떨었다. 검찰총장은 “철저히 수사할 것”을 지시했고, 결국 “도주 우려가 있고 높은 처단형이 예상”된다며 영장실질심사에서 구속했다.

한 검사는 “사법부는 국민 권리의 최후의 보루인데 사법부를 믿지 않으면 누구를 믿느냐”며 한탄했다. 그러나 대다수의 평범한 사람들은 법원이 “국민 권리의 최후의 보루”라고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최근에 드러난 법조 비리 사건이나, 대법원장 이용훈이 세금을 탈루하고 전별금을 지급한 것들은 사법부 내에 부패가 얼마만큼 뿌리깊은지 보여 줬다.

전관예우는 합법적 비리의 대표적 사례인데, 대법원장 이용훈은 변호사로 있으면서 5년 동안 60억 원을 벌었고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이강국도 법무법인 태평양에 4개월 동안 고문으로 있으면서 매달 4천4백60만 원씩 받았다.

한국 최대 로펌인 김앤장에는 판검사 출신뿐 아니라 국세청·재경부·금감원의 관료 출신 인사가 수십 명이 있는데, 이들은 수억 원의 연봉을 받고 있다.

노회찬 의원이 폭로했듯이, 2000년 이후 조세포탈, 뇌물수수, 횡령 등의 범죄를 저지른 고위층 1백31명 중 특별사면, 형집행정지, 가석방 등 ‘특별대우’를 받지 않은 사람은 19명밖에 없었다.

현실이 이러니 대법원조차 “기업인들이 초호화 변호인단의 조력을 받아 비교적 낮은 형량을 받고, 일반 서민들이 국선 변호인에 의존해 높은 형량을 받는 현실은 자본주의 제도 하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인정했다.

해교 행위

김명호 교수도 1995년 본고사 수학 문제에 오류가 있다고 ‘바른 말’을 했다가 ‘해교 행위, 논문 부적격’이라는 이유로 재임용이 거부됐는데, 역시나 법원은 교수 재임용이 학교의 권한이라며 사학 재단 편을 들었다.

〈사이언스〉같은 유력한 과학 잡지도 김명호 교수를 옹호하며 ‘올바른 답의 비싼 대가?’라는 기사를 실었고 전국 44개 대학 수학과 교수 1백89명은 “대학에서 제시한 ‘모범답안’은 문제가 잘못됐음을 호도하기 위한 방편”이라는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했지만, 법원은 “교수로서의 자질이나 학생지도 실적에 문제가 있어 재임용에서 탈락한 것”이라는 학교측의 주장만 받아들였다.

그러나 이런 식이라면 사학 재단들이 맘에 들지 않는 교수를 재임용에서 탈락시키는 것은 모두 적법한 것이 된다.

게다가 김명호 교수의 재판은 연이어 성균관대 출신 판사가 맡았다. 성균관대 재단(그리고 그 뒤의 삼성)과 모종의 연관이 있을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이런 법원의 행태에 분노한 김명호 교수는 2005년 8월부터 대법원을 “서민착취주식회사”로, 대법관을 “강자의 개”로, 박홍우 부장판사를 “성균관대의 소송대리인”이라 스스로 명하고 법원 청사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

또, 〈20년간 양심적인 교수들을 대학에서 축출한 대법원의 재임용법 해석의 문제점〉이라는 소책자까지 냈다. 판례를 분석한 이 소책자는 대법원이 교수의 임용을 ‘임용권자의 자유재량행위’라고 해석해 대학이 양심적인 교수들을 몰아내는 합법적 근거를 줬다는 내용이다.

이렇게 법원에 대한 비판을 계속하자 결국 ‘괘씸 죄’까지 추가된 것이 분명하다.

김명호 교수는 성대 재임용을 포기하고 해외로 나가 새로운 일을 찾기도 했다. 그러나 “5년간 새로운 분야에서 일하고도 자리잡는 데 실패한 원인은 결국 성대 문제였다. 성대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굴욕적인 노예생활에서 벗어날 수 없고 결국 인간다운 여생은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김명호 교수는 “국민의 마지막 권리로써 국민저항권을 활용”했다. 법원·검찰과 주류 언론들은 살해 의도가 있었다며 호들갑을 떨지만, 김명호 교수는 답답한 마음에 판사를 석궁으로 위협해서라도 부당한 판결이었음을 듣고 싶었던 듯하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우발적으로 석궁이 발사된 것 같다.

이번 사건에서는 주류 언론들이 말하는 것처럼 “공권력이 실추”가 아니라, 수천수만 가닥으로 연결된 지배자들의 지배 체제에 법원도 그 일원임이 잘 드러났다.

또, 판사들이 맘대로 판결하도록 내버려둬서는 안 되며 최소한의 제어 장치로서 대중들이 사법 결정에 참여하는 배심원제가 필요하다는 점도 보여 준다.

이 기사를 읽은 후에 “‘석궁 사건’ 재판은 ‘마녀 재판’이었다”를 읽으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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