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속 사병들의 한숨을 언뜻 보여 주는 영화, 〈묵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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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강대국의 침략 앞에 놓인 약소국을 도왔는데, 묵가가 송나라를 도와 강대국 초나라의 침략을 막아낸 일에서 묵수
양성의 주민에 호소해 스스로 성을 지키도록 만드는 혁리의 모습에서 선동가의 모습을 언뜻 볼 수 있다. 양성의 주민들은 혁리의 선동에 호응하고, 혁리는 호응에 화답해 뛰어난 전쟁술로 양성을 지켜낸다.
민중의 힘을 최대한 끌어내는 혁리의 조처들과 그것을 불편히 여기는 양성 지배자들이 갈등하고 혁리를 적으로 돌리는 모습, 지배계급의 일부가 혁리에게 설득되기도 하는 과정이 볼 만하다.
'누가 다스리든 똑같다'고 생각하던 양성의 주민들은 양성을 지키고자 헌신하게 되고, '대왕이 혁리의 반만 돼도 양성은 천하무적일 것'이라며 혁리를 신뢰하고 따른다. 어떤 병사들은 혁리를 위해 상관의 명을 거부하기까지 한다.
영화는 병사들이 고통을 겪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그림으로써 지배자들의 전쟁이 결국 민중에게는 고통일 뿐이라는 점을 드러내 준다.
영화 속 혁리는 불가피한 방어 전쟁과 평화주의, 그리고 만인을 사랑하는 것과 자신을 사랑하는 것 사이에 고뇌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그러나 혼란스러운 보여 주기만 있는 점은 아쉽다.
병사들의 적나라한 고통은 혁리의 평화주의적 고민을 부추기지만, 또 혁리는 양성 민중을 지키고자 단호하게 전쟁을 벌인다. 그러면서도 영화 속에서 이를 명확히 연결 짓고 해명하는 고리는 없다. 정확히 말하면 영화 속의 혁리는 무엇이 옳은지 갈팡질팡하지만 딱히 명확한 맥락을 형성하지는 않는다.
한편, 자신을 사랑하는 일열과의 사랑을 거부한 혁리가 다시 묵가 사상을 배반하고 일열을 찾아 헤매고, 또다시 묵가 사상의 실천인 듯 고아들을 이끌고 떠나는 것도 별 설명이 없어 연관성을 찾기 힘든 것도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