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25일 파리에서 미국과 프랑스가 주도해 열린 ‘레바논 재건 회의’에서 40여 참가국과 국제 기구의 대표들이 레바논 정부에 76억 달러를 지원하기로 합의했다. 주류 언론들은 이를 두고 “이어지는 전투와 반정부 시위대의 방화로 불타고 있는 레바논을 재건하고자 국제 사회가 한 목소리를 냈다”고 치켜세운다. 레바논 파병을 추진하는 한국 정부도 6백만 달러 지원을 약속했다.

그러나 ‘레바논 재건 회의’의 진정한 관심사는 레바논인들의 고통을 더는 것도, 이스라엘의 침략으로 폐허가 된 레바논을 재건하는 것도 아니다.

전문가들은 ‘재건 회의’가 지원하겠다고 약속한 76억 달러 가운데 극히 일부만이 재건 계획에 쓰일 것이라고 말한다. 그 돈은 대부분 레바논의 단기 외채를 갚는 데 쓰일 것이고 ― 반면 레바논의 장기 외채는 더 늘어날 것이다 ― 따라서 서방 정부와 은행 들의 호주머니로 되돌아갈 것이다. 그나마 남는 돈도 대부분 레바논 남부에서 헤즈볼라의 저항 운동을 단속하는 정부군 월급으로 쓰일 것이다.

게다가 이 모든 지원에는 레바논 정부가 IMF나 세계은행이 요구한 경제 ‘개혁’ 조처들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다. 이러한 ‘개혁’ 조처에는 사유화 확대, 세금 인상, 연료 등 생필품 보조금 철폐가 포함돼 있다. 이런 조처들은 가뜩이나 가난한 레바논인들의 삶을 더 큰 고통에 빠뜨릴 뿐이다.

지난 1월 23일 프랑스 대통령 자크 시라크는 파리 회의가 “시급한” 까닭을 이렇게 말했다. “돈이 필요한 일이 많다. 현재 다행히도 레바논 남부를 장악하고 있는 레바논군에게 월급이 지급돼야 한다. 무기도 구입해야 한다. 레바논[정부]의 모든 활동이 확실한 지원을 받아야 한다.”

레바논의 평화와 재건을 바란다는 서방 정부들의 위선에 속아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