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성현 대표의 신년 기자회견이 5분 동안 생방송으로 중계됐다. 이는 대선을 앞두고 있는 민주노동당에게 주어진 소중한 기회였다.

지금, 노무현 정부는 양극화를 극대화할 한미FTA를 밀실·전격 타결하려 한다. 이라크 파병도 모자라 레바논 파병까지 밀어붙이고 있다. 전교조에 대해서도 노태우 정부를 능가하는 야만적 공격을 가하고 있다. 김우중 등 부패 정치인과 재벌기업주들에 대한 사면이 거론되는 반면 정당한 투쟁에 나섰던 현대차 동지들에게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같은 배신과 개악 때문에 파산한 열우당호에서 쏟아지는 '쥐떼'들은 통합신당, 분당 등 또다른 개혁사기극을 획책하고 있다.

한편, 인혁당 재심과 긴급조치 판사 명단 공개 등은 독재의 후예인 '차떼기 성추행'한나라당의 본질을 새삼 들춰내고 있다.

민주노동당을 바라보는 많은 사람들은 당이 이런 사기꾼들을 통렬히 고발하면서 저항을 호소하고, 이런 자들과 선명하게 구분되는 급진적 대안을 제시하길 바랬을 것이다.

그런데, 문성현 대표는 그 귀중한 시간을 노동자 양보를 통한 '국민연금 보험료 지원사업'홍보에 허비했다. "우리는 남을 비판하지 않겠다"고 하면서 말이다.

문성현 대표는 정부와 우익들의 술책을 규탄하며 노동자·서민·빈민의 단결된 행동을 호소하는 대신 "우리 사회가 나눔과 공생의 손길을 내밀자"고 호소했다. 그래서 민주노동당이 노조들부터 이런 공생의 손길을 내밀도록 설득하겠다고 했다.

진정으로 나눔과 공생의 정신을 파괴하는 가진 자들을 비판하는 대신, 그들 앞에서 당이 '덜 가난한'노동자들의 양보를 설득하겠다고 '읍소'한 것이다.

'국민연금 보험료 지원사업'은 정규직 노동자 전부와 비정규직 노동자들 중 일부가 자기 연금 중 일부를 포기해 국민연금 사각지대에 있는 노동자들의 보험료를 5년 동안 내주자는 계획이다. 이른바 '가입자와 미가입자로 양극화된'국민연금의 혜택을 고루 받게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진정한 양극화는 월급 120만 원 받는 가입자와 60만 원 받는 미가입자 사이에 있는 것이 아니다. 어느 한 쪽이 '고소득자'이고 다른 쪽이 '저소득자'라고 하는 것도 억지 과장이다. 이런 과장은 결국 '정규직 책임론'에 힘을 실어 줄 뿐이다.

비정규직 노동자 월급의 1천 배나 되는 연봉을 받고 어마어마한 주식차액을 챙긴 정몽구와 온갖 탈세로 수십 조 원의 재산을 상속한 이건희 일가 등 진정한 부자들이 양극화에 책임을 져야 한다. 이런 자들과 비정규직 노동자가 지구의 남극과 북극으로 양극화 돼 있다면 노동자들 사이의 양극화는 기껏해야 서울과 부산 정도다.

이 자들은 자기 소득의 0.1퍼센트도 안 되는 보험료를 내고 낸 돈보다 많은 연금을 받아가는데 왜 '덜 가난한'노동자들이 양보해야 하는가?

'국민연금 보험료 지원사업'이 정부와 사업주들, 노동자들이 모두 함께 지는 부담이라는 문 대표의 말도 사실과 다르다. 정부가 내야 할 몫은 이미 국민연금기금에 지급했어야 하는데 아직 내지 않은 연체이자일 뿐이다.

또,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않은 기업주들은 법을 어기면서까지 노동자들의 미래를 파괴하고 있다. 그런데 노동자들이 낸 돈으로 이런 자들까지 지원하는 것을 어떻게 '함께 부담하는'사업이라고 하는가.

문성현 대표는 "지적재산권을 주장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먼저 양보할테니 너희도 양보하라'는 제안을 진지하게 받아들일 주류 정당이나 기업주들이 있을까? 게다가 '정규직 책임론'이라면 오히려 지적재산권은 저들에게 있는 게 아닌가?

더군다나, 이'사회연대전략'은 여전히 당내에서 토론 중이며, 최고위원회 상위의 어느 공식 의결기구에서도 정식으로 토론되고 결정된 바 없는 정책이다. 문성현 대표는 당내에서 민주적 토론과 의결 절차를 거치지 않은 정책을 언론에 발표해 이견들을 묵살하고 있다.

'사회연대전략'에 대한 반대가 소수의 목소리인 것만도 아니다. 민주노총 이석행 위원장은 선거 운동 당시 '사회연대전략'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 여론조사를 봐도 82.2퍼센트가 양극화 해소를 위해 부자들의 세금을 늘려야 한다고 응답했다. 이런 상황에서 왜 우리가 '부자에게 세금을'에서 '우리끼리의 양보와 나눔'으로 한발 물러서야 하는가. 당 지도자들은 생중계된 당의 공식 신년 기자회견에서 이런 여론을 반영하는 강력한 소득재분배 정책을 말했어야 했다.

문성현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대선에서 민주노동당이 중심에 서서 진보세력의 단결을 이끌어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좋은 말이다. 그러나 '사회연대전략'같은 '노동자 책임론·양보론'의 어설픈 버전이나 제시해서는 폭넓은 단결은커녕, 전통적 당 지지 기반의 반발만 낳을 것이다. 분열과 혼란을 자초하는 격이다.

열우당·한나라당의 신자유주의·친제국주의 동맹에 맞서서, 선명하게 차별되는 반전·반신자유주의 정책과 운동을 건설하면서 진보진영의 단결을 추구하는 게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