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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선거 결과는 무엇을 보여 줬는가

민주노총 지도부 선거에서 상근간부층 내 상대적 우파인 이석행 후보가 당선했다. 주류 언론들은 '온건파 지도부의 당선으로 노·정 대화 가능성이 커졌다'고 보도했다.

전투적 활동가들은 투쟁 건설보다 교섭에 치중해 온 전임 이수호·조준호 지도부를 계승한 '국민파'이석행 후보의 당선에 실망할 법하다. 관료적 행태와 배신적 합의로 택시 노동자 전응재 씨를 분신·항거로 몰아간 책임이 있는 민주택시연맹의 구수영 위원장이 이석행 후보의 선거본부장이었기에 이번 선거 결과는 더 안타깝다.

그러나 온건파가 지도부를 장악했다고 해서 투쟁을 못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1997년 1월 대중파업도 '국민파'인 권영길 집행부 하에서 벌어졌다. 당시 지도부는 현장 노동자들의 압력과 투지에 밀려 전면적인 파업을 지도해야 했다. 지도부의 성향보다 현장조합원들의 투지와 자신감이 훨씬 더 중요한 법이다.

이번 선거 결과는 간접선거 방식의 문제점을 다시 보여 줬다. 현재 민주노총 대의원들은 간선제로 선출됐거나 연맹과 단위노조 집행부가 일방적으로 임명하기 때문에 현장 노동자들의 의사와 정서를 제대로 대변하지 못한다. 민주노총 대의원대회가 수시로 무산과 파행을 거듭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그러다 보니 IT연맹(매우 온건한 대의원이 대부분이다) 등 온건파 집행부가 장악한 노조에서는 조합원들의 의사 이상으로 이석행 후보에게 몰표를 던졌다.

따라서 임원·대의원 직선제 도입은 정당하고 필요한 요구이다. 아쉽게도, 이석행 후보는 대의원대회에서 직선제 안건을 먼저 다루자는 조희주·양경규 두 선본의 제안을 거절했다.

이번 선거에서 조희주 후보는 '사회연대전략'과 '사회적 교섭'을 날카롭게 비판하며 좌파적 입장을 대변했다. 반면, '범좌파'로 분류되지만 '사회연대전략'을 지지한 양경규 후보의 미심쩍은 태도 때문에, 조희주 후보를 지지한 표의 일부가 결선 투표에서 양경규 후보 지지로 이어지지 않은 듯하다.

라틴아메리카의 급진화를 찬양하며 사회주의를 언급하기도 한 조희주 후보가 얻은 2백여 표는 의미있는 성과라 할 수 있다. 주봉희·허영구 후보가 부위원장에 당선한 것도 고무적이다. 주봉희 후보는 비정규직 투쟁의 상징적 인물이고, 허영구 후보는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맞선 정치적 투쟁을 강조했다.

현장의 노동자와 활동가들은 민주노총 새 지도부가 투쟁과 혁신의 과제를 방기하지 않도록 감시·비판하면서, 투쟁과 혁신을 위한 실질적 행동을 현장에서 건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