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IPCC)’은 4차 보고서(이하 ‘보고서’)를 발간했다. 2001년 3차 보고서 이후 전 세계 수천 명의 과학자가 참여해 6년 만에 발간한 이 보고서에서 과학자들은 지구온난화가 인간 활동에 의한 것임이 6년 전보다 더 확실해졌다고 결론내렸다.

그 동안 기후 변화 억제 노력에 부정적이었던 일부 과학자들과 이들을 후원하는 정치인들이 지구온난화가 자연의 순환일 뿐이라고 주장해 왔지만, 이제 더는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임이 입증된 것이다.

지구온난화 때문에 기상 이변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12월 뉴욕 시는 한겨울에 기온이 무려 22도까지 오르면서 때 아닌 벚꽃이 피었는가 하면, 유럽도 “1천2백 년 만의 가장 따뜻한 12월”을 보냈다. 모스크바에서는 동물원의 곰들이 겨울잠을 자지 않았고 한국도 기상 관측 이래 세번째로 따뜻한 겨울을 보냈다.

기상이변

지구온난화의 가장 직접적인 피해는 해수면 상승 때문에 낮은 지역이 물에 잠기는 것이다. 지구가 더워져 남극 등의 빙하가 녹으면 해수면이 높아진다. 이 때 빙하 일부가 녹으면 전체 빙하는 자체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9·11 당시 세계무역센터 빌딩처럼 순식간에 무너져 내려 바다로 쏟아져 들어가는데, 이 때문에 해수면이 높아지는 속도가 훨씬 빨라진다.

또, 지구가 더워지면 바다의 온도가 높아져 열팽창을 한다. 컵 한 잔에 담긴 물이 열팽창하면서 늘어나는 부피는 무시할 만하지만, 지구 표면의 절반 이상을 덮고 있는 바다가 열팽창하면 이는 해수면 상승으로 이어진다. 유엔개발계획(UNDP)의 한 관계자는 국토가 대부분 해발 10미터 이내인 방글라데시는 해수면 상승 때문에 국토의 상당 부분을 잃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구온난화는 해류 체계도 변화시킬 것이다. 과학자들은 보고서에서, 지구온난화 때문에 북대서양 해류의 속도가 21세기에 차차 느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리 되면 해류 덕택에 따뜻한 기후를 유지한 영국과 서유럽은 지금보다 훨씬 더 추워질 것이다. 그런 해류가 존재하지 않았던 빙하기에 서유럽의 상당 부분은 빙하로 덮여 있었다. 이처럼 역설적으로 지구온난화 때문에 빙하기가 올 수 있다.

과학자들은 보고서에서 앞으로 폭염과 폭우가 더욱 빈번해질 확률이 90퍼센트 이상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여름 강원도 인제군에 쏟아진 사상 최악의 폭우가 부분적으로는 지구온난화 때문이었다는 관측과 일치하는 것이다. 보고서는 태풍도 더 강한 바람과 더 많은 비를 동반할 것이라고 내다봤는데, 지난 2002년 태풍 ‘루사’와 2003년 태풍 ‘매미’ 같은 기록적인 태풍들이 더욱 빈번해진다는 뜻이다.

이처럼 지구온난화가 폭염과 혹한, 가뭄과 집중호우 등의 모순적 결과를 낳는 것은, 기후가 수만 가지의 원인들이 복합적으로 얽히고설켜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베이징에 있는 나비의 날갯짓이 다음 달 뉴욕에서 폭풍을 발생시킬 수도 있다”는 어느 기상학자의 격언은 기후 체계의 복잡한 상호의존성을 잘 보여 준다.

또, 보고서는 기온이 높아질수록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온실가스가 대기에 더 오래 머무르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이는 온실가스 증가의 결과인 기온 상승이 다시 온실가스를 증가시켜 기온을 더 상승시킨다는 것이다. 이런 악순환 때문에 지구의 기온은 인간이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것보다 더 높아진다. 온실가스는 석유와 석탄 등 화석연료 사용에서 나온다.

따라서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청정연료를 개발하고, 에너지를 절약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태양·풍력 발전 등 재생가능 에너지를 사용하고, 단열이 잘 되는 건물을 설계하는 등의 노력이 지금 당장 필요하다.

그러나 이런 기술만 개발하면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은 순진한 생각이다.

GM

왜냐하면 온실가스 배출량을 실질적으로 줄이려면 그런 기술이 사회 전체에 적용돼야 하는 데 이를 필사적으로 가로막는 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계 다국적 자동차 기업인 GM이 자동차 사용을 늘리려고 전차 체계를 인수해 폐쇄한 것은 수많은 사례들 중 하나일 뿐이다.

세계 최대 석유회사인 엑슨 모빌한테서 연간 1백60만 달러 이상을 지원받는 미국기업연구소(AEI)는, 이번 유엔 보고서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칼럼이나 논문을 쓰는 과학자와 경제학자에게 최고 1만 달러를 제공하겠다고 제안했다.

1월 말에는 미국 정부가 과학자들에게 ‘기후 변화’나 ‘지구온난화’ 같은 단어를 논문에서 삭제하도록 압력을 넣었다는 사실이 하원 청문회에서 폭로됐다.

1인당 에너지 사용량이 제3세계 나라들보다 40배나 많은 미국의 정치인들은 “지구온난화는 지금까지 알려진 최대의 사기극”이라고 말해 왔다.

이런 자들이 속한 소수 특권층 집단과 일반 대중이 겪는 지구온난화의 피해는 크게 다를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혹한과 가뭄이 닥칠 때마다 그 사회에서 가장 가난한 사람들이 대부분의 피해를 입는다. 한국에서 해마다 발생하는 홍수는 항상 서울 강남을 비켜 가는 듯하다. 전년에 수해를 입은 지역이 또다시 수해를 입게 된다.

그러나 각국 정부들은 이런 절박한 상황을 ‘이윤 창출’의 기회로 삼으려 한다. 노무현 정부는 “이산화탄소가 시장을 창출한다”며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에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지만 교토협약의 진정한 목표인 온실가스 배출 감축 의무는 피하려 안간힘을 쓴다.

따라서 인류 전체의 미래가 걸려 있는 중대한 문제를 기성 정치인들과 기업주들에게 맡겨 둘 수 없다.

우리는 인류가 발전시킨 생산력을 대폭 낮춰 자본주의 이전의 낙후한 상태로 되돌리지 않고도 기후 변화라는 파국을 피할 수 있다. 무엇보다 우리는 그런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인류는 자본주의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높은 유아사망과 짧은 수명, 기근과 유행병의 위협에서 벗어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려면 단순히 우리가 내복을 입고 전기 플러그를 뽑는 등의 행동을 강조하기보다는 어마어마한 에너지를 소비하면서도 인간의 필요에 제대로 부응하지 못하는 산업을 통제해야 한다.

지구온난화와 기후 변화는 정치 문제다.

이윤이 아닌 인간의 필요에 따라 생산과 분배를 결정하는 사회로 나아가게 할 광범한 대중행동을 건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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