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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보호소’ 화재 참사:
진짜 살인ㆍ방화범은 노무현 정부다

이주노동자노동조합은 여수 ‘보호소’ 참사를 “반인권적 단속·추방에 의한 제도적인 살인”이라고 규정했다.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도 이번 참사를 “한국이 어떤 사회인가를 보여주는 자화상”이며 “사람을 인간으로 취급하지 않고 있”는 “한국의 치욕”이라고 규정했다.

참사 이후, ‘보호소’가 얼마나 끔찍한 곳인지 대한 이주노동자들의 증언이 쏟아지고 있다. “이의를 제기하면 개XX라며 주먹으로 맞거나 발로 차이기도 했어요”, “보호시설에서의 4일이 마치 4년처럼 느껴졌습니다”, “13년째 한국에 체류하며 산전수전 다 겪어온 나였지만 그날만큼 무섭고 힘들었던 때가 없었습니다”, “좁은 반지하 보호실에 10명이 있었어요, 이불에선 냄새가 진동해 아예 덮지 않았습니다”, “실내 화장실은 악취 때문에 잠을 잘 수 없을 정도였어요. 샤워는 보호실을 나오는 날 단 한번 시켜줬어요.”

사고가 난 여수 ‘보호소’는 작년 가을에 10명이 기준인 보호실에 최대 18명을 입실시켜 지적을 받았던 곳이다. 2005년 이곳에 수용됐던 한 미국인은 “마치 돼지가 된 것처럼 밥을 쑤셔 넣고 청소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기억한다. 재작년에도 화재가 일어나 “철창 안에 갇힌 어느 누구도 안전한 곳으로 대피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진 바 있다. 그러나 출입국관리소와 법무부는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빽빽한 쇠창살 아래 사람을 가둬두고 환기시설과 스프링클러도 설치하지 않은 것이다.

‘비상사태’ 발생시 유일한 행동지침은 “재소자 탈출 방지”뿐이었다! 그래서인지 출입국관리소는 이번 참사 후 부상으로 병원에 누워있던 이주노동자들에게까지 “도주 우려”가 있다며 수갑을 채웠다!

이처럼 출입국관리소는 ‘탈출 방지’에만 충실했지 자체 규정도 지키지 않았다. 불이 난 3층에는 용역업체 직원 2명과 법무부 직원1명이 합동근무 해야 하지만 법무부 직원은 없었다. 3층에서 2층 상황실에 화재를 알리려 인터폰을 했지만 아무도 받지 않았다. 화재경보기도 울리지 않았다. 심지어 “시끄럽다”고 화재경보기를 껐다는 증언도 있다!

직원들은 불을 끄러 가면서 열쇠를 아예 챙기지도 않았고, 쇠창살문을 잠가둔 채 소화기를 뿌리는 사이 유독가스는 순식간에 퍼졌다. 보호실 열쇠가 한 뭉치로 돼 있어 구조대가 동시에 여러 문을 열 수도 없었다. 306호는 아예 열쇠를 찾지 못해 구조대가 문을 부쉈다. 이곳에서만 4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한 생존자는 “비명소리와 쇠창살을 두드리는 소리에 보호실 안은 지옥이었다 … 질식된 외국인들이 병원 치료를 요구했지만 5시간이 지난 뒤에야 병원에 올 수 있었다”며 분노했다. 치료받는 이주노동자들의 몸에서도 연기 냄새가 가시지 않을 정도로 처참한 상황이었다.

지옥

그러나 적반하장격으로 출입국관리소·경찰·언론은 끔찍하게 죽어간 이주노동자들에게 참극의 책임을 떠넘기는 악랄한 수작을 벌이고 있다. 직접적인 증거도 없이 ‘희생자’를 오히려 ‘가해자’로 둔갑시키려는 것이다.

혐의를 받는 이주노동자가 화재가 나기 전 CCTV를 가린 것이 문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감금도 모자라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보호소의 인권유린에 저항한 게 무슨 문제인가. 그는 3일에 한번 꼴로 CCTV를 가렸다고 한다. 부당한 감시에 대한 일상적 항의였고 방화혐의를 받을 만큼 특별한 행동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는 이전에도 CCTV 감시에 항의하다가 5시간 독방 감금 처벌을 받기도 했고 직원에 의해 땅바닥에 내던져지기까지 했다. 당시 그는 “목이 부어서 침을 삼킬 수 없을 정도로 아픈데도 여수 출입국이 치료를 해주지 않는다”며 괴로움을 호소했다.

화재 현장에서 1차 감식 때는 발견되지 않았다가 뒤늦게 ‘발견’됐다는 라이터는 이상하게도 화재와 무관하게 온전한 상태이다. 더구나 이주노동자들은 “처음 들어갈 때 알몸 수색”을 하기 때문에 “라이터라든지 담배는 아예 가지고 들어가지 못한다”고 말한다.

화장지로 CCTV를 가린 횟수, 2층에 있던 근무자 수, 신고 시점 등에서 검찰과 경찰의 발표가 서로 엇갈리고 수시로 말이 바뀌는 것도 의심스러운 부분이다.

백번 양보해 설사 이주노동자가 불을 냈다 하더라도 그것은 이주노동자를 짐승 취급하는 보호소에 대한 항의 표시였을 것이다. 보호소 생활을 경험한 이주노동자들은 “철창 속에 감금돼 있는 참담한 심정을 이루 말할 수 없다. 불이라도 지르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라며 치를 떤다.

이렇게 이주노동자들을 짐승 취급해 온 법무부와 출입국관리소는 피해자 가족들도 외면하고 있다. 유족들에게 연락도 하지 않았고, 언론 보도를 보고 찾아 온 유족들이 다른 희생자 가족에게 연락을 요구하자 “사망한 사람들은 범법자들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대꾸했다. 유족들은 사고 경위와 설명도 들을 수 없었고 사고 현장 방문도 가로막혔다.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대책위의 진상조사단 참가와 생존자 인터뷰도 모두 거부당했다.

따라서 노무현 정부의 법무부·출입국관리소야 말로 냉혹한 살인범들이며 방화범들이다. 고용허가제 하에서 6만 명의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을 단속·추방했고 연행 과정에서 많은 이들을 죽거나 다치게 했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주노동자도 많다. 이들은 이제 이주노동자들을 쇠창살 아래 화염 속에 죽어가도록 만들었다.

이 진짜 살인·방화범들이 반드시 처벌받아야 한다. 반인권적 ‘보호’ 시설은 당장 폐쇄돼야 하고 야만적인 단속·추방은 중단돼야 한다. 미등록 이주노동자 전면 합법화만이 참혹한 비극을 막을 해결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