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노무현 정부가 발표한 3·1절 특별사면자 4백34명의 명단에는, 그 동안 인권·사회 단체들이 줄기차게 석방을 요구해 온 1천여 명의 양심수들은 보이지 않고 박용성·권노갑·김현철 등 이름만 들어도 구역질나는 비리 재벌총수와 정치인들의 이름으로 도배돼 있다.

노무현은 반인권적인 법률과 제도, 사법부의 오판으로 피해를 입은 사회적 약자들을 보호하도록 헌법이 보장한 사면권을 이용해 악질 범죄를 저지른 기업주나 정치인들에게 면죄부를 주고 있다.

얼마 전 서울중앙지법의 설민수 판사는 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1백14명의 판결을 분석해서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대중의 법 인식이 진실임을 입증한 바 있다. 그의 논문을 보면, 연 매출이 1백억 원 넘는 대기업 운영자가 집행유예를 받을 확률은 83.33퍼센트인 반면, 노동자는 19.6퍼센트, 실업자는 고작 9퍼센트밖에 안 된다.

이번에 사면된 1백60명의 '경제인'들 가운데 실제로 징역살이를 한 자는 "삼성 봐주기 수사"라는 비난 여론 때문에 '재수 없이'구속된, 삼성 '황태자'이재용의 장인 임창욱(대상그룹 명예회장) 단 한 명뿐이다. 두산그룹 박용성은 2백80억 원의 돈을 횡령하고 2천8백억 원에 이르는 분식회계를 지시한 사실이 드러났는데도 집행유예라는 솜방망이 처벌을 받았다. 노무현이 이마저 없던 일로 해 줘 박용성은 두산중공업과 (주)두산의 경영주로 복귀할 채비를 하고 있다.

반면, 노무현 집권 4년 동안 구속된 노동자는 무려 9백21명이나 된다. 법원은 심지어 "출입금지 가처분"단순한 행정처분), "명예훼손"같은 경미한 사유로도 노동자를 전례 없이 법정구속까지 했다.

최근에는 국가보안법을 이용한 마녀사냥과 한미FTA 반대 운동 탄압에 따른 구속자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국제사면위원회가 양심수로 인정한 삼성일반노조 김성환 위원장은 설날을 맞아 감옥에서 임종을 지켜보지 못한 부모님 묘소에 성묘하고 아들의 졸업식에 참석하고자 일주일 간의 '귀휴'를 신청했으나 법무부한테 차갑게 거절당했다. 교도소에서 매달 시행하는 재소자 '분류심사'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분류심사'설문 내용이 "자위 행위를 몇 회 하는지"등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반인권적 내용들로 가득 채워져 있어 이를 거부했던 것이다. 그는 2월 6일부터 "분류심사제 철폐와 귀휴 보장"을 요구하며 11일 간 단식투쟁을 벌였다.

이런 사회에서 "법 앞에 평등"이라는 말은 어불성설이다. 자유민주주의의 기본인 '법치'마저 우습게 만든 노무현 정부가 "절차적 민주주의는 완성됐다"며 노동자·민중의 저항에 대해 '불법 파업·집회'를 들먹이는 것만큼 역겨운 일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