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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개발재원국제회의 - 신자유주의자들의 요란한 말잔치

UN개발재원국제회의 - 신자유주의자들의 요란한 말잔치

한상원

지난 3월 18일부터 닷새 동안 멕시코 몬테레이에서 유엔개발재원국제회의가 열렸다. 전 세계 인구의 20퍼센트에 이르는 10억 명의 빈곤층을 2015년까지 절반으로 줄인다는 취지로 열린 이 회의에 50개국 정상이 참가했다. 그러나 이들이 한 일이라고는 날로 심화되는 빈부격차에 대해 위선적인 말을 요란하게 늘어 놓은 것뿐이었다.

선진국들이 1인당 국내총생산 대비 0.7퍼센트를 빈국에 원조한다는 내용이 담긴 ‘몬테레이 선언’이 발표됐다. 회의에 참가한 조지 W 부시는 “2004년부터 3년 간 개발재원을 연간 100억 달러에서 150억 달러로 증액할 용의가 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국제적인 투기꾼 조지 소로스조차 “너무 작은 규모”라고 비판했다. 미국은 고작 국내총생산의 0.1퍼센트만을 빈국에 원조하고 있다.

이 선언에는 외채를 경감하고 빈국의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해 노력한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그러나 이러한 내용이 실현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회원국들에게 행동을 강제할 수 있는 아무런 근거도 없기 때문이다.

이 회의는 위선으로 가득 차 있다. 빈곤 퇴치를 내세우면서 초국적 자본이 투기할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몬테레이 선언’에는 외국인의 직접 투자 등 외부 민간 재원을 유치하기 위한 투자 환경을 조성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회의 참가자들은 전 세계 빈부격차를 해결하기는커녕 빈곤을 세계 곳곳으로 확산하고 있는 자들이다.

세계적 비참

신자유주의 세계화는 전 세계 민중들에게 빈곤을 강요하고 있다. 1998년에 세계빈곤감시(Global Poverty Monitoring)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남아프리카와 남아시아 인구의 40퍼센트 이상이 빈곤선 이하의 삶을 살고 있다. 동구권 스탈린주의 정권들이 붕괴하고 신자유주의가 동유럽을 강타하면서 이 지역에서 빈곤이 늘어나고 빈부격차가 더욱 확대됐다. 2000년 3월 14일 발표된 세계은행 보고서 〈빈자의 목소리〉 에 따르면, 세계 인구 60억 명 중 하루 2달러 미만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28억 명, 1달러 미만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13억 명이었다. 세계 인구 중 56퍼센트가 빈곤에 허덕이고 있다.

반면, 세계에서 하루에 20억 달러(2천6백억 원) 이상이 군사비로 지출되고 있다(〈월드워치 2002 보고서〉). 유엔개발계획(UNDP)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모든 어린이들에게 기초 교육을 제공하는 데 드는 비용은 60억 달러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1995년의 국방비 지출액은 8천억 달러에 육박했다! 세계 최고 부자 3명의 재산은 가난한 나라에 사는 6억 명의 연간 소득을 합친 것보다도 훨씬 많다. 사람들의 필요보다는 이윤을 우선시하는, 식량 지원보다 전쟁에 더 많은 돈을 쏟아붓는 자본주의 체제가 빈곤의 진정한 원인이다. 몬테레이에 몰려든 각국 정상들은 빈곤 문제 해결에 관심도 의지도 없다. 그들은 빈부 격차에 대해 제대로 된 어떤 대책도 내놓지 못했다. 이것이 몬테레이 회의장 밖에서 남미의 노동자·농민들이 빈곤 해결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던 이유다. 국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반자본주의 운동이 빈곤을 끝장낼 수 있는 희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