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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체류방지 종합대책”을 철회하라

“불법체류방지 종합대책”을 철회하라

김은영

김대중 정부는 지난 3월 12일 ‘불법체류방지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이 대책은 미등록 이주 노동자(‘불법 체류자’)들이 ‘자진’ 신고 기간(3월 25일∼5월 25일) 동안 신고하지 않으면 1년 뒤 추방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우리 나라에 있는 이주 노동자 33만 명 가운데 26만여 명이 미등록 이주 노동자다.

정부는 월드컵을 이주 노동자들의 억압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주 노동자들에 대한 단속이 강화되고 있다. 얼마 전, 법무부는 조선족 이주 노동자들의 집회를 막기 위해 ‘자진’ 신고 기간인데도 단속에 나섰다. 경찰은 이 집회에서 ‘불법체류자’들의 연설도 막았고, 구호를 외치고 행진하는 것도 허용하지 않았다.

정부는 앞으로 진행될 대대적인 마녀사냥을 위해 단속 인원을 대폭 충원할 예정이다. 이번에 쫓겨난 노동자들은 5년 후에나 다시 입국할 수 있다. ‘불법 체류자’에 대한 입국 규제 기간이 1년에서 5년으로 연장됐기 때문이다. 또, 미등록 이주 노동자들이 많은 나라 출신의 국민들은 한층 강화된 입국심사를 받게 된다.

정부는 “불법체류자들이 한국인들의 일자리를 잠식하고 범죄를 일으킨다”며 이주 노동자 단속을 정당화한다. 그러나 이주 노동자들이 한국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뺏는다는 것은 순전한 거짓말이다. 대다수 이주 노동자들은 인력난이 심각한 3D 업종에서 일하고 있다. 범죄자 취급에 대해 한 이주 노동자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범죄자가 아니다. 빈곤과 정부의 이주 노동자 정책이 우리를 ‘불법’ 인간으로 만들었을 뿐이다.”이주 노동자들이 ‘불법체류방지 종합대책’ 철회를 요구하며 싸우고 있다. 미등록 이주 노동자의 다수를 차지하는 조선족 동포들은 몇 차례 촛불 항의 시위를 벌였다. 4백여 명의 조선족 노동자들이 무기한 단식 농성에 들어갔다.

한 조선족 노동자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1천만 원에 가까운 빚을 지고 한국에 들어옵니다. 하지만 임금 체불이 잦아 돈을 벌기는커녕 빚 갚는 것도 최소한 1년 반은 걸립니다. 이런 우리더러 1년 내로 돌아가라고 하니 죽으라는 소리나 마찬가지입니다.”조선족 이주 노동자들은 적어도 5년은 체류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미국 등 선진국 동포는 환영하면서 조선족은 내쫓으려는 것은 분명한 차별이다. 정부는 조선족의 자유로운 왕래를 보장하고 취업의 자유를 허용해야 한다.

정부는 ‘불법체류방지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고용허가제도 곧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고용허가제는 제한된 조건 내에서 연간 20만여 명의 이주 노동자들을 합법적으로 고용하는 제도다. 그러나 정부는 여전히 연수취업제를 고집하고 있다.

현재 연수취업제는 합법적인 연수생 신분에서 이탈해 ‘불법 체류자’가 되는 통로다. 연수생들의 끔찍한 노동 조건과 터무니없이 낮은 임금 때문이다.

연수생들은 하루 12시간이 넘는 장시간 노동을 하면서도 20∼30만 원 정도의 저임금을 받아 왔다. 이탈을 방지한다며 임금의 일부인 15만 원 가량을 은행에 강제 적립했다. ‘현대판 노예제도’인 연수취업제는 폐지돼야 한다.

이주 노동자들은 정부의 ‘불법체류방지 종합대책’과 연수취업제 유지 정책에 맞서 계속 항의 행동을 벌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