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 동안 삼성 ‘무노조 경영’에 맞서 싸웠고, 아직도 감옥에 갇혀 있는 김성환 삼성일반노조 위원장이 최근 책을 펴냈다. 《골리앗 삼성 재벌에 맞선 다윗의 투쟁》(삶이보이는창)은 말 그대로 ‘골리앗 삼성’의 횡포를 폭로하는 한편, 이에 맞선 저항을 기록하고 있다.

삼성 ‘무노조 경영’ 역사는 그야말로 끔찍하다. 김성환 위원장은 삼성중공업, 삼성SDI 수원공장과 부산공장, 삼성에스원, 삼성캐피탈, 아르네삼성, 신라호텔, 삼성플라자, 수원 삼성전자, 삼성전자 애니스, 신세계 이마트 등등 삼성 계열사들에서 수많은 노동자들의 노조 건설 노력이 야만적인 납치·미행·감금·폭행 등으로 어떻게 무너졌는지를 통렬하게 고발한다.

삼성은 ‘실력 저지’가 쉽지 않으면 복수 노조 금지 원칙을 악용하기도 했다. 삼성중공업은 10분, 호텔신라는 40분, 에스원은 20분 먼저 사측이 유령노조 설립 신고 서류를 냈다.

아르네삼성의 경우, 사측의 온갖 방해와 노조 설립 신고 서류 탈취 시도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노동자의 지지 속에 노조가 세워졌다. 그러자 삼성은 아르네삼성 주변에 철제 담장을 쳐 다른 공장 지역과 분리시키고, 심지어 아르네 노동자들이 다른 노동자들과 함께 섞이지 않도록 구내식당과 통근버스 사용조차 금지했다.

이 책에는 이런 극악한 노무 관리의 절정을 보여 주는 “인력 구조조정에 따른 시나리오 및 대응 방안” 보고서도 실려 있다. 이 보고서에는 노사협의회를 회유하기 위한 “마음 관리”(회식과 단합대회), 관공서 업무 담당자 “내 사람화”(로비) 계획, 노동자 항의 행동시 상황별 대응 방법, “인간적인” 설득 요령, 노사 협상 결렬시 설득 논리 등의 경악할 만한 내용이 상세히 적혀 있다.

삼성은 김성환 위원장이 이 보고서를 포함해 부당노동행위 사례를 모아 자료집을 냈다는 이유로 2005년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에 관한 법률 위반’과 ‘명예 훼손’ 혐의로 고소해 투옥시켰다.

X파일

그러나 정작 끊임없이 부정과 비리를 저지르고 ‘X파일’ 사건으로 온 나라를 뒤흔든 삼성의 소유자들과 경영자들은 지금 온갖 부귀영화와 자유를 누리고 있다.

‘X파일’로 불거진 2002년 대선 자금 수사는 “관계자들이 모두 해외로 출국해버렸기 때문”에 종결됐다. 1997년 대선 때 이회창 동생 이회성이 삼성한테 60억 원을 받은 것이 밝혀졌는데도, 2002년 대선 때 삼성한테 30억 원을 받은 노무현이 직접 나서 “수사가 바람직하지 않다”며 무마해 흐지부지됐다.

삼성 부회장 이학수는 ‘X파일’ 사건으로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지만 1년도 안 돼 사면 복권됐다. 반면, 국제사면위원회가 양심수로 선정한 김성환 위원장은 돌아가신 부모님 제사를 지내기 위한 귀휴(휴가) 요청조차 거부당했다!

그러나 마치 무소불위처럼 보이는 삼성의 이런 권력에 맞선 투쟁들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2005년 삼성 회장 이건희는 4백억 원 기부 대가로 고려대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으러 왔다가 학생 시위에 부딪혀 큰 망신을 당했다. 학교 당국은 필자를 포함해 이 시위를 주도한 학생들을 출교시켰지만, 출교 학생들은 아직도 전혀 굴복하지 않고 계속 싸우고 있다.

최근 〈시사저널〉기자들의 파업은 주요 14개 언론사 광고 수입의 10퍼센트를 차지하는 삼성의 언론 통제가 결코 완전하지 않음을 보여 줬다.

김성환 위원장의 옥중 서신과 법정 진술문을 읽다 보면, 삼성과 국가의 탄압에도 굴하지 않고 꿋꿋이 싸워온 한 투사의 결연한 의지가 가슴을 울린다. 한국 사회에서 삼성의 오만함이 평범한 사람들에게 무릎 꿇을 때까지 우리 ‘다윗’들의 투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