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프레시안〉이 다룬 ‘우리은행 모델’ 연속 기사의 결론은 “[비정규직 차별 해소의] ‘결승선’이 아니라 마라톤의 ‘출발선’”에 섰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은행이 도입한 분리직군제는 이미 ‘노동자 차별 마라톤에서 우수한 성적으로 결승선을 통과한 제도’다. 특히, 금융산업에서는 출발선에 선 실험적 제도가 아니라 노동자들에게는 그 악랄함이, 사용자들에게는 그 효용성이 입증된 차별 합리화 제도다.

그래서 민주노총 사무금융연맹은 최근 분리직군제의 차별 실태와 반대 근거를 제시한 자료집까지 내며 우리은행 사례를 반박하고 나섰다.

대한생명에서는 정상 승진시 근속년수 28년에 해당하는 별도 사무직군의 노동자 연봉이 종합 직군의 신입사원 연봉보다 낮다.

우리은행 직군제에서는 여성 계약직이 25년을 근속하고 과장 직급에 해당하는 마스터까지 승진한다 해도, 동년배 정규직 남성 노동자 임금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대졸 신입사원 남성 정규직 임금의 90퍼센트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한겨레21〉648호도 직무급제는 자의적인 직무 가치평가 기준 때문에 오히려 “정규직과의 임금 격차가 더 크게 벌어지면서 고착화”될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분리직군제는 주로 여성 노동자 차별에 악용되고 있다.

하나은행에는 FM/CL직군이라는 ‘정규직’ 분리직군제가 이미 있는데, 사무지원 업무만 담당하는 이 직원들은 입사 동기인 직원들과의 임금 격차가 3대 2 수준에서 계속 확대됐다.

그래서 2004년부터 노동조합은 직군제 폐지 투쟁을 벌이고 있고, 노동부도 남녀고용평등법 위반이라는 판정을 내렸다.

차별

최근, 분리직군제 폐지를 요구하며 하루 파업을 벌인 하나증권도 차별적인 사무직군 소속 직원이 모두 여성 노동자다.

이처럼, 분리직군제가 존재하는 기업들에서 노동자들의 공통된 요구는 ‘차별적 분리직군제 폐지’다.

김금숙 사무금융연맹 여성국장은 “과거 여성 노동자들이 싸워서 폐지시킨 여행원 제도를 이제 다시 [분리직군제로] 도입하는 것이 해법인 양 말하는 것은 전선을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폐해가 이미 검증된 제도를 노동운동 일부와 진보 언론들이 단계별 차별 시정 전략으로 포장하는 것은 옳지 않다. 특히, 하나은행 차별 직군제 폐지를 요구했으나 아직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금융노조가 우리은행 사례를 ‘출발선’으로 보는 것은 자가당착이다.

오히려, 씨티은행에 맞서 18일간 파업을 벌인 끝에 하나은행과 비슷한 분리직군제를 철폐한 한미은행지부의 사례가 확산돼야 할 모범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규직의 양보가 아니라 상향 평준화를 요구하는 정규직·비정규직 단결 투쟁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