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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7일 이라크 침략 4년 반전 행동에 동참하자

이라크 점령이 4년을 맞이한다. 그 동안 부시의 전쟁은 이라크는 물론 미국 국내와 세계 곳곳에서 커다란 저항에 직면했고 그만큼 타격을 입었다.

전쟁이 촉발한 정치 위기는 전쟁을 지지한 부시의 동맹들도 뒤흔들었다. 최근 이탈리아에서는 아프가니스탄 파병 연장안이 상원에서 부결되자 총리가 사퇴했다. 파병 연장안 부결 직전인 2월 17일에는 비첸사에서 10만 명이 미군기지 확장 반대 시위를 벌였다.

영국 총리 토니 블레어도 이라크 주둔 영국군 감축 계획을 내놓았다. 물론 이라크에서 돌아온 병력의 일부를 아프가니스탄에 재배치할 것 같다. 그러나 그 시기가 공교롭다. 얄궂게도 “부시의 푸들”은 부시가 온갖 비판을 무릅쓰고 미군 증파를 추진하고 있는 마당에 감군 계획을 내놨다.

그러나 반전 운동이 갈 길은 아직 멀다. ‘테러와의 전쟁’은 끝나지 않은 데다, 부시와 네오콘들이 또 다른 야만을 획책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그 동안 쌓은 성과를 딛고, 새롭게 제기되는 도전에 맞서야 한다.

먼저, 지금 부시는 사활적인 전선인 이라크에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11월 중간선거 패배와 올해 1월 27일 워싱턴 50만 반전 시위에도 불구하고 2만 1천5백 명 규모(사실상 그 두 배 규모가 될 듯하다)의 증파를 강행하고 있다.

미국이 벌이는 “테러와의 전쟁”의 진정한 목적은 냉전 이후, 경제적으로 다극화하는 세계 질서 속에서 여전히 압도적인 자신의 군사력을 적극 활용해 잠재적 경쟁 강대국들에 맞서 미국의 패권적 지위를 유지·강화하려는 것이다.

‘증파’

그러나 그들의 전략은 목표 달성은커녕 이라크 수렁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다. 이 상황은 특히 중동 지역에서 모순적인 결과를 빚었다.

첫째, 미군이 이라크에서 처한 곤경은 중동 전역의 저항 운동에 자신감을 불어넣었다. 지난해 팔레스타인에서는 반제국주의 저항 운동 단체인 하마스가 선거에서 승리했고, 레바논에서는 헤즈볼라가 레바논 대중의 지지에 힘입어 이스라엘의 침략을 물리쳤다.

둘째, 이라크 전쟁 이후 중동 전역에서 이란의 위상이 크게 높아졌다. “미 외교 전문지 〈포린 폴리시〉는 … 이라크 전쟁의 최대 승자로 이란을 꼽았다.”(〈프레시안〉2월 22일치)

원래 이란은 ‘테러와의 전쟁’의 핵심 목표 중 하나였다. 하지만 지금 이라크에서는 무크타다 알 사드르가 이끄는 마흐디 군 같은 친(親)이란 성향의 저항 조직이 세를 키웠고, 이란의 지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진 헤즈볼라도 지난 여름 전쟁의 승리로 중동 전역에서 명성을 얻었다.

셋째, 부시의 이라크 수렁과 이란의 위상 강화는 다른 제국주의 국가들과의 경쟁에서 미국에 불리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포린 폴리시〉는 “미국이 이라크 전쟁의 수렁에 빠져 있는 동안 중동에서 급격하게 영향력을 늘린 중국”을 이라크 전쟁의 다섯번째 수혜자로 꼽았다.

이 세 요인들은 서로 결합돼 미국의 패권 약화 추세를 부추기고 있다. 그리고 네오콘들이 보기에 이란은 이 세 요인들을 연결하는 핵심 고리다.

따라서 부시에게 이란 공격은 미치광이의 정신나간 계획이 아니라 나름의 목표와 논리를 지닌 집단의 일관성 있는 정책 목표라 할 수 있다.

6자 회담에서 2·13 합의가 이뤄진 뒤 일부 언론과 논평가들은 미국이 이란의 핵 개발 문제에 대해서도 비슷한 해결 방법을 채택할 가능성을 점친다.

그러나 이란과 북한은 경우가 다르다. 역설이게도, 2·13 합의는 부시가 이란과 중동에 집중하기 위해 잠시 북한 문제를 미뤄둔 것일 뿐이다. 살을 주고 뼈를 취할 작정인 것이다.

이 점에서 노엄 촘스키의 지적은 새겨들을 만하다. 미국이 왜 이란과 북한을 다르게 대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미국에게 북한 문제는 이란 문제보다 훨씬 덜 중요하다. 솔직히 말해 나는 이란 문제가 핵무기와는 큰 관련이 없다고 생각한다. … 북한과 달리 중동의 중요성은 전 세계 에너지 공급원의 중심이라는 데 있다.”

2·13 합의의 진정한 교훈은 미국이 중동에서 위기를 겪을수록 한반도 등 다른 지역 개입 능력도 제한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한반도 위기라는 관점에서 보더라도 반전 운동은 미국 제국주의 위기의 약한 고리를 계속 두들길 필요가 있다.

3·17 국제공동반전행동 건설은 위기에 처한 제국주의의 야만에 맞서 희망을 건설하는 일이다. 우리가 아니면 다른 어느 누구도 이 일을 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