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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외국인 보호소의 비극은 끝나지 않았다

여수 외국인 보호소 화재 참사 사건을 대하는 정부의 태도는 위선과 파렴치함 그 자체다. “방화”라며 소란을 피우던 자들이 아직 뚜렷한 증거조차 밝히지 못하고 있다.

유가족들은 처참하게 죽어간 자신의 가족들이 왜 이 끔찍한 수용소에 갇히게 됐는지, 얼마나 오랫동안 구금돼 있었는지 아무 것도 듣지 못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래서 지난 3월 2일 몇몇 유가족들은 “이미 20여 일 간의 고통스러운 시간이 흘렀지만 한국 정부는 가족들의 아픔은 염두에도 없는 듯”하다고 항의하는 서한을 정부에 보내달라며 여수공대위를 찾았다.

그도 그럴 것이 법무부는 3월 2일 부상자들이 입원해 있는 병원에 직원들을 보내 아직 치료가 끝나지도 않은 환자들을 강제 퇴원시켰다.

10명의 목숨을 앗아간 참사가 발생한 여수 외국인 보호소는 여전히 폐쇄되지 않고 있다.

정부는 아직도 이주노동자 단속을 지속하고 있다. 지난 2월 26일 임신 7개월 된 필리핀 여성 레티는 길거리에서 10여 명의 단속반에게 붙잡혀 끌려갔다. 그녀는 자신이 임산부라고 한참을 호소했지만 단속반은 “니가 임신을 했든 말든 상관없다. 너는 미등록이니까” 하며 외면했다.

이번 참사 사건에 분명한 책임이 있는 노동부도 파렴치하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2월 23일 노동부는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노조 결성권을 인정한 서울고등법원의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했다.

노동부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의 체류 자격이 ‘불법’이라는 이유를 들어 체불임금·퇴직금 등의 진정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는다.

여수 화재 참사 사망자 중 다수가 체불임금을 받기 위해 계속 구금돼 있었고, 에르킨 씨는 무려 1년 가까이 장기 구금돼 있다 참변을 당했다.

2003년 인권위 조사에 따르면 미등록 이주노동자 2명 중 한 명이 임금 체불을 경험했다. 이런 일들이 10명의 무고한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아놓은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일말의 책임을 느끼기는커녕 뻔뻔스럽게 시간을 끌어 유가족들이 지쳐 흐지부지 되기를 기다린다. 또, 책임자 처벌이랍시고 당일 근무했던 몇몇 직원들을 사법처리하는 정도로 봉합하려 할 듯하다.

그러나 이 참사는 이주노동자를 범죄자 취급한 정책 그 자체가 만들어낸 비극이다. 따라서 이주노동자 단속·구금·추방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해온 법무부 장관을 비롯한 진정한 책임자들이 물러나고, 이 정책들을 즉각 중단하는 것이 진정한 재발방지책이다.

이런 해결책은 대정부 항의 운동의 지속과 확대를 통해서만 쟁취할 수 있다. 3월 4일 대구에서는 2백여 명이 모여 규탄집회를 열었고, 3월 5일 청주에서도 집회를 했다. 서울·대구·인천·부산·여수 등에서는 서명 운동 등의 캠페인이 지속되고 있다.

‘여수 외국인보호소 화재 참사 공대위(서울)’는 이 사건을 계기로 각 지역에서 건설된 공동 행동 조직들에 전국적 캠페인을 함께 할 것을 호소하고 있다.

이 운동에 각 지역 민주노총 소속 조합원들의 참가가 눈에 띤다. 민주노총 지도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한국 노동자들이 이주노동자 방어 운동에 나서도록 적극 독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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