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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인터뷰:
“침략 전쟁 동참이 윤장호 하사를 희생시켰습니다”

이번 참사의 원인과 책임이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먼저 안타깝게 유명을 달리한 고(故) 윤장호 하사의 명복을 빕니다. 제2의 윤 하사가 있어서는 안 됩니다. 이번 참사는 탈레반 관련자로 알려진 무장세력이 바그람 기지를 공격하는 과정에서 아프가니스탄에 파병된 우리 군부대 통역병 윤 하사가 희생된 사건입니다. 지난 6년 동안 한국은 ‘대(對)테러 전쟁’ 참가라는 명목으로 아프가니스탄에 우리 병사 3백여 명을 파병했습니다.

아프가니스탄 점령이 비인도적 침략 행위라는 근거는 많습니다. 특히 [미국은] 탈레반 관련자로 지목된 사람들을 불법 구금하고 수사를 빙자해 고문해 왔습니다. 또, 이들이 재판받을 권리와 포로로 대우받을 권리조차 배제해 왔습니다. 바로 이 불법 구금의 현장이 [한국군이 머물고 있는] 바그람 기지입니다.

그런데 한국군은 6년 동안이나 이 전쟁의 성격을 평가하지도 않은 채 다국적군을 지원하는 공병·의료 부대 파견을 관성적으로 연장해 왔습니다. 바로 이 과정에서 결국 윤 하사가 희생된 것이죠. 따라서 책임은 ‘대(對)테러 전쟁’ 참전을 6년 동안 지속해 온 한국 정부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정부·한나라당·주류 언론들은 이번 사건을 ‘테러’로 규정했는데요.

미국과 한국 정부는 ‘테러’ 개념을 자의적인 이중잣대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우리 군이 ‘전쟁’에 참가하고 있다고 말해요. 그런데 교전 상대방이 미군 부대를 향해 육탄 공격을 감행했는데, 이걸 ‘교전’이라고 말하지 않고 ‘테러’라고 부르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습니다.

이스라엘군이 레바논 민간인을 폭격했을 때, 한국 정부는 이걸 ‘테러’라고 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유엔 인권이사회가 이 문제에 대해 조사위원회를 구성하려고 표결했을 때 한국은 아예 기권했어요. 대체, 교전 상대 군인에 대한 육탄 공격과 민간인 폭격 중 어느 쪽이 더 ‘테러’에 가깝습니까?

정부와 보수정당·언론이 이번 사건을 ‘테러’라고 규정하는 데는 다른 의도가 있습니다. 이번 사건이 ‘예외적’이고 ‘우연한’ 것이고, 우리 군은 이런 공격을 받을 만한 나쁜 짓을 한 적이 없는 무고한 세력이라고 말하고 싶은 겁니다. 말하자면 우리가 ‘대(對)테러 전쟁’이라는 이름으로 침략과 점령, 비인도적 통치에 관여하고 있다는 점을 숨기려는 것이죠.

정부는 다산·동의 부대가 ‘재건·의료 지원 사업’을 벌여 왔고, 그 때문에 안전에 큰 문제는 없다고 말합니다. 이것이 사실입니까?

국회 사이트에서 ‘아프가니스탄 파병 동의안’을 검색하면 아무 자료도 안 나옵니다. 그런데 ‘대(對)테러 전쟁 파견 동의안’은 검색이 됩니다. 다시 말해, 아프가니스탄 파병군은 [정부도 인정하는] ‘대(對)테러 전쟁’ 참전 군인인 셈입니다.

임무도 ‘다국적군을 위한’ 건설 활동, ‘다국적군을 위한’ 진료 임무 등이지, 인도적 지원은 임무가 아니에요. 인도적 지원을 위한 예산은 아예 책정돼 있지도 않았습니다.

아프가니스탄에 다녀온 전역 장병의 말처럼, ‘한국도 미군을 지원한다’는 식의 정치적 효과를 노린 ‘종합선물세트’ 형 파병이었지 아프가니스탄 주민들을 위해 뭔가 구체적인 임무를 지닌 파병이 아니라는 겁니다. 이 때문에 저항세력들은 다국적군과 한국군을 구분하지 않는 거죠.

현재 한국 정부는 이라크에 자이툰 부대를 파병하고 있고, 레바논에 특전사 중심의 전투병 파병을 강행하려 합니다. 이런 파병들은 어떻게 보십니까?

이라크에서는 미국의 방조 아래 종파간 갈등이 악화하고 있습니다. 미군의 이라크 증파는 이런 갈등을 줄이기보다는 더 심화하고 내전 상황을 더 악화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게다가 만약 미국이 이란 공격을 시도한다면, 미 지상군이 주둔하는 이라크와 이란의 접경 지대에 끼인 아르빌의 한국군이 더 위험해질 수 있습니다. 지난해 말에 정부가 민간기업의 아르빌 진출을 허용했는데, 이건 큰 실책입니다. 제2의 김선일 사건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레바논 파병은 이스라엘의 공습을 막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헤즈볼라를 무장해제하지도 못할, 불필요한 파병입니다.

정부는 인도적 지원을 내세우지만 사실 유엔 PKO 임무에 인도적 지원 임무는 없습니다. 도리어 이스라엘이 공습을 재개할 경우 난민들의 PKO 캠프 접근을 막는 악역을 맡게 될 겁니다. 게다가 우리 군대가 주둔하게 될 티르 지역은 이스라엘 국경과 리타니강 사이에 있는 아주 위험한 지역이에요. 이스라엘군은 유엔군 기지도 공습한 사례가 있습니다.

레바논에 보내야 할 것은 군대가 아니라 인도적 지원 물자와 민간 재건 전문가입니다.

오는 3월 17일 국제공동반전행동이 있을 예정입니다. 반전 운동이 우려하고 경고해 온 비극이 현실이 된 상황에서 이번 집회가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십니까?

한국은 이미 지난해 겨울 정기국회에서 아프가니스탄 파병군을 2007년 말까지 철수하기로 결정한 바 있습니다. 말씀드렸다시피 아프가니스탄에서 한국군이 하는 일은 없습니다. 설사 구체적 임무가 있더라도 다국적군을 지원하는 일을 더 할 이유는 없어요. 지금 당장 철수해야 하는 거죠.

우리는 지난 6년 동안 국제적 반전 행동에 함께해 왔습니다. 이라크 침략 이후 4년째 매년 3월 20일을 전후해 국제공동반전행동을 해 오고 있죠.

이번 3·17 집회는 윤 하사의 죽음과 같은 비극이 재발하지 않도록 이라크·아프가니스탄 파병 부대의 완전 철수를 요구하는 사회적 목소리를 높이는 계기가 될 겁니다. 또, 국제적으로는 이미 그 패권적 본질과 비인도적 결과가 검증된 ‘대(對)테러 전쟁’의 종언을 알리는 지구적 연대의 장이 될 겁니다.

패권주의·제국주의·군사주의는 지구 도처에서 좌절되고 있습니다. 반면, 반전·평화를 위한 호소는 더욱 큰 울림을 형성해가고 있습니다. 3·17 집회는 한국과 지구촌에서 반전 운동의 궁극적 승리를 한 걸음 앞당길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