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1일 열린 민주노동당 당대회는 대선을 앞둔 역동적인 현 정세를 반영하듯 많은 당원들의 관심 속에서 시작됐다. 지난해 당대회보다 3백여 명이나 더 많은 1천여 명의 대의원들이 참석했다.

사전 행사에서 당의 유력 대선후보들인 권영길·노회찬·심상정 의원이 대선 승리를 다짐하는 열띤 발언으로 대회장을 달구었다.

당대회의 첫 안건인 회순 통과에서 김어진 대의원이 2007년 사업계획을 먼저 다룬 뒤에 대선과 관련된 당헌 개정을 다루자는 회순 변경 수정안을 제출했지만 찬성이 4백36명에 그쳐 아깝게 부결됐다.

2007년 사업계획에서 올해의 정치 방침을 논의하고 난 뒤에 지도 체제와 당헌 개정을 비롯한 제도 개선과 조직 방침을 다루는 게 훨씬 논리적인데도 말이다.

두번째 안건은 대의기관의 역할과 임기 조정에 관한 것이었다. 당대회 개최 간격과 대의원 임기를 1년에서 2년으로 연장하고 예결산 심의·의결 권한을 중앙위원회로 이관하자는 것이 원안의 주요 내용이었다. 당대회를 매년 하는 데 비용이 많이 들고 사전 토론도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러나 정치적 역동성이 큰 시기에 당대회를 2년에 한 번씩 개최한다면 급변하는 정치 현실에 제때 대응하지 못할 수 있다. 또, 예결산 심의·의결 권한과 함께 사업계획까지 중앙위원회로 이관된다면 당의 1년 주요 정치 활동 방향과 내용이 당대회에서 논의되지 않을 것이고, 그리 되면 당대회가 당면한 전술·전략 문제에 개입하지 못하게 될 공산이 크다.

다행히도 예결산 심의·의결 권한과 사업계획 이관 안건은 부결됐지만, 대의원과 중앙위원 임기가 2년으로 연장됐다. 대의원·중앙위원의 1년 활동 평가라는 당대회의 의미가 줄어들고 새롭게 성장하는 당원들이 대의기구에 포함될 수 있는 기회가 조금 줄어든 것은 아쉽다.

제도 개선과 관련된 두번째 안건은 당대표가 정책위의장과 사무총장을 임면하고 최고위원 숫자를 9명으로 줄이는 것을 골자로 한 지도 체제 개편안이었다. 신속한 당론 결정, 집중과 견제의 작동을 위해 필요한 조처라는 설명이 덧붙여졌다.

그러나 당 지도력의 위기는 당3역을 따로 선출한 데서 비롯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일심회'사건 때처럼 민주주의를 단호히 방어해야 할 때 그렇게 하지 않거나 '사회연대전략'처럼 계급 협력주의적 정책을 추진하는 데서 비롯한다. 또, 당대표가 정책위의장과 사무총장을 임면하는 것은 견제와 균형이 아니라 당대표 권한 강화를 의미한다.

다행히 대의원들은 이 안건도 부결시켰다.

대선

가장 뜨거운 쟁점은 올해 대선을 앞두고 당의 대선후보 선출권을 당원에게만 줄 것인지(당원 직선) 아니면 당 밖에도 개방할지(개방형 경선)를 결정하는 것이었다.

개방하자는 제안에 대한 표결 결과, 당헌 개정안 통과선인 재석 인원의 3분의 2에서 겨우 38표가 부족해 당헌이 개정되지 못했다. 그럼에도 대의원들의 다수(63퍼센트)가 당의 문호를 개방해 진보 세력들을 아우르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방안에 지지를 보냈다.

이번에 당대회에서 결정된 사항은 민주노동당의 대선후보 선출 방식에 관한 것이다. 그러나 민주노동당은 먼저 진보진영의 단결과 후보 단일화를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하고 또 그럴 수 있는 가능성이 여전히 있다.

2006년 사업평가 보고가 끝난 뒤 이영진 대의원은 노사관계로드맵 투쟁 평가를 당대회에 제출하지 않은 것을 비판했다. 특히, 그는 지난해 12월 8일 노사관계로드맵의 환노위 통과 때 당의 미온적 대응을 비판했다. 이에 대해 이해삼 최고위원은 당시 단병호 의원이 환노위에서 반대표를 던진 것을 언급하며, 일부 언론이 사실을 잘못 보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당시 의원단은 환노위 점거 등을 통한 악법 저지라는 대안을 채택하지는 않고 소극적으로 반대표만 던졌다. 이 사실로 볼 때 의원들과 지도부가 사실상 로드맵 통과를 묵인했다는 비판은 전혀 근거 없는 것이 아니다.

이어서 노현기 대의원은 북한 핵실험 때 당이 한반도 비핵화라는 당론을 분명하게 지키지 않아서 당의 지지율이 하락했다며 수정안을 제출했다. 이에 정진희 대의원은 노현기 대의원의 주장이 모호할 뿐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즉, 북한 핵은 미국의 대북 압박의 결과인 만큼 북한 핵과 미국의 대북 압박을 양비론적 태도로 비판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노현기 대의원의 수정안은 부결됐다.

뒤이어 2006년 결산과 감사 보고 때 진보정치연구소의 부패에 분노한 많은 대의원들의 성토와 질책이 잇따랐다. 그러나 당대회 성원 확인 요청에 따라 정족수 미달이 확인되자 당대회는 유회했다.

이번 당대회에서 2007년 사업계획에 진보진영 단결과 후보 단일화 노력을 대선 사업방침으로 포함시키려던 김인식 대의원의 수정안이 논의조차 되지 못한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당대회는 끝났지만, 급변하는 역동적인 정세 속에서, 민주노동당이 어떻게 진보진영의 단결을 이끌어 대선에 성공적으로 대응할지 계속 논의하고 추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