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읽기 전에 연결기사 '북미 뉴욕회의 - 평화의 길은 예정돼 있는가'를 읽으십시오.

자주계열 활동가들은 북한의 ‘선군정치’가 미국을 굴복시켰다고 생각한다.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는 “핵시험으로 세계 4강 군사력을 지닌 강대국의 반열에 올라”선 북한이 “강대국들을 쥐락펴락 하면서 21세기를 우리 민족의 세기로 만들어 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미국이 유화 제스처를 취해야 했던 이유는 따로 있다. 미국은 이라크 수렁에 빠져 있으면서도 이란을 손봐줘야 하는 상황이다. 미국에게는 현재로선 북한보다 중동이 비할 바 없이 중요하다. 세계 자본주의의 핵심 자원인 석유 산출 지역에서 패권을 유지할 수 있는지가 향후 미국 제국주의의 향배와 운명을 좌우할 것이다.

그래서 중동 지역은 역사적으로 세계 열강의 각축장이었다. 그리고 영국·프랑스 등 전통적으로 중동을 지배했던 열강뿐 아니라, 이제는 미국이 이라크 수렁에 빠진 틈을 타 독일·중국·러시아도 이 지역에서 영향력을 강화하려고 뛰어들었다.

2003년 미국이 6자회담을 시작한 이유가 바로 이라크 침략을 준비하며 북한을 묶어두려는 것이었다. 미국이 이번 회담을 재개한 목적도 중동에 힘을 집중하기 위해서다. 2·13 합의는 미국이 이란 문제에 집중할 시간을 벌어 줬다. 한국국방연구원은 “북한이 얻은 외교적 여유 이상으로 이란은 더 큰 부담을 가지게 된 셈”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2·13합의가 북한의 선군정치 때문이고 “미국은 이제 제3세계 나라들과 전쟁하려는 생각을 버리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고, “제국주의는 영영 역사의 박물관으로 사라지게 된다”(〈자주민보〉)는 것은 사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다. 이런 태도는 미국 제국주의의 결정적 아킬레스건인 중동 전쟁에 반대하는 대중 저항을 경시하게 만든다.

제국주의를 북미관계로만 협소하게 보는 관점을 가진 사람들은 북미관계 정상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됐고, 이에 따라 한반도 평화·동북아 평화가 이미 결정된 수순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면 대중운동이 해야 할 일은 많지 않을 것이다. 다만, 이 과정을 방해하는 수구 냉전 세력의 준동만 견제하면 된다는 실천적 결론으로 나아갈 수 있다.

이는 올해 대선에서 진보진영 단결의 범위와도 관련 있다. 가령 민경우 한미FTA저지범국본 정책기획팀장은 ‘민주노동당 중심’을 말하면서도 천정배의 ‘민생정치 그룹’을 민주노동당과 함께 “신자유주의 시정 세력”에 포함한다.

또, 민경우 동지는 2005년 “김정일-정동영 회담을 통해 남북관계 발전의 토대를 놓”은 것과 같은 지배자들 사이의 정치 협상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듯하다.

그리 되면 이라크·아프가니스탄·레바논 파병 등에 맞선 반전 운동 건설에 미온적일 수 있다. 따라서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를 건설할 수 있는 진정한 힘을 간과하게 될 수 있다. 〈맞불〉32호에서 김하영 동지가 지적했듯이, 2·13합의의 미래는 상당 부분 중동 정세에 달려 있다. 그 점에서 파병 한국군 철수와 미국의 중동 전쟁에 반대하는 운동이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와 관련해서도 더욱 중요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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