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불〉36호에 실린 “지지율 끌어올리려는 아베의 위안부 망언” 기사에서 필자는 최근 아베의 우익적 태도가 위기를 만회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국내 언론들도 대부분 아베의 발언이 7월 참의원 선거를 의식한 극우 결집용이라고 분석하는 듯하다.

그러나 아베가 ‘위안부 망언’과 ‘납치 문제’에서 보인 일련의 태도를 ‘지지율 만회하기’로만 여기는 것은 협소하다.

‘위안부’ 망언 사건은 북핵 대응에서 미국과 일본의 일시적 긴장과 갈등을 반영하고 있다.

6자회담 합의문 발표 뒤 미국이 북한을 테러 지원국에서 해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일본 주류 지배 세력들은 불만의 목소리를 높였다. 2·13 합의 이후 북-일 회담을 앞두고 아소 다로 외상은 지난 3일 “일본인 납치자 피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북한에 1엔도 지원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60여 년 전의 인권 침해(위안부)에는 눈을 감으면서 20여 년 전의 인권 침해(납치)에만 집착’하는 일본의 이중적 태도는 북한을 알리바이 삼아 일본의 군국주의를 정당화려는 것이다.

일본이 ‘납치 문제’ 우선 해결을 요구하며 2·13 합의에 어깃장을 놓는 것은 북한에 대한 미국의 양보가 곧 일본의 ‘북한 알리바이 삼기’ 명분을 약화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대중국 관계와 중동에서 겪는 위기 때문에 일시적으로나마 북한과 유화 국면을 유지하려 하지만 ‘보통국가화’를 추구해 온 일본 지배자들은 북핵 사태를 빌미로 군국주의화에 속도를 내고 싶어한다.

남미와 중동에서 ‘위안부’ 못지 않게 여성들을 강간하고 성고문해 온 미국은 위선적이게도 일본의 입지를 약화시키려고 ‘위안부’ 문제를 지렛대 삼아 일본을 비난했다.

토머스 시퍼 주일 미국 대사가 “일본이 (옛 일본군의 위안부 동원 개입 인정하고 사죄한) 고노 담화를 후퇴시키는 것으로 미국민들이 받아들이게 되면 파멸적 영향이 있을 것”이라 고 경고했고, 미국 언론들도 일본이 “아시아의 이웃 국가뿐 아니라 동맹국인 미국의 신뢰도 잃게 하고 있다”며 일본 길들이기에 나섰다.

아베의 망언은 일본의 독자적 행보를 단속하려는 미국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이다.

그러나 미일동맹의 의견차가 전략적 동맹을 파기할 만큼 당장 확대될 것 같지는 않다.

미국의 강경한 경고에 3월 11일 ‘위안부’ 분들에게 사죄한다며 아베가 한발 물러섰다. 미국도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일본과의 전략적 동맹을 유지하고 북핵 문제, 이라크 전쟁, 주일미군 재편 등에서 보인 입장 차이를 봉합하고 달래기 위해 딕 체니를 급파하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의 하위 파트너를 넘어 독자적인 경제력과 군사력으로 국제적 위상을 높이려는 일본과 자신의 통제 하에 일본을 이용하고 싶어하는 미국 사이에서 긴장과 갈등이 존재할 수 있음을 놓쳐서도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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