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원갑, 노원을, 관악, 종로, 용산, 금천, 인천서구, 덕양을, 일산을에서 창원, 울산에 이르기까지 학생 당원 동지들이 보름 동안 걸어온 자랑스러운 발자취를 당과 노동자들은 기억하고 있다. 이번 총선은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한 과정이었고 학생 당원 동지들의 헌신성과 열정으로 당은 한 걸음 전진했다.

“요즘 학교에서는 친구들과 후배들이 등록금 인상 때문에 농성을 하고 있어요. 선거 운동을 하고 싶어도 학교 상황 때문에 결합하지 못해 미안하다는 말을 하죠. 저도 그 곳에 같이 있어야 하는데…” “2000학번 새내기들과 함께 있지 못한 것이 제일 아쉬워요”하는 말 속에서 우리 학생 당원 동지들이 느꼈을 어려움을 헤아려 볼 수 있다.

학생 당원 동지들은 선거운동대책본부(이히 선대본) 사무실 한 구석에서 숙식을 하며, 새벽 5시 지하철역 홍보부터 시작해 밤 10시 아파트 단지 리플릿 배포에 이르기까지 선대본의 강행군에 끝까지 참여했다. 다소 어색했지만 시장에서 아주머니들을 만나며 “바위처럼”에 맞춰 율동도 하고, 아파트 단지 경로당을 방문해 노래를 부르고 춤추며 민주노동당을 알려나갔다. 통신에서, 학생 당원 동지들의 투쟁 상황 보고에서, 학생위원회에 대한 지부의 감사와 격려 글에서, 우리는 학생 당원들이 결합한 지역에서 학생위원회에 보낸 뜨거운 신뢰를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는 이번 총선 선거 운동에서 기존 보수 정치에 대한 노동자·서민의 불신과 학생들의 총선 투쟁에 대한 당원 동지들의 신뢰를 확인할 수 있었다. 총선 이후에는 보름의 기간 동안 더욱 단련된 학생 동지들의 자신감을 보았다. 이번 총선을 통해 당은 더욱 성장했고, 이는 한국에서 노동자·민중의 정치세력화에 더욱 박차를 가할 수 있는 원동력으로 자리매김될 것이다.

기성정치에 대한 불신

기성 정치에 대한 대다수 평범한 사람들의 분노와 환멸은 놀라울 정도로 뿌리 깊었다. 우리가 선거 기간에 가장 많이 들은 말은 “관심없다. 투표할 생각 없다”, “정치하는 놈들은 다 도둑놈이다.”, “바뀐다는 말 믿지 못하겠다.”는 것이었다.

일산 시내에서 늦은 저녁 식당가를 돌다 만난 한 노동자는 “바꾸겠다고, 나아질 거라고 약속하는 말을 10년 전부터 들어왔다. 그러나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면서 기성 정치에 대한 절망을 표현하기도 했다.

기존의 부패 체제에 뿌리박혀 있는 기성 정치인들이 계속 노동자와 서민을 배신해 왔기에, 기성 정치에 대한 대다수 사람들의 환멸은 이해할 만한 것일 뿐 아니라 정당한 것이었다. 흥분한 한 50대 아주머니는 이렇게 말했다. “내가 지금까지 투표를 한 번도 빠진 적이 없어요. 가족들 다 데리고 투표하러 꼭 갔었는데, 이번에는 절대 안할 거예요. (정치인들) 정말 해도 해도 너무 하는 것 같아요.”

우리는 이번 선거 운동을 통해 많은 사람들의 공통된 불만 ― 김대중 정부에 대한 실망, 기성 정치권에 대한 반감, 더 불안하고 힘들어지는 생활에 대한 불만 ―을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   

노동자·서민의 지지

기성 정치에 대한 반감만큼이나 우리가 확인할 수 있었던 건 민주노동당에 대한 노동자·서민의 지지였다. 학생들의 선거 활동을 멀리서 바라보다가 다가와 수고한다고 말하면서 손에 쥐어주는 지지금과 박카스 한 병에서, 피켓팅을 보면서 손을 흔들며 미소짓던 버스 노동자의 얼굴에서 이를 느낄 수 있었다. 이러한 작지만 소중한 지지들이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매우 피곤해 있던 학생 당원들에게는 매우 큰 자신감과 민주노동당에 대한 굳은 확신을 갖게 만드는 계기를 제공했다. 약재상을 하는 어떤 상인은 힘내라고 하면서 보약을 내 주기도 하고, 퇴근하던 양복 입은 사무직 노동자가 가던 길을 멈추고 잠시 머뭇거리더니 돈 3만 원을 꺼내 학생들의 호주머니에 넣고 가는 일도 있었다. 보통 하루에 한두 번씩은 어디에서나 이런 일이 있었다. 보수 정당 후보에게 돈을 받고 선거 운동을 하는 한 아주머니는 돈 때문에 어쩔 수 없지만, 노동자인 남편을 봐서라도 꼭 민주노동당에 투표하겠다는 말까지 했다.

지역 당원 동지들의 신뢰

“학생들이 다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 지역에서는 학생들이 이렇게 선거 운동을 하는 것이 이번이 처음이고, 그래서 다른 후보들처럼 돈받고 하는 아주머니들로 구성된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문선도 하면서 선거운동을 하는 것 자체가 이 곳 사람들에게서 많은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몸을 바쳐 헌신하는 자발성과 청년학생이 갖고 있는 젊음의 패기 때문입니다.” 덕양(을) 선대본에서 일했던 양형승 건설노련 부위원장의 말이다. 이처럼 학생 당원들의 헌신적인 활동에 대한 지역 동지들의 신뢰는 뜨거웠다.

서울지역 제화노동조합 총무부장은 이렇게 말했다. “선본에 도착하자 마자 눈에 띈 것은 학생 동지들의 검게 그을린 얼굴과 피곤에 지쳤지만 반짝이는 눈동자였습니다. 하루 반나절의 짧은 동참이었지만 학생 동지들의 열정적인 모습이 눈에 아른거립니다. 춥고 바람 많이 부는 일산에서 새벽부터 밤 늦도록 거리를 누비던 모습들, 단 한잔의 술도 선거 기간에는 마시지 않겠다고 결의하던 모습, 점심 먹고 늘어지는 몸을 주체 못 하던 내게 ‘출발합시다. 오늘이 마지막날입니다. 힘내시죠’ 하며 격려해주던 동지들의 모습을 결코 잊을 수 없을 것입니다. 또한 저녁에 학생 동지들과 떨어져 지하철역에서 홍보를 할 때 기성 정당 선거 운동을 하던 아주머니들도 우리 학생 동지들이 잠시도 쉬지 않고 너무도 열심히 선거 운동하더라는 칭찬을 해 줬습니다. 어깨가 저절로 으쓱해지더군요.” 이처럼 우리 학생위원회는 지역 당원 동지들에게 이번 총선을 통해 동지적 신뢰를 쌓을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

학생 당원들의 자신감으로 80이 주인되는 21세기를 열어가자

“정말 많은 사람들을 만났던 것 같습니다. 시장통, 아파트 단지, 출퇴근 사거리와 지하철, 백화점 셔틀버스 등을 누비면서 만난 시민들의 반응은 학교에서 경험한 것과는 또 다른 즐거움이었습니다. 새로움으로 가득했던 이번 선거의 경험은 이후에 저희 학생들이 활동하는 데서도 소중한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이제 학교에 가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처럼 학생 당원 동지들에게 이번 총선은 민주노동당의 가는 길이 진정 노동자·민중 해방의 길이라는 자신감을 갖게 만드는 기회였다. 지난 4·19일 총선 평가 토론회에서도 이러한 자신감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총선 투쟁에 참여한 한 학생 당원의 결의를 인용해 보겠다. “총선 기간에 함께해 준 동지들이 얼마나 든든했는지 모릅니다. 부은 발을 두드리며 자정이 돼서야 집에 들어가도 아침 7시면 어김없이 나왔던 동지들이 있었기에 선거 운동을 잘 해낼 수 있었습니다. 저는 정말이지 우리 동지들 한 사람 한 사람이 보배같습니다. 경희대 총선 평가 토론회에 모인 학생위원회 동지들 모두 저와 같은 심정이었나 봅니다. 서로 ‘장하다’, ‘수고했다’, ‘든든했다’는 눈빛이 느껴졌습니다. 선거 운동에서 우리 학생위원회가 보여 준 헌신성과 열정을 기반으로 젊은 세대를 조직하기 위해 필요한 정치적 명료함과 전술적 유연함을 갖추기 위한 노력을 이제 시작합시다”

총선 기간에 학생 당원 동지들이 보여 주었던 열정과 헌신성, 우리가 만났던 대중의 분노와 기대를 가슴에 새겨 새로이 급진화하는 학생들과 토론하고 조직하며 민주노동당을 노동자·민중의 희망으로, 21세기를 80이 주인되는 세기로 만들어 나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