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익들이 ‘3불정책(본고사·고교등급제·기여입학제 금지)’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반동의 신호탄은 서울대가 쏘아 올렸다. 3월 21일 서울대 장기발전계획위원회 위원장 장호완은 3불정책이 “대학의 발전을 저해하는 암초”라고 비난했다. 다음 날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가 “3불정책 폐지”를 주장했고, 이명박과 박근혜도 “학생 선발은 대학 자율에 맡겨야 한다”며 맞장구쳤다.

이들은 OECD가 3불정책 폐지를 지지했다고 강조했지만, 정작 OECD는 “3불정책과 다른 규제들을 서둘러 없애지 말라”고 경고했다.

우익들이 3불정책을 폐지해 얻으려는 바는 명백하다. 교육의 양극화, 부의 대물림을 더 고착화하겠다는 것이다.

고교등급제는 그나마 유지돼 온 고교평준화를 해체해 끔찍한 입시 경쟁을 중학교·초등학교까지 확대할 것이다. 여기에 본고사까지 도입되면 사교육이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기여입학제는 형식적으로라도 존재했던 ‘동등한 기회’라는 신화마저 무너뜨릴 것이다.

그런데도 “‘3불’ 이후 사교육이 더 늘었”고, “평준화 아래선 가난한 집 아이들이 경쟁에서 살아남기 힘들다”며 짐짓 소외 계층을 위하는 척하는 〈조선일보〉의 위선은 정말 역겹기 짝이 없다.

위선

노무현 정부 하에서 사교육이 늘어난 것은 3불정책 때문이 아니다. 우익의 압력에 타협하고, 더 나아가 “대학은 산업”(노무현)이라며 교육 시장화 정책을 꾸준히 밀어붙여 온 데 진정한 원인이 있다.

노무현 정부는 자립형사립고·국제학교·공영형혁신학교 등 ‘귀족학교’를 양산해 사실상 평준화를 근간부터 흔들었다.

또, 이른바 ‘일류 대학’들이 ‘통합형 논술’을 도입해 사실상 본고사를 부활시키고 특목고 등을 대상으로 암암리에 고교등급제를 시행해 왔는데도 모르는 척하거나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기 일쑤였다.

급기야 노무현 정부는 대학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며 국공립대 축소·통폐합·법인화를 앞장서 추진해 대학간 ‘우수학생 유치’ 경쟁을 부추겼다.

무엇보다 한미FTA는 노무현 정부가 추진해 온 교육 시장화 정책의 결정판이다. 한미FTA에서 고등교육은 이미 공공부문에서 제외된 지 오래다. 한미FTA가 체결되면 입시 경쟁이 더욱 극심해지고 교육은 더 노골적으로 돈벌이 수단이 될 것이다.

한미FTA

따라서 “학생을 획일적 입시 경쟁으로 내모는 … 정책을 할 수 없다”는 노무현의 말은 위선일 뿐이다.

이른바 범여권의 대선후보라는 자들은 더 가관이다.

정운찬은 “교육부는 고등교육에서 손을 떼야 한다”며 서울대 총장 시절부터 일관되게 ‘대학 자율’과 ‘3불 폐지’를 예찬해 왔다. 천정배도 기여입학제 도입을 검토해 볼 수 있다며 거들었다.

열우당은 “3불정책 유지”가 당론이라지만 정운찬에 대해 “교육 정책에 이견이 있어서 (통합신당을) 같이 못한다고 할 수는 없다”며 “3불정책 폐지를 고집할지, [3불정책을] 유지할지는 신당에서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얼버무렸다.

노무현과 열우당(과 그 후신) 모두 대학 서열 구조 자체를 근본적으로 혁파할 능력도 의지도 없다. 이들과 한나라당 같은 우익들 사이에는 교육 개방·시장화의 폭과 속도를 둘러싼 사소한 이견이 있을 뿐이다.

반면, 민주노동당 권영길·심상정 의원은 “서울대 독과점 폐지”, “대학평준화” 등 진정한 대안을 제시했다. 이 대안은 교육 시장화, 대학 서열화 정책에 고통받아 온 대중의 투쟁을 통해서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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