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3일 국무회의는 자율학교를 대상으로 교장공모제를 실시한다는 초중등교육법시행령을 의결했다.

교장공모제는 근무평정·경력·연수·상장 등 치열한 승진 경쟁과 점수 따기로 유지되는 현행 교장자격증제와 달리 교육 경력 15년 이상인 사람들 중에서 학교운영위원회가 교장을 추천하고 교육감이 임명하는 제도다. 또, 예체능계, 실업계, 특성화학교, 학습부진아 지도학교는 해당 분야 경력 3년 이상이면 교육 경력이 없어도 추천 대상이 될 수 있도록 했다.

기존의 교장자격증제가 교사들을 점수 관리와 승진을 위해 교육부·교육청의 관료적 통제에 맹종하게 만들었고, 이 때문에 학교의 민주적 개혁을 바라는 사람들이 교장자격증제의 개혁을 바라는 것은 당연하다.

이런 염원을 반영해 교육 시민단체와 전교조는 오래 전부터 학교 구성원들의 자치기구인 학생회·학부모회·교사회를 법제화해 학교 운영에 참여하게 만들고, 교장의 독단적 권력을 축소하는 교장 선출 보직제를 요구해 왔다.

반면, 정부가 추진하는 교장공모제는 교장자격증제의 폐해를 극복할 수 있는 제도가 아니다.

교장공모제는 10여 명의 학교운영위원회가 교장을 추천하도록 해 민주적 외양을 띠고 있지만, 교장 후보자 검증이나 최종 임명에 교육청·교육감이 계속 관여하기 때문에 진정한 민주주의와 거리가 멀다.

또, 교장공모제는 '자율성'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교장의 독단적 권력을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 재정과 교원인사의 '자율권'을 누려왔던 사학이 부패와 비리의 온상이 됐던 것처럼, 학교 교사의 30퍼센트까지 초빙할 수 있는 공모제 교장 역시 사립학교의 병폐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게다가 교장공모제는 학교 평가와 결합돼 신자유주의 교육을 더욱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 시범 실시한 개방형 자율학교에서는 우열반 수업 확대와 입시 위주의 교육이 주요 '성과'로 포장되고 있고, 기부금을 모을 수 있어야 '우수한'교장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교사를 초빙하기 시작하면 교사들 사이의 경쟁이 강화하고 평가제가 도입될 가능성도 커진다.

이런 점에서 전교조 정진화 지도부가 교장공모제를 "교장 선출 보직제도의 취지를 부분적으로 수용한 제도"로 보고 미흡하더라도 교장공모제가 확대돼야 한다고 주장한 점은 우려스럽다. 전임 지도부의 교장공모제 반대 입장에서 후퇴한 것이다.

전교조는 교장공모제를 지지할 것이 아니라 신자유주의적 교육 개편에 맞서 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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