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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진영 선거연합:
‘범여권 개혁 세력’은 진보가 아니다

민주노동당이 중앙위원회에서 진보진영 선거연합을 추진하기로 공식 결정한 뒤 진보진영 단결의 범위가 논쟁의 초점으로 떠올랐다. 지난 4월 6일 ‘창조한국 미래구상’(이하 미래구상) 주최 토론회에서도 선거연합의 기준과 범위가 가장 뜨거운 쟁점이었다. 이날 토론회에서 ‘미래구상’ 공동집행위원장 정대화 교수는 선거연합의 범위를 열우당·민주당·열우당 탈당파 등 “범여권 개혁 세력”으로 넓혔다.

정대화 교수는 ‘반수구·반양극화 연대’를 제안했다. “반수구 전선과 반신자유주의 전선 어느 것 하나만으로는 대선에서 승리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반수구는 개혁 세력의 과제이고 반신자유주의는 진보 진영의 과제”인데 이들이 서로 연합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대화 교수는 ‘개혁 세력’과의 연합을 핵심 전제로 여긴다. “진보진영 혼자서는 대선 승리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의 구상은 범여권의 정계 개편과 통합 논의와도 맞물려 있는 듯하다. ‘시민운동 영역에서 개혁 세력이 결집할 수 있는 장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미래구상’이 ‘개혁 세력’의 위기가 낳은 공백을 진취적으로 메워, 개혁을 염원하는 대중에게 정치적 선택지를 주겠다는 취지는 훌륭하다.

진정성

그러나 주된 고민이 ‘개혁 세력’ 재결집에 있다 보니 정작 중요한 진보진영 단결 문제는 상대적으로 주변화된다.

또, 정대화 교수는 “개혁 세력의 재편”이 “진보개혁진영의 대선 승리를 위한 출발점이자 필수적 조건”이며, 그런 연후에야 “진보정치세력과의 선거연합과 연립정부를 다음 과제로 추진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본다. 이 때문에 진보진영의 독립적 구실과 위상은 현저히 낮아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자신의 구상이 반한나라당 전선론 또는 비판적 지지론의 재탕이 아니라는 정대화 교수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결국 정대화 교수가 제시한 연합의 기준과 범위는 매우 위험할 수 있다.

먼저, 진정한 개혁을 염원했던 대중에게는 열우당·민주당의 사이비 개혁 세력이야말로 환멸의 대상인 배신자들이다. 이들을 포함해서는 반수구 전선 강화는커녕 그 진정성마저도 의심받을 것이다.

둘째, ‘범여권 개혁 세력’을 포함한 ‘반수구 전선’은 반신자유주의 전선을 약화시킬 것이다. 정대화 교수는 문국현·정운찬·한명숙 등을 거론하며 “이들을 빼놓은 [진보개혁진영 후보 단일화] 경선은 의미가 없다”고 하지만, 이들은 하나같이 한미FTA 찬성론자들이다. 게다가 이날 ‘민생정치모임’·민주당·열우당을 대표해 나온 의원들(유선호·이낙연·이목희)은 비정규직 악법을 강행하거나 찬성했던 자들이다.

정대화 교수는 반신자유주의 전선이 “국가경영 담론으로는 한계”가 있고 “대중적 설득력이 부족해” “연대를 협소화”한다며, 대신 ‘반양극화 전선’을 제시했다. 그러나 양극화 해소는 노무현조차 말할 정도로 모호한 구호다. 이 모호함을 틈타 ‘개혁 사기꾼’들이 들어올 여지를 줘서는 안 된다.

학살 동맹

셋째, 햇볕정책과 남북교류를 근거로 열우당 등의 ‘개혁 세력’들을 ‘평화 세력’이라고 보는 것도 잘못이다. 이들은 이라크 파병을 주도한 학살 동맹 가담자들인 데다 한반도 평화에 일관된 것도 아니다. 이들은 대부분 장기적으로 한반도 평화를 위협할 미국의 전략적 유연성을 지지해 평택 미군기지 확장 반대 운동 탄압에 일조했다.

비록 천정배와 김근태가 개혁 염원 대중의 환심을 사려고 한미FTA 반대 뒷북을 쳤지만, 비정규직 악법과 이라크 파병에 찬성했다는 점에서 이들은 함량 미달이다.

따라서 ‘범여권 개혁 세력’까지 선거연합에 포함하자는 제안은 전체 진보진영의 단결이 아니라 분열을 낳을 가능성이 크다. 이 제안은 대다수 민주노동당 당원들과 민주노동당 밖 좌파 노동단체들, 일부 NGO들이 받아들일 수 없는 무리한 요구다.

계급 연합

또, 신자유주의와 제국주의 전쟁에 맞서는 저항을 마비시키고 진보진영의 정치적 독립성을 훼손시킬 수 있다. 예를 들어, 우파인 베를루스코니의 복귀 가능성을 우려해 최근 ‘사회적 자유주의자’ 프로디와 연합했던 이탈리아 재건공산당이 그 반면교사다. 이 때문에 재건공산당은 프로디 정부의 아프가니스탄 파병과 신자유주의 정책에 반대하지 못했고, 그 결과 이탈리아 주류 정치는 더한층 우경화했다.

이 점에서, 민주노동당 최규엽 집권전략위원장이 토론회에서 노무현과 열우당의 개혁 배신을 신랄하게 폭로하면서도 정작 사견임을 전제로 “개혁 세력과 연합을 열어둘 수 있다”고 말한 것은 우려스럽다.

민주노총 이영희 정치위원장도 〈참세상〉과의 인터뷰에서 “‘다함께’가 내놓은 세부안 중 3번이 ‘한나라당과 열우당과 그 변종 등 주류 정치 세력의 일부여서는 안 됨‘이었는데, 어찌 보면 진보진영 대단결 하자면서 하지 말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태도는 진보진영 선거연합이 ‘계급 연합으로 갈 것’이라는 일부의 우려에 빌미를 줘 진보진영 단결을 더욱 어렵게 할 수 있다. 이래서는 ‘개혁 사기꾼’들의 위기가 낳은 정치적 기회를 이용하자는 진보진영 선거연합의 취지만 왜곡될 뿐이다.

따라서 민주노동당의 선거연합 기준은 열우당과 그 변종 등 사이비 개혁 세력과 분명하게 선을 긋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그래야만 단결의 성과가 사이비 개혁 세력이 아닌 민주노동당과 전체 진보진영 강화·발전에 돌아갈 수 있을뿐더러, 대선에서 진정한 개혁을 바라는 대중의 지지도 얻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