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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로 회의 개막식

3월 29일 오후 6시 이집트 기자회관 1층 대강당에서 카이로회의 개막식이 열렸다. 5백여 석 규모의 좌석이 턱없이 모자라 통로에도 사람들이 서거나 앉아야 했다. 대강당 밖 로비에서도 수백 명이 대형 스크린을 보며 개막식을 함께했다.

언론·표현의 자유가 없는 독재 정권 치하임에도, 내외신 기자들의 취재 열기가 뜨거웠다. 눈에 띄게 두드러진 모습은 무바라크 정권의 탄압으로 군사법정에서 재판을 받게 된 민간인 40여 명의 석방을 요구하는 무슬림형제단 청년들의 열정적이고 조직적인 활동이었다.

특히, 히잡을 두르거나 니깝을 쓴 젊은 여성들이 행사장 안팎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또, 머나먼 한국에서 온 80명의 대규모 참가단도 사람들의 관심과 주목을 끌었다.

개막이 선언된 뒤 연단에서는 이집트 언론노조 위원장, 무슬림형제단 의장, 이집트 국회의원, 키파야 운동 중앙위원, 이집트 혁명적 사회주의자 단체 대표, 팔레스타인 국회의원, 베네수엘라 ‘4·13 운동’대표, 이란 출신 활동가, 레바논 전 총리, 영국 전쟁저지연합의 존 리즈, 이라크에서 사망한 영국 병사 어머니 로즈 젠틀, 헤즈볼라와 하마스 대표들, 한국의 ‘다함께’대표, 캐나다 대표, 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SWP)의 알렉스 캘리니코스 등 20여 명의 연사들이 저마다 제국주의와 신자유주의에 반대하고 민주주의를 추구하는 국제 운동의 연대와 단결을 강조했다.

이집트 무슬림형제단 의장 모하메드 마흐디 아케프는 이렇게 주장했다. "이 국제 회의가 지속된다는 것은 우리가 공동의 의제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 우리가 다른 활동들도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한다. 팔레스타인인들은 지난해 총선에서 새로운 국회와 정부를 자유롭게 선출했다는 이유로 처벌받았다. 조지 부시의 민주주의는 거짓 민주주의다. 우리는 우리 자신의 정치 체제를 우리 손으로 건설해야 한다. 미국과 유럽 각국의 도시들에서 거리로 쏟아져나와 반전 플래카드를 들고 침략 반대 구호를 외친 고귀한 자유민들에게 찬사를 보낸다. 이란 전쟁을 감행하려는 일체의 노력은 중동 지역을 더 뜨겁게 달구고 불안정과 퇴보를 가져올 것이다. 우리는 모두 이 미친 전쟁에 반대할 것이다."

이집트의 혁명적 사회주의자 단체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이라크 저항세력은 베트남 전쟁의 교훈을 재연하고 있다. 무바라크 독재에 맞선 자유·정의를 위한 투쟁은 더 강해질 것이다. 이집트 노동자 대표에 연대의 인사를 보낸다. 이집트 노동자들은 반독재 투쟁의 주요 세력이다. 카이로회의가 반세계화 운동의 질적 도약을 위한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이란을 공격해 이라크 위기를 탈출하려는 저들의 시도를 좌절시켜야 한다. 시아·수니, 무슬림·콥트교도의 단결 투쟁이 중요하다."

베네수엘라의 ‘4·13 운동’을 대표해 연단에 오른 여성 활동가는 이렇게 주장했다. "자본주의는 대안이 아니다. 우리는 기다리지 말고 행동에 나서야 한다. 베네수엘라의 혁명적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세계가 바뀔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우리는 국가간 관계가 아니라 세계 민중간의 관계에 더 관심이 있다. 베네수엘라의 차베스 정부는 반제국주의·반자본주의 정부다. 그러나 모든 정부 기관에 제국주의·자본주의 지지 세력이 버티고 있다. 그래서 날마다 사람들은 투쟁한다. 그리고 자신들의 힘을 인식하고 자각한다. 케랄라 주(州)에서는 지방정부 예산을 지역 주민들이 직접 결정하고 집행한다. 과거의 법령을 민중 스스로 만든 법령으로 대체한다. 이것이 혁명적 과정의 정신이다. 알카사의 노동자 자주관리 경험 같은 노동자 직접 관리나 주민자치평의회의 경험도 중요하다. 제국주의에 맞서 단결해서 싸우자."

이란 출신의 활동가는 이렇게 주장했다. "토니 블레어는 이란의 영국 수병 나포가 불법이라고 주장하지만, 수병들이 이란 해역에서 활동한 것 자체가 불법이다. 블레어는 이라크 전쟁 관련해서도 거짓말을 늘어놓았다. 수니파와 시아파를 분열시키려는 제국주의자들의 음모에 맞서 싸워야 한다. 서방이 여성 해방을 핑계로 중동에 개입하는 것에 반대한다. 여성 해방은 서방의 전유물이 아니다. 우리 스스로 여성 해방을 이룰 것이다."

레바논 전 총리는 이렇게 말했다. "지난해 레바논의 승리는 사상 최초로 이스라엘을 꺾은 아랍의 승리였다. 아랍인의 위대함을 보여 준 사건이다. 유엔은 억압적인 정부들의 연합일 뿐이다. 그 정부들은 인권·민주주의를 유린하는 데서 공범이다."

영국 전쟁저지연합의 존 리즈는 이렇게 주장했다. "5년 전 1차 카이로회의는 이라크 침략 전에 열렸다. 당시 스페인의 아스나르 정부, 이탈리아의 베를루스코니 정부, 영국의 블레어 정부가 미국의 이라크 침략을 지지했다. 그러나 그 뒤 아스나르와 베를루스코니는 실각했고, 블레어는 지금 휘청거리고 있고, 조지 부시도 레임덕 상태다. 영국군도 이라크에서 철군하고 있다. 우리가 아프가니스탄·이라크 점령을 종식시키려면 할 일이 여전히 많다. 그러나 지금은 우리가 공세를 펴고 있고 저들은 수세에 몰려 있다. 제국주의는 민주주의를 공격하지 않고는 승리할 수 없다. 따라서 우리가 민주주의를 방어하지 않으면 제국주의를 꺾을 수 없다."

이라크에서 사망한 영국군 병사의 어머니 로즈 젠틀은 이렇게 말했다. "영국의 ‘전쟁에 반대하는 군인 가족회’는 지금 캠핑 투쟁중이다. 내 아들의 죽음은 블레어 책임이다. 블레어는 탄핵당해야 하고 법적 심판을 받아야 한다. 나는 블레어에게 면담을 여섯 차례 요청했지만 모두 거절당했다. 나는 블레어의 거짓말을 계속 폭로할 것이다."

헤즈볼라를 대표해 리마 파크리라는 여성이 연설했다. "우리는 최후의 1인까지 투쟁할 것이다. 여성들도 끝까지 싸우겠다. 우리가 승리하려면 국제적 지지와 성원이 중요하다. 헤즈볼라가 비록 시아파지만 수니파와 얼마든지 손잡을 수 있다. 수니·시아의 분열은 거짓말이다. 우리의 저항세력과 중동의 모든 저항세력은 제국주의, 우리의 자유를 억압하고 우리를 계속 지배하기 위해 온갖 애를 쓰고 있는 모든 점령 세력들에 맞서 분투하고 있다. 바로 그 때문에, 저항세력이 승리할 때마다 우리 사회와 나라가 더 자유로워지고 민주주의에 더 가까워지는 것이다."

경호원들에 둘러싸여 연단에 오른 하마스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예언자 무함마드와 오늘의 우리를 연결시키는 것은 인본주의 사상이다. 평화는 무슬림의 노래이고 최고의 인사이다. 팔레스타인 민중 스스로 권력을 장악하지 않는 한 고통은 계속될 것이다. 지난해 팔레스타인 민중은 정치적·물리적 봉쇄의 악조건 속에서도 굴복하지 않는 본보기를 보여 줬다. 우리는 이스라엘의 정착촌 확대를 저지했다. 우리는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의 권리를 구걸하지 않고 쟁취할 것이다. 앞으로 더는 팔레스타인인들끼리 서로 피흘리는 내분과 갈등이 없어야 한다. 최근의 ‘메카 협약’으로 내분 종식의 길이 열렸다. 국제적 결의안들은 멀리 있는 해결책이다. 팔레스타인인들의 요구 사항의 정수는 난민 귀환권이다. 우리는 이 귀환권을 결코 포기할 수 없다. 오늘 리야드에서 아랍 정상회의가 열린다. 여기서는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 압력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해방을 향한 길은 저항을 통해서만 가능할 것이다."

다함께 참가단을 대표해 연단에 오른 최일붕 동지는 국제 연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집트 민중의 민주화 투쟁을 적극 지지한다. 무바라크 정권이 키파야 운동을 탄압할 때, ‘다함께’를 포함한 한국의 진보적 단체와 개인 들은 이집트 대사관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한국의 노무현 정부도 무바라크 못지 않게 비민주적이다. 노무현 정부는 최근 한미FTA 저지 운동을 탄압하며 집회·시위의 권리를 부정했다. 노무현 정부는 더 나아가 한국의 반전 운동이 주도한 ‘이라크 개전 4년 규탄 집회’까지 불허했다. 한국의 반전 운동은 이에 물러서지 않고 싸워 노무현 정부의 집회·시위권 탄압을 막아낼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국제 연대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영국전쟁저지연합·영국 리스펙트 소속 국회의원 조지 갤러웨이·캐나다 반전 연합체·스웨덴 좌파당 소속 국회의원·뉴질랜드 반전단체 등의 국제적 항의가 노무현 정부에게 큰 압력을 넣었다. 운동의 승리를 위해 우리는 이런 국제 연대를 더욱 강화하고 확대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카이로회의의 창설과 발전에 큰 기여를 해 준 사람으로 소개돼 많은 박수를 받고 연단에 오른 알렉스 캘리니코스는 이렇게 말했다. "지금 제국주의 세력은 약화하고 있다. 그러나 부시가 조용히 후퇴하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이라크에 병력을 증파하고 있다. 더 많은 유혈 사태가 발생할 것이다. 영국과 미국은 이란 해역에서 영국 수병이 나포된 것을 핑계로 이란을 공격하려 할 것이다. 이를 저지해야 한다. 우리가 승리하려면 적들을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 제국주의는 정치·군사적 지배뿐 아니라 경제적 지배이기도 하다. 제국주의 세력은 다국적기업들을 위해서도 애를 쓰고 있다. 제국주의 전쟁 뒤에는 공기업·공공서비스 사유화가 있다. 진정한 민주주의는 평범한 노동자·농민이 자신의 권리를 스스로 지키고 실현하는 것이다."

4시간 가까이 진행된 개막식이 끝나자 사람들은 다음날 일정을 기대하며 숙소로 향했다. 카이로회의는 개막식부터 뜨거운 열기로 달아오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