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주의 연구 센터'가 주최한 "유대인과 시온주의" 포럼에는 90여 명이 몰려 열띤 토론과 논쟁을 벌였다. 연사는 1930년대 나찌의 유대인 대학살[홀러코스트]을 피해 살아남은 캐나다의 반시온주의 활동가 수전 와이스, 영국 '팔레스타인 연대 캠페인'활동가이자 '전쟁저지연합'회원인 유대인 사회주의자 존 로즈, 그리고 이집트의 '사회주의 연구 센터'회원이었다.

먼저, 수전 와이스는 유대인 6백만 명이 살해당한 홀러코스트가 제국주의 세계 전쟁의 부산물이고, 미국·캐나다·영국이 홀러코스트의 공범이라고 주장하며 제국주의는 인종차별을 이용한다고 지적했다.

현 캐나다 총리가 하마스가 유대인을 인종 청소하려 한다고 터무니없이 중상모략하며 팔레스타인 봉쇄를 정당화하는 것에서 드러나듯이, 홀러코스트가 새로운 전쟁을 준비하는 구실로 이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전쟁몰이는 팔레스타인과 이라크에서 새로운 홀러코스트로 나아가고 있는데, 이는 "홀러코스트 희생자들을 두 번 죽이는 짓"이다.

수전은 시온주의자들이 게토 봉쇄 등 나찌의 수법을 이용해 팔레스타인인들을 억압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이스라엘의 유대인들은 보호받기는커녕 오히려 자국 정부의 정책 때문에 해를 입고 있다고 주장했다.

수전은 홀러코스트와 시온주의를 통해 두 가지 교훈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첫째, 제국주의의 야만은 인종 청소, 민족 말살 등 끝이 없다는 것이다. 둘째는 제국주의에 맞서 싸우려면 다양한 인종과 민족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광범하게 단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단결의 가능성을 부모님의 경험에서 찾았다. 그의 부모님은 프랑스의 유대인 저항단체 회원으로서, 나찌에 맞서 무슬림 등 다른 저항세력들과 함께 손잡고 공동 투쟁을 벌였다. 수전은 이런 단결 투쟁이 오늘날에도 절실하고, 캐나다 유대인 단체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탄압에 반대하고 팔레스타인 난민들의 귀환권을 지지하는 것을 예로 들며 이런 단결 투쟁이 필요할 뿐 아니라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존 로즈는 시온주의자들이 홀러코스트의 비극에서 유대인과 비유대인의 공존이 불가능하다고 결론짓고 이를 이용해 팔레스타인인들을 탄압하지만, 유대인과 비유대인이 오랫동안 공존해 온 역사가 분명히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1천 년 전 카이로가 이미 무슬림들의 도시가 된 지 한참 지난 뒤에도 카이로에는 상당수의 유대인들이 거주했는데, 이들은 무슬림 공동체와 긴밀한 협력 관계를 맺고 있었다. 그래서 어느 역사가는 당시의 카이로를 일컬어 "유대인과 무슬림의 보이지 않는 공화국"이라고 묘사했다.

또, 십자군 전쟁 당시 전쟁의 참화를 피해 중동으로 이주한 유럽의 유대인들을 당시 무슬림들이 내치지 않고 받아 준 사실을 지적하며, 오늘날 유럽 각국의 정부는 이 무슬림들한테서 이민의 자유를 허용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리고 2천5백 년 동안 메소포타미아[오늘날의 이라크 지역]에는 유대인 공동체가 존속했고, 20세기 초 최대 규모의 유대인 공동체는 이라크에 있었다. 제1차세계대전 후 영국이 이라크와 팔레스타인을 점령하자 유대인들은 무슬림들과 손잡고 점령군에 맞서 싸우기도 했다.

영국은 꼭두각시 정부를 내세워 이라크를 지배하며 이라크의 유대인들과 팔레스타인의 난민들을 서로 교환해 이주시키는 인종 청소를 추진했다. 이를 위해 유대인 공동체에서 일부러 폭파 사건을 일으켜 유대인들의 이주를 조장하는 끔찍한 짓도 저질렀다.

그래서 1922년에 팔레스타인의 유대인 공동체 지도자는 유대인들의 팔레스타인 이주를 추진하는 시온주의자들에게 "돌아가라. 당신들이 유대인과 무슬림의 평화 공존을 깨뜨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사실, 시온주의의 기원은 중동이 아니라 유럽, 특히 러시아와 폴란드였다. 당시 러시아 지배자 짜르는 대중의 불만과 분노의 화살을 피하기 위해 유대인들을 속죄양 삼는 마녀사냥을 자행했다. 이런 만행을 피해 고향을 떠난 유대인들도 있었지만, 남아서 비유대인들과 손잡고 함께 투쟁한 유대인들도 있었다. 그 중에는 사회주의자들도 많았다.

요컨대, 유대인의 역사는 결코 시온주의의 역사가 아니었다. 유대인의 역사는 오히려 비유대인과 공존하며 함께 싸워 온 역사였다는 것이 존 로즈의 주장이었다.

세 번째 연사로 나선 '사회주의 연구 센터'회원은 오늘날의 시온주의가 제국주의를 정당화하는 이데올로기 기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나찌에게 희생당한 유대인 마르크스주의자 아브람 레온의 고전적 저작 유대인 문제 를 인용하며, 유대인을 하나의 계급으로 존재하게 해 준 정치·경제적 조건이 있었고 이런 경제적 조건이야말로 유대인이라는 집단의 존속을 설명해 준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이스라엘은 인위적으로 건설된 병영 국가인 데다 미국의 막대한 원조 덕분에 불황과 호황의 경기 순환에서 자유로울 정도다. 그래서 노동자들의 경제 투쟁 압력을 해소할 수 있다. 이스라엘의 만행과 횡포는 유대인의 역사나 문화와 관계가 없고 제국주의라는 정치경제적 조건의 산물이라고 지적했다.

발제가 끝난 뒤 청중 토론에서도 시온주의는 제국주의와 자본주의의 산물이라는 점이 지적됐다.

그리고 존 몰리뉴는 유대인이 미국을 지배한다거나 미국의 대외 정책이 유대인의 로비에 좌우된다는 이른바 유대인 로비설에 대해 그렇다면 왜 그토록 막강한 로비가 홀러코스트를 막지 못했을까 하는 반문을 던지며, 미국이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이유는 그것이 미국의 '국익'에 부합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새비 사갈은 유대인들이 시온주의에 경도되게 만든 두 요인을 설명했는데, 하나는 홀러코스트였고 다른 하나는 유대인들의 희망을 분쇄해 버린 스탈린주의라고 지적했다. 그는 오늘날 진정한 사회주의 전통을 복원할 필요를 제기하며, 바로 지금 우리가 카이로회의에 모여 다양한 세력의 협력을 논의하는 것이 유대인과 무슬림 사이의 오랜 공존과 협력이 복원될 수 있는 희망을 보여 준다고 주장해 많은 박수를 받았다.

캐나다의 사회주의자 애비 바칸은 캐나다에서 무슬림 공동체와 유대인들 사이에 연대를 건설한 경험을 소개했다.

영국에서 온 90살이 넘는 유대인 활동가 하니 로젠버그는 팔레스타인인들의 투쟁을 지지하는 유대인 단체가 이스라엘에 25개쯤 있는데, 최근 이들 단체를 가장 크게 도와 준 것은 바로 레바논에서 이스라엘군이 헤즈볼라에 패배한 사건이었다고 지적했다.

정리 발언에서 존 로즈는 유대주의의 정의가 종교인가 민족인가 하는 물음에 답하면서, 진짜 중요한 문제는 시온주의자들이 민족 국가를 건설하기 위해 다른 민족을 억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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