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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차 카이로 국제 반전 회의]컨퍼런스:
팔레스타인, 이라크, 레바논의 저항세력을 지지하기

카이로 반전회의 이튿날인 3월 30일 오전에 '팔레스타인, 이라크, 레바논의 저항 세력을 지지하기'라는 주제의 컨퍼런스가 열렸다. 세 명의 연사가 연설했고, 각국에서 온 반전 운동가들 수십 명이 앞다퉈 발언을 했다.

연사들은 팔레스타인인 2명(팔레스타인 해방인민전선 조직원, 팔레스타인 국회의원)과 레바논의 알리 파유드 박사(사회과학 교수, 헤즈볼라 조직위원)였다.

첫번째 연설을 한 팔레스타인 해방인민전선 측 연사는 이라크 민중의 저항에 찬사를 보내며 팔레스타인과 이라크 점령에 맞서 저항 세력이 힘을 합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라크에서 거두는 어떤 성과도 팔레스타인 독립의 전제 조건이 될 것이다."

그는 또 지난해 레바논에서 이스라엘을 패퇴시킨 헤즈볼라의 저항에 찬사를 보냈다. "헤즈볼라가 이끈 승리는 위대한 성과로서, 팔레스타인 독립과 자유를 위한 한 단계 진보이다."

그는 팔레스타인 민중을 포위하고 있는 세력은 서방 세력만이 아니라 아랍 정권이기도 하다고 비난했다. 또, 시온주의에 맞서 무장 투쟁을 벌여야 함을 강조했는데, "모종의 화해 분위기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현 팔레스타인 정부(파타-하마스 연립정부)에 불만을 나타냈다.

팔레스타인 해방인민전선 측 연사는 미 제국주의가 패배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이라크 저항 세력 때문에 미국 행정부는 곤경에 빠졌다. 미국의 끔찍한 전쟁 범죄자들은 다음 선거에서 이기지 못할 것이다."

두번째 연사로 나선 헤즈볼라 조직위원인 파유드 박사도 이 점을 지적했다. "레바논에서는 저항 세력이 이겼다. 아랍 꼭두각시를 내세운 미국의 책략을 패퇴시켰다."

그는 지난해 전쟁에서 헤즈볼라가 이스라엘과 싸워 승리한 자신감을 곳곳에서 드러냈다.

"이스라엘은 서방 국가의 충견 노릇을 해 왔는데, 레바논에서 패배함으로써 이런 가치가 떨어져 있는 듯하다."

"우리가 승리한 것은 저항 때문이었다. 이것이 아랍 국가들이 배워야 할 교훈이다."

그는 또, 저항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대중의 지지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레바논 정부가 헤즈볼라를 억누르려 했지만 "오히려 전쟁 승리 이후 점점 성장해 레바논 민중에 깊이 뿌리내렸다."하고 말했다.

그리고, "이데올로기, 정치적 배경이 무엇이든 단결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무장투쟁에만 매달리면 절대 승리를 담보할 수 없다"며 "22년 동안 레바논에서 저항하면서 배운 것은 내전을 하며 서로 싸우면서 점령군에 맞서 싸우는 것을 동시에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레바논에서 반드시 내전을 막을 것이라고 천명했다.

그는 유엔평화유지군의 레바논 남부 주둔을 허용하는 유엔결의안에 대해서도 말했는데, 이 문제에 대한 그의 입장은 다소 모호했다.

그는 먼저 연합군이든 다른 군이든 외국군 주둔은 반대한다고 말한 뒤, 유엔결의안의 불공평성을 비판했다. 유엔결의안이 전쟁의 책임을 헤즈볼라에게 뒤집어 씌우고 이스라엘의 권리는 굉장히 많이, 분명히 보호하면서 레바논에 대해서는 모호한 문구만 존재한다고 비판했다.

다른 한편, 유엔결의안은 여느 국제사회 협의처럼 "우리의 해석에 따라, 권력의 균형에 따라 다른 해석이 나올 수 있다"고도 말했다. "우리에게 권력 균형이 유리한 상황"이면 그것은 "이스라엘에 맞서는 하나의 도구가 될 수도 있다."그는 결의안이 "이스라엘이 아니라 레바논의 민중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어야 한다고 우리는 주장한다"고 말했다.

이 주장은 나중에 플로어에서 한국의 '다함께'천경록 회원의 반론을 받았는데, 이스라엘이 "전쟁에서 패배했기 때문에 헤즈볼라의 무장해제를 엄두에 내지 못한다"는 점에서는 맞지만, "장기적으로 레바논을 방어하는 데 유엔평화유지군이 도움이 되지는 못할 것"이라는 반론이었다.

마지막으로, 파유드 박사는 이란을 지지·지원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란은 미 제국주의에 맞서는 저항운동의 중심이 될 수 있"으므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이란을 방어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세번째 연사인 팔레스타인 국회의원은 주로 팔레스타인 상황에 대해 연설했는데, 첫 번째 연사의 비판 때문이었는지 하마스 정부를 방어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그는 팔레스타인 민중이 하마스 정부를 선출하려 해서 징벌을 받고 있다며, 하마스의 승리는 "제국주의자들에게 큰 충격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하마스가 정권을 장악함으로써 저항을 포기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에 대해 "걱정마시라, 하마스는 무장 저항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하고 말했다. 그는 점령 세력이 꾀하는 종파간 갈등 조장을 극복하고 정부(파타-하마스 연립 정부)를 구성했고, 이 정부가 팔레스타인 포위를 타파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이스라엘 사병들의 사기가 떨어지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저항이 승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사의 발표가 끝난 뒤 20명 가까운 사람들이 나와서 열띤 연설을 했다. 레바논 전 국회의원, 이집트 무슬림형제단 학생, 레바논인, 바레인 민주당 중앙위원장, 영국의 사회주의자, 그리스 학생 사회주의자, 캐나다 전쟁저지연합 활동가, 한국의 '다함께'회원 천경록, 소말리아, 노르웨이 등 여러 나라에서 온 반전운동가들이 줄이어 발언했다.

아랍권에서 온 발언자들은 아랍의 저항 세력이 단결할 필요성에 대해 많이 얘기했다. 레바논 전 국회의원은 헤즈볼라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의 말을 빌어 "레바논의 저항은 이라크의 저항이고, 이라크의 저항은 팔레스타인의 저항이다. 우리의 저항은 하나이다."하고 말했는데, 이 말은 대회장의 분위기를 잘 요약해 주었다.

영국, 캐나다, 그리스 등 서구에서 온 반전 운동가들은 선진국에서 벌어지는 반전 운동을 소개하며 이것이 아랍의 저항 세력을 지지하는 방법임을 나타냈다. 미국과 영국, 이탈리아 등에서 벌어진 대규모 반전 시위와 미군 내에서 일어나는 탈영과 양심적 병역거부 등이 소개됐다. 캐나다 전쟁저지연합 활동가는 북미 유대인단체 내에서도 시온주의에 대한 반감이 커지고 있다며, 오는 6월 10일 북미에서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릴 예정(유례 없는 일이라며)이라고 알려 주었다.

영국에서 온 유대인 출신 사회주의자인 하니 로젠버그는 팔레스타인에 대한 적극적 지지를 끌어내는 방법에 대해 제안했다. 그녀는 팔레스타인에 대한 지지가 아랍에서 나와야 하는데, 이를 위해 노동자들이 파업 시 경제적 요구뿐 아니라 정치적 요구도 제기하는 게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아랍 정부들이 팔레스타인에 말뿐이 아니라 실제로 지원하도록 대중적 압력을 넣어야 하는데, 노동자들이 자국 정부에 이런 압력을 넣어야 한다는 얘기였다.

이란에 대한 태도 문제는 약간 논쟁이 됐는데, 한 이라크인(사담 후세인 지지자)이 미국의 이라크 침공 때 이란이 문제가 많은 입장을 취했다며 이란은 태도를 분명히 하라고 비판했다. 레바논에서 온 무하마드 박사는 이에 대해 "이란이 몇 가지 전술적 실수를 범했지만"제국주의자들의 "이란 공격을 결코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청중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