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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진영 선거연합은 열우당 아류 지지를 위한 것?

3월 31일에 열린 민주노동당 중앙위원회는 “진보진영 단일 후보 마련을 위해 적극 노력”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당 지도부는 중앙위원회의 결정을 아직까지 공개적으로 추진하고 있지 않다.

부분적으로는 단일 후보 마련에 대한 이해 차이 때문인 듯하다. 당 지도부는 대부분 민주노동당과 다른 단체들이 자체 후보를 확정한 뒤에야 진보진영 후보 단일화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선거연합 결성은 민주노동당 후보 선출(9월) 이후의 과제로 여긴다.

물론 그것도 진보진영 단일 후보 선정에 이르는 한 경로일 수 있다. 그러나 반드시 그 경로를 밟아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각 단체들이 자체 후보 선출에 열중하면 선거연합 논의가 소홀해질 위험도 있다.

선거연합 논의가 지연될수록 열우당 붕괴에서 비롯한 기회를 놓칠 위험도 커진다. 벌써부터 열우당과 그 아류들은 잃어버린 기반을 재탈환하려고 갖은 애를 쓰고 있다. 예컨대, 한미FTA에 대한 기회주의적 태도 변화가 그렇다. 따라서 열우당의 와해가 낳은 공백을 메울 진보진영의 선거 대안을 시급히 마련할 필요가 있다.

당내 선거연합 논의가 지지부진한 데는 좀더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 선거연합에 대한 정치적 이견 때문이다.

당내 PD 계열 그룹들은 대체로 선거연합에 부정적이다. ‘전진’ 소속의 정종권 서울시당 위원장이 선거연합의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표방했지만 ‘전진’ 그룹 내에서는 아무도 그의 견해를 공개적으로 지지하지 않는다. 오히려 선거연합이 가져올 민주노동당(과 ‘전진’)의 사태 장악력 약화 우려, 민주노동당이 아직 집권할 준비가 안 돼 있다는 생각 등 부정적 견해가 유력한 듯하다.

연립정부

‘해방연대’는 민주노동당이 ‘미래구상’과 선거연합을 구성하는 것은 노동자 정당의 “정체성 상실”이자 “우향우”라고 비판한다(〈해방연대〉22호).

‘미래구상’의 주요 인사들이 열우당 일부와 연합해야 한다고 역설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민주노동당은 ‘미래구상’의 계급 연합 구상을 추수해서는 안 된다. 선거연합은 진보진영이 열우당의 개혁 배신에 환멸을 느낀 개혁 염원 대중에게 정치적 구심점을 제공하려는 수단일 뿐이지 그 자체가 목적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래구상’과 열우당은 다르다. ‘미래구상’을 단순한 “열우당 아류 집단”으로 여기는 것은 ‘미래구상’이 상징적으로 대변하는 개혁 염원 대중을 내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뜻밖에도 ‘해방연대’와 비슷한 비판이 자민통 계열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다. 박경순 진보운동연구소 소장과 황혜로 〈인터내셔날〉편집장은 선거연합을 ‘비판적 지지’의 변종이라고 비판한다.

박경순 소장은 민주노동당이 “제도 정치권 정치 세력들”과 연합해서는 안 된다고 옳게 주장한다.

“제도 정치권 정치 세력들이나, 또는 그 주변에 있는 시민운동 세력들은 어느 모로 보나 개량주의, 계급화해 노선을 극복하지 못한 정치 세력들이며, 이들과의 정치연합이나 선거연합은 … 민주노동당의 정체성마저 훼손할 위험성이 매우 크다.”(‘주체적 대선 전략을 통해 민주노동당을 획기적으로 강화하자’)

실제 당 내에는 ‘반보수대연합’을 통한 연립정부 구성을 기대하는 사람들이 있다. 박경순 소장이 잘 지적했듯이, 이것은 확실히 “과거의 ‘비판적 지지’의 변종에 지나지 않는다.”

사실 3월 31일 중앙위원회에서 ‘다함께’가 제출한 사업계획 수정안 중 ‘진보의 기준’이 삭제된 것도 열우당과 그 아류들에 대한 태도 문제 때문이었다. 자민통 경향 중 상당수는 ‘다함께’가 제시한 세 가지 진보의 기준 중 “한나라당과 열우당과 그 변종 등 주류 정치 세력의 일부여서는 안 됨“을 무척 껄끄러워했다.

그렇다고 박경순 소장이 “제도 정치권 정치 세력들”을 일관되게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 “민주노동당 후보가 진보대연합의 후보로 결정되고, 제도 정치권 일부 세력들이 민주노동당 후보 지지 운동에 참여한다면, 그것은 민주노동당 강화로 귀결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민주노동당 후보가 아닌 제도 정치권 후보가 진보대연합의 후보로 결정”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진보대연합’에 반대한다는 것이다.

즉, 민주노동당 후보가 ‘진보대연합’의 후보가 된다면 “제도 정치권 일부 세력들”과도 함께할 수 있지만 지금은 그 가능성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에 민주노동당이 “독자적 후보 전술”을 견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황혜로 편집장은 민주노동당이 “독자성과 주도성”을 발휘할 만한 “힘”이 아직 없기 때문에 ‘진보대연합’에 대해 부정적이다. 황혜로 편집장도 민주노동당 후보가 진보대연합 후보가 되지 못할 경우를 우려한다. “당선 가능한 개혁 후보에 밀리고 마는 그 어떤 게임도 결국은 덫이고 늪이다.”(‘진보대연합을 말한다’, 《이론과 실천》 2007년 4월호)

계급 연합

두 사람 모두 선거연합은 “제도 정치권 정치 세력” 또는 그 일부를 포함해야 하는 것으로 이해한다. 자민통 경향이 간직해 온 정치 전통의 유산 ─ 계급 연합 즉 인민전선 전략 ─ 때문인 듯하다. 그러나 그들이 보기에 민주노동당은 아직 “제도 정치권 정치 세력”(또는 그 일부)을 견인할 만한 힘이 없기 때문에 선거연합에 반대하는 것이다.

그러나 진보진영 선거연합은 부르주아 ‘개혁파’들을 포함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만일 ‘미래구상’이 선거연합의 전제조건으로 일부 ‘자유주의 개혁 세력’을 포함시킬 것을 요구한다면 민주노동당은 이를 분명하게 거부해야 한다. 설령, 선거연합이 무산될지라도 노동자 운동을 약화시킬 계급 연합 제의를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일각에서는 열우당과 그 아류들을 배제하면 선거연합이 협소해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김정훈 ‘미래구상’ 전략기획단 간사는 “우리 안에서 뭉치는 게 다 거기서 거기인데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말한다. 이영희 민주노총 정치위원장도 열우당을 배제하자는 것은 “진보진영 대단결 하자면서 하지 말자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것은 진보진영 선거연합의 목적 자체를 무의미하게 만드는 주장이다. 선거연합은 올해 대선에서 노무현과 열우당의 배신에 맞서 진보진영이 공동으로 정치 대안을 내놓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전쟁과 신자유주의 추진 때문에 대중의 불신을 받는 세력들과 진보진영이 함께한다면 이를 어떻게 새로운 정치 대안이라 할 수 있겠는가? 집권 자체가 목표인 양 착각해─ “자유주의 개혁 세력을 포함하지 않고 승리할 수 있을까?”(지금종 ‘미래구상’ 사무총장) ─ 열우당과 그 아류들과 연합한다면 선거연합의 대중적 지지 기반은 오히려 축소될 것이다.

정치 양극화로 붕괴 상태인 범여권 세력을 진보진영이 애써 되살려 놓아서는 안 된다. 오히려 범여권의 실정을 비판하고 영향력을 더 약화시켜 완전한 붕괴를 재촉하는 것이 진보진영의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는 확실한 길이다. 그러려면 진정한 진보 세력이 연합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