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협상 미국측 대표인 웬디 커틀러가 재협상을 주장하자, 노무현 정부는 “한미FTA 재협상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그러자 웬디 커틀러는 “재협상이 있을 것이라고 누가 말한 적 있느냐”고 발뺌하면서도 “노동 등 FTA 관련 기타 조항들에 대해 … 한국과 적절한 진전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해, 사실상 추가 협상을 할 수 있음을 내비쳤다.

사실, 미국 의회 의원 일부가 “구속 노동자를 풀어주고 국제노동기구(ILO)의 권고를 따를 것을 촉구”한 것이나 미국 정부가 노동권과 환경권을 들먹이며 재협상을 꺼내는 것은 노동자들을 걱정해서가 아니다.

노동권·환경권 등은 미국 정부가 무역 협상에서 상대국을 압박할 때 쓰는 카드일 뿐이다.

노동부장관 이상수조차 “미국과 한국의 노동시장을 보면 오히려 미국이 더 후진적인 분야가 많다”고 말할 만큼 미국의 노동조건도 본질적으로 형편없기는 마찬가지다.

게다가 주한미국상공회의소가 한미FTA와 관련해 한국에 요구했던 ‘해고는 쉽게, 파업은 어렵게’는 노무현 정부가 추진한 노사관계로드맵과 같은 내용이었다.

물론 미국의 노동권 추가 협상 요구에 대해 한국 정부와 전경련이 “지난해 통과된 노사관계로드맵을 훼손하는 것”이라며 반대하는 것은 정말 꼴불견이다.

이윤을 위해 법과 제도를 뜯어고치는 것을 ‘글로벌 스탠다드’라며 쌍수를 들어 환영하던 자들이 국제 노동기준 준수 요구에는 입에 거품을 물고 반대하는 모습은 한미FTA가 누구의 이익을 위한 협정인지를 잘 보여 준다.

따라서 ‘재협상’을 통해 어느 나라의 ‘국익’이 더 훼손될 것인지 따지는 것도, 노동권·환경권이 나아질 것이란 기대도 부질없다. 협상과 재협상 모두에서 양국 정부가 추구하는 것은 소수 기업주와 부유층의 이익일 뿐이다.

오로지 한미FTA 타결 무효만이 노동자·민중의 삶과 생존권 악화를 막을 수 있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