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는 “한미FTA는 양극화 해소의 기회”(청와대 브리핑)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한미FTA는 IMF 이후 ‘경쟁력 향상’이라는 명분으로 추진된 각종 구조조정을 다시 한 번 가속화할 것이고 이 때문에 양극화는 더욱 심해질 것이다.

비정규직 양산

노무현 정부는 “양극화 문제의 해답은 중소기업과 서비스업 등 전 산업 분야에 걸친 일자리 확충에 있다. 양질의 일자리야말로 최고의 성장 전략이자 복지 전략”이라며 한미FTA가 해결책이라고 주장한다.

물론 한미FTA로 서비스업 등이 확장해 일자리가 늘어날 수 있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발효 이후 1994∼2002년에 미국·캐나다·멕시코에서도 2천1백90만 개의 신규 일자리가 창출됐고, 그 중 1천6백만 개 이상이 서비스 일자리였다.

그러나 이 일자리는 ‘양질’이기는커녕 주로 식당종업원·경비원·파출부·노인부양인 등 저임금 직종이었다.

이 점에서, 최근 노무현 정부가 비정규직 악법의 시행령을 수정하며 파견 허용 업종을 “법이 허용하는 한도에서 넓히려 한다”며 현행 26개에서 50여 개로 늘리겠다고 한 것은 시사적이다.

농업과 ‘취약’ 산업들에서 추진되는 구조조정으로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은 대부분 비정규직 일자리를 찾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건강 양극화 심화

한미FTA 협상을 타결하려고 광우병 쇠고기와 유전자조작식품(GMO)의 수입을 허가해 식품 안전이 위협받게 된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돈 많은 사람들이야 비싸지만 안전한 먹거리로 이런 위험에서 손쉽게 벗어날 수 있겠지만, 평범한 사람들은 건강을 해칠지도 모르는 위험한 식품에 그대로 노출될 것이다.

게다가 한미FTA는 약값을 대폭 인상해 평범한 사람들의 부담을 늘릴 것이다. 예를 들어, 한국 제약업체가 만든 ‘아모디핀’이라는 고혈압 치료제는 다국적 제약회사 화이자의 ‘노바스크’를 약간 변형시켜 만든 개량 신약이다. 아모디핀의 약값은 노바스크의 75퍼센트 정도여서 환자들은 비교적 싼값에 약을 구입할 수 있었다.

그러나 한미FTA 타결로 특허-허가 연계 등이 도입되면, 다국적 제약회사들은 신약을 베낀 복제약이나 유사한 개량 신약의 판매를 오랫동안 늦출 수 있다. 그러는 동안 환자들은 더 비싼 약을 사먹어야 한다.

결국 1년에 1조 원 정도의 약값을 추가로 지급해야 한다(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

공공서비스 요금 인상

한미FTA는 물·전기·가스·교통 등 우리 생활에 필수적인 서비스들의 가격을 대폭 올릴 것이다.

왜냐하면 한미FTA는 공기업도 민간기업처럼 ‘상업적 고려’에 따라 활동해야 한다고 규정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상업적 고려’란 공기업이 정부의 공적 정책에 따라서가 아니라 경제적 이득을 노린 거래 행위를 하는 것을 뜻한다.

이미 IMF 이후 김대중·노무현 정부는 공기업 민영화나 구조조정을 통해 공공요금을 계속 인상해 왔다. 철도청이 철도공사로 전환하면서 철도요금을 대폭 인상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또, KTX 여승무원 투쟁에서 보듯, 대규모 정리해고와 비정규직화가 진행되기도 했다.

최근의 지하철·버스 요금 인상도 비용 상승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논리로 강행됐다.

요컨대, 한미FTA는 평범한 사람들이 공공서비스에 더 많은 요금을 내고,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구조조정을 강요당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기업의 사회 개혁 ‘거부권’

노무현은 “13년 동안 투자자-국가 소송(ISD)에 의한 [멕시코 정부의] 보상액이 3천만 달러 정도라면 피해가 거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나 ISD는 단순히 보상액으로만 그치지 않는 엄청난 영향을 끼칠 것이다.

예를 들어, 노무현 정부는 ‘부동산 가격 안정화 대책’은 ISD에서 제외됐다고 말하지만, ‘주택·토지 공개념’ 제도나 ‘1가구 1주택 법제화’가 제소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다.

비정규직을 실질적으로 정규직화하는 법률이나 환경 보호를 위한 정책, 건강보험의 공공성을 확대해 무상의료를 시작하는 것 등도 기업 이익을 침해하는 것으로 판정돼 제소 대상이 될 수 있다.

이것은 사실상 공공 정책에 대한 ‘기업의 거부권’을 주는 것으로 사회의 진보적 개혁에 심각한 장애물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