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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의 의식은 보수화하는가?

박노자 교수는 “민주적 사회주의를 위해” 지배자들의 위선에 맞서 지난하고도 날카로운 이데올로기 투쟁을 벌여 한국 사회의 진보와 변혁을 위한 투쟁에 크게 기여해 왔다.

그런데 지난 4월 18일치 〈한겨레〉칼럼에서 박노자 교수는 금융노조의 창구영업 시간 단축 요구를 비난하는 대중의 반응을 예로 들며 “요즘 국내 상황을 보노라면 ‘대중독재’ 이론이 적용되지 않으면 설명될 수 없는 현상들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렇듯 대중이 “자신의 실질적인 계급적 이익을 각성하지 못한 채 자본 독재에 지지를 보내는” 것을 보며 박노자 교수는 “대중의 상당 부분이 우향우하고 있다”는 비관적 결론을 내렸다.

물론 상당수 사람들이 자신의 불만을 당장 저항으로 표출할 자신감이 없기 때문에 경쟁이 치열한 노동시장에서 다른 노동자들을 밟고 올라서는 길을 택하거나 이번 금융노조의 사례처럼 자본의 이간질에 부화뇌동해 특정 노동자들을 비난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자본 독재’를 지지해서가 아니다. 뿌리 깊은 소외와 불만·좌절이 일시적으로 엉뚱한 데로 쏠린 것일 뿐이다.

사람들이 일상에서 지배자들의 이데올로기를 받아들이는 것은 사실이지만,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나름으로 해석하지 지배 이데올로기를 고스란히 ‘내면화’하지 않는다.

따라서 사람들의 의식은 “모순적”이다. 이 모순 때문에 사람들은 지배자들의 지배를 받아들이기도 하지만 역으로 저항하기도 한다. 박노자 교수도 지적한 바 있듯이, 지배자들의 민족주의나 종교 이데올로기가 의도치 않게 민중의 저항 이데올로기로 채택되는 역설이 대표적이다.

대중독재론

박노자 교수도 인정했듯이 이런 모순은 임지현 교수가 주장하는 ‘대중독재론’으로는 제대로 설명할 수 없다. 임지현 교수가 주로 얘기하는 박정희 시대조차도 그렇다. ‘대중독재론’이 맞다면 예를 들어 ‘공장 새마을 운동’의 모범으로 선정된 인천제철 노동자들이 격렬한 파업을 일으켜 박정희 정권 말기 노동쟁의 물결을 촉발하는 일 등은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도 정작 박노자 교수가 다시 ‘대중독재론’에 기대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현실에서는 박노자 교수가 언급한 금융노조의 사례에 반하는 증거들도 많다. 몇 가지 예를 들어 보자.

2002년 발전소 사유화에 맞서 발전노조가 파업을 벌였을 때 국민의 86퍼센트가 발전노조의 주장을 지지하고 보내 발전소 매각에 반대했다.(한길리서치 조사)

국민의 80퍼센트가 ‘개발주의’에 반대해 새만금 간척을 중단해야 한다고 생각했다.(2006년 한길리서치 조사)

또, 3분의 2가 넘는 사람들이 KTX 승무원을 철도공사가 직접 고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라크 파병 한국군 철군을 요구하는 국민이 90퍼센트를 넘는다. 양극화 속에서 대중 의식의 급진화가 존재하는 것이다.

이는 대중운동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한미FTA 반대 운동의 성장이 이것을 보여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