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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확대 시행령을 저지하라

4월 20일 노무현 정부는 ‘기간제법 및 파견법 시행령’(이하 ‘시행령’)을 입법 예고했다. ‘시행령’은 지난 연말 통과된 비정규직‘보호법’이 비정규직을 확대·양산하는 악법임을 뚜렷이 보여 준다.

‘시행령’은 기간제로 2년 이상 일해도 정규직으로 전환되지 않는 예외 직종을 16개로 늘렸다. 박사 학위 소지자 중 해당 분야 종사자, 시간 강사와 연구원, 정부가 만든 이른바 ‘사회적 일자리’ 등은 모두 2년 넘게 일해도 정규직화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파견제 허용 직종도 1백38개에서 1백87개로 50여 개나 늘렸다. 무엇보다 ‘전기전자 및 기계공학 기술종사자’도 포함시켜 제조업까지 파견제가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이번 시행령에는 그동안 재계가 요구한 내용이 거의 빠짐없이 반영됐다. 정부와 기업주들은 7월 1일 비정규직 악법의 시행을 앞두고 대대적인 공세를 퍼붓고 있다. 곳곳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계약 해지, 해고, 외주화가 진행되고 있다.

이처럼 정부와 재계가 한통속으로 비정규직 확대에 혈안인 가운데 민주노총 지도부의 대응은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들러리

민주노총 지도부는 지난 연말 비정규직 악법 통과 이후 노사정위 불참과 법안의 재개정 투쟁을 선언했지만, 실제로는 시행령 마련을 위한 노사정 협의에 참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것도 비정규직 당사자들에게 알리지도 않은 채 비공개로 말이다.

악법 폐기를 위해 싸우겠다고 다짐해 놓고는, 악법 수용을 전제로 한 시행령 작성 논의에 참가한 것은 심각한 모순이요, 투쟁 대열을 혼란시키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짤리고, 불이익 당하고, 아웃소싱 되면서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상황 속에 노동자들이 처절한 투쟁을 벌이는 동안, 지도부는 시행령 개정 논의에 참가해 비정규직 확산 시행령에 들러리를 선 것이다.

이석행 지도부는 나아가 비정규직 악법에 따라 설치된 ‘차별시정위원회’ 참가도 결정했다. “차별시정위원회의 친자본 편향을 방치할 수 없다”는 논리로 말이다.

민주노총 지도부가 참가하고 있는 노사관계로드맵 TFT(태스크포스 팀)에서도 정부는 시행령 입법 과정에서 필수유지 업무를 확대하는 개악을 추진하고 있다. 이것은 직권중재제도의 부활과 다름없다. 마찬가지로, 특수고용직 TFT에서도 정부는 민주노총 지도부의 발목을 잡아놓고 시간만 끌려는 듯하다. 특수고용직 노동3권 요구는 갈수록 멀어져가고 있다.

그런데도 “앞으로 중앙 차원의 파업은 자제하고 어떤 경우라도 대화하겠다”는 이석행 지도부의 태도에 〈조선일보〉는 “옳은 인식”이라며 좋아했다.

노조에게 교섭은 필요하다. 그러나 교섭에 매달리며 투쟁 건설을 회피하면 계속 뒤통수만 맞을 것이다. 더구나 악법 수용을 전제하는 교섭 참가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석행 지도부는 비정규직 악법은 “수정이 아니라 폐기의 대상”이라는 비정규직 투사들의 호소에 전면적인 투쟁 건설로 답해야 한다. 고립 분산적으로 진행중인 투쟁들을 집중시켜 전면적인 악법 폐기 투쟁을 조직해야 한다. 메이데이 집회는 수도 서울에서 이 같은 투쟁을 결의하는 전국 집중 투쟁의 장이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