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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방성에도 한계는 있어야

〈맞불〉42호에 김인식 동지가 쓴 ‘운동 속에서 선거연합을 건설하기’는 풍부한 사례를 통해 진보진영 결집체가 왜 한미FTA 반대 운동 속에서 건설돼야 하는지 지적했다.

또, 좌파가 대중운동 속에서 선거연합을 건설할 때 분명하고 단호한 정치적 태도만큼 개방적인 태도도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김인식 동지는 광범한 선거연합에서 ‘광범한’에 초점을 맞추는 바람에 ‘미래구상’을 넘어 지배계급의 일부인 천정배·김근태 등도 선거연합에 끌어들일 수 있다는 부적절한 주장을 했다.

이것은 지배계급과 노동계급의 연합을 부추길 수 있는 위험한 발상이다.

물론 ‘미래구상’은 열우당이 아니다. 김인식 동지의 말처럼 “범여권 ‘개혁파’의 결집을 희망할지라도 이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그러나 〈맞불〉41호에서 한규한 동지가 주장했듯이 “‘미래구상’의 선거연합 구상(수구·양극화 세력 반대, 범여권 개혁파 끌어들이기 등)을 추수하다가 함께 수렁에 빠지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

‘미래구상’을 진보진영 선거연합 테이블에 끌어들이려고 하는 것은 이들이 범여권 개혁파와 민주노동당 사이에서 동요하는 NGO들과 진정한 개혁을 염원하는 대중 일부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범여권 개혁파들의 혼란, 우유부단, 분열 등이 계속 이어질 것이고, 이 때문에 ‘미래구상’의 범여권 개혁파에 대한 구애는 실패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민주노동당이 ‘미래구상’의 이런 모순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한미FTA 반대 운동 같은 대중운동 속에서 급진 대중과 연관을 맺을 수 있다면 진보진영 선거연합에서 실질적인 주도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 김인식 동지는 ‘미래구상’에 대한 모호한 태도 때문에 천정배·김근태 등과도 선거연합을 할 수 있다는 암시를 넌지시 하고 있다.

이것은 김인식 동지가 그동안 주장해 온 진보진영 선거연합의 기준인 1) 신자유주의 반대, 2) 전쟁 반대와 한반도 평화, 3) 한나라당과 열우당과 그 변종 등 주류 정치 세력의 일부여서는 안 된다는 내용을 완전히 무용지물로 만드는 것이다.

물론 한미FTA반대 운동을 건설하는 데 이들을 배제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선거연합은 김인식 동지도 주장했듯이 “부르주아 ‘개혁’ 정치를 극복할 수 있는 정치 대안”을 건설하려는 것이다.

천정배·김근태는 이라크, 레바논 파병을 지지·방조해 왔고, 이주노동자들을 탄압하고, 비정규직 개악안 통과를 한결같이 옹호해 왔던 자들이다. 이들은 개혁 사기꾼일 뿐 아니라 주류 정치 세력의 일부다.

지배계급 일부와 선거연합을 하는 것은 진정한 개혁을 염원하는 대중과 선진 노동자들을 분열시키는 꼴이 될 것이다.

김인식 동지는 “개방성은 개량주의 쪽으로 끌어당기는 힘이 강력할 수 있음을 뜻한다.(〈다함께〉72호)”라는 알렉스 캘리니코스의 주장을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