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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대통령 선거 결과:
파시즘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맞서 싸울 것인가?

프랑스와 네덜란드 등 유럽에서 극우가 부상하고 있다. 이 가운데 일부는 나찌(파시스트)이다. 파시스트를 단순히 극우파나 이민자들을 희생양삼는 극단적 인종주의자로 규정하는 것은 잘못이다. 파시즘은 어떠한 억압적인 군사 독재 정권보다도 훨씬 무자비하고 야만적이다.

1930년대 초반에 트로츠키는 “파시즘은 단순히 보복, 노골적 폭력, 경찰 테러의 체제가 아니다. 파시즘은 부르주아 사회 내에서 노동자 민주주의 요소들을 근절시킨 기초 위에 수립되는 특수한 지배 체제”라고 썼다.

파시스트들이 동성애자·이주 노동자 같은 사회적 소수자나 사회주의자만을 공격하는 것은 아니다. 파시즘은 사회의 거의 모든 자유를 전면적으로 공격한다. 파시스트들은 선거 제도를 없애고 노조를 파괴하길 원한다. 트로츠키의 지적대로 “파시즘의 임무는 노동자 민주주의의 모든 기관들을 그 기초까지 깡그리 파괴하는 데에 있다.”따라서 노동 계급의 모든 부문이 정치적 차이를 떠나 반파시즘의 깃발 아래 단결해 투쟁해야 한다. 어떤 사람들은 파시즘의 지지 기반이 노동 계급이라고 말한다. 물론 가장 소외되고 주변화한 일부 노동자들이 절망의 늪에 빠져 파시즘을 지지하곤 한다. 그러나, 파시즘은 단 한 번도 조직 노동자 대중의 지지를 받아 본 적이 없다. 히틀러가 권력을 장악하기 2년 전인 1931년에 나찌는 공장위원회 선거에 출마했다. 나찌는 단지 5퍼센트만 득표한 반면, 83.6퍼센트가 독일 사민당(SPD) 후보에 표를 던졌다.

파시즘의 주된 지지 기반은 절망에 빠진 중간 계급 대중이다. 심각한 경제 공황으로 삶이 황폐해진 사람들 ― 도시의 소규모 수공업자나 상점 주인 같은 자영업자, 중간 관리자, 노동조합원이 아닌 전문가, 궁핍해진 농민 등 ― 이 그들이다. 그들은 대자본가처럼 경제적 힘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고, 노동 계급처럼 집단적 투쟁을 통해 조건을 개선할 능력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다. 파시즘은 경제 공황의 파괴적 결과에 얼이 빠진 중간 계급 대중과 탈계급적이고 사기저하된 룸펜 프롤레타리아 그리고 망가진 체제 때문에 절망과 광란에 휩싸인 수많은 민중들을 자극한다.

1929년 대공황은 파시스트들에게 기회를 제공했다. 1930년 9월 독일 선거에서 나찌는 6백40만 표를 얻었다. 1928년보다 거의 8배나 급성장한 것이다. 그럼에도 히틀러가 권력을 잡은 뒤인 1933년 공장위원회 선거에서 나찌들은 고작 3퍼센트의 지지밖에 얻지 못했다. 히틀러는 권력을 공고히 하기 위해 노동자 조직을 괴멸시켜야 했다.

파시즘에 맞서 어떻게 싸울 것인가트로츠키는 파시즘이 떠오른 1920년대 말부터 거듭 반파시즘 공동전선을 주장했다. 그는 파시즘에 맞서 공동으로 투쟁하지 않으면 노동 계급이 엄청난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독일 노동 계급이 파시즘에 맞서 투쟁할 능력뿐 아니라 승리할 능력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 파시스트들은 선거에서 많은 표를 얻었다. 그러나 사회 투쟁의 장에서 표는 결정적인 요소가 아니다. … 선거 통계의 저울에서는 파시스트들의 1천 표나 공산당의 1천 표나 무게가 같다. 그러나 혁명 투쟁의 저울에서는 대공장의 노동자 1천 명이 하급 관리, 상점 주인, 이들의 부인, 이들의 장모들 1천 명보다 1백 배나 더 큰 힘을 발휘한다. 파시스트들의 대다수는 인간 먼지에 지나지 않는다.”독일 공산당 지도부는 파시즘의 위협을 과소평가했고 사회민주당과 연대하기를 거부했다. 독일 공산당은 스탈린의 “사회 파시즘” 이론에 입각해 터무니없게도 사회민주당을 “주적”으로 규정했다. 심지어 사회민주당에 반대해 나찌와 협력하기까지 했다. 그 결과 히틀러는 당시 세계에서 가장 강력했던 독일 노동 계급으로부터 별다른 저항을 받지 않고 권력을 장악했다. 트로츠키의 경고는 현실이 됐다. 인류 역사는 “20세기의 암흑기”를 경험해야 했다.

트로츠키가 제안한 반파시즘 공동전선은 노동 계급 내의 단결을 목적으로 한다. 트로츠키는 지배 계급의 일부 분파와 동맹해서는 파시즘에 맞서 싸울 수 없다고 주장했다. 자본가들은 극심한 위기에 직면해 노동자들의 저항을 분쇄하고 체제를 구원할 수 있는 마지막 구원투수로 파시즘을 선택하기 때문이다. 트로츠키는 1932년에 다음과 같이 썼다. “경찰력과 군대는 의회라는 연막술로도 사회 질서를 제대로 유지할 수 없는 상태에 있다―이제 [지배 계급이] 파시즘을 선택할 때가 된 것이다. 파시즘은 중간 계급을 자신의 주요 공격 무기로 활용하여 반대 세력을 제압하면서 철저히 일을 수행한다.”물론 오늘날의 위기는 1930년대만큼 심각하지 않다. 아직까지는 지배자들이 파시즘을 지지하는 도박을 하고 있지는 않다. 파시즘은 자본주의 체제가 낳은 빈곤과 실업과 고통을 자양분 삼아 성장한다. 자본주의가 사유화, 전쟁, 정리 해고, 복지 축소 등으로 계속 사람들의 삶을 망친다면 파시즘은 계속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얻을 것이다. 파시즘과 맞서 싸우지 않으면 파시즘의 힘과 영향력도 더욱 커질 것이다. 파시스트들은 거리에서 자신들의 세를 과시하고 싶어한다. 거리 곳곳에서 돌격대를 조직해 노동자 조직을 파괴하고 사회 통제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그래서 파시즘과 맞서 싸우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거리에서 강력한 대중 투쟁을 조직해야 한다. 프랑스 메이 데이 집회에 1백50만 명이 르펜에 반대하는 투쟁을 벌인 것은 나찌를 물리칠 수 있는 힘과 방법을 보여 줬다.

지금의 세계는 극우파들의 성장을 고무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극좌파들의 성장도 고무하고 있다. 프랑스 대선 1차 투표에서 극좌파 후보들은 3백만 표를 얻었다. 세계적으로 반자본주의 운동도 최근 몇 년 동안 성장해 왔다.

파시즘의 위협을 완전히 없애기 위해서는 반파시즘 공동 투쟁뿐 아니라 파시스트 균이 번성할 수 있는 숙주인 체제를 공격해야 한다. 쥐가 번식할 수 있는 하수구를 놔두고서는 쥐를 완전히 박멸할 수 없다.

■ 더 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으면 《트로츠키의 반파시즘 투쟁》(풀무질, 2001년)을 보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