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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는 폐기 대상일 뿐이다

미국 의회가 ‘신통상정책’을 발표해서 한미FTA 재협상론이 불거졌다. 그러나 미국 정부가 재협상 명분으로 내세우는 노동기본권과 환경보호 조항은 위선일 뿐이다. 미국 정부 자신도 ILO 노동기준 중 ‘고용과 직업에서 차별금지, 결사의 자유와 단체교섭권에 관한 조항’을 비준하지 않았다.

환경 문제에서도 미국 정부는 주요 선진국 정부 중 유일하게 교토 협약(기후 변화를 일으키는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협약)에서 탈퇴한 정부다.

아니나 다를까 미국 의회는 미 무역대표부에 보낸 서신에서 노동·환경 조항을 이용해 “자동차, 공산품, 농업 및 서비스 시장에서의 체계적인 장벽 문제를 (추가로) 다뤄야 한다” 며 본심을 드러냈다.

노무현 정부는 ‘재협상 불가론’을 고수하고 있다. 타결된 한미FTA 협상이 ‘국익’을 최대한 지켜낸 내용이므로 노동·환경 문제 때문에 재협상을 해 손해를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복수노조 금지와 공무원노조 탄압에 골몰해 온 노무현 정부는 자신들이 추구하는 ‘국익’이 노동권 보장이나 환경보호와는 무관함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결국 양국 정부 모두 노동조건 개선이나 환경보호에는 관심이 없다. 부시 정부는 한미FTA 반대 운동과 광범한 반대 여론 때문에 한국 정부가 개방하지 못한 부문이 못내 아쉬운 것이고, 한국 정부는 한미FTA 체결·비준을 기정사실화 하려는 마당에 새로운 논란이 벌어지는 것이 부담스러울 뿐이다. 〈조선일보〉는 “미국의 재협상 요구는 그러지 않아도 분출구를 찾고 있는 국내 FTA 반대 여론에도 기름을 부을 게 뻔하다”고 걱정했다.

물론 미국이 본격적으로 재협상을 요구할 경우 한국 정부가 이를 끝까지 회피하기는 어려울 듯하다.

그러나 재협상을 하더라도 양국 정부는 신자유주의적 시장 개방과 구조조정, 공공 서비스 시장화라는 대전제를 공유할 것이다.

한미FTA에 반대해 장기간 단식농성까지 했던 천정배 의원은 “‘무조건 재협상 불가’를 외칠 것이 아니라 우리의 국익과 민생 그리고 주권을 위협하는 협상 내용에 대해 국민과 국회의 의견을 광범하게 수렴해 전면적인 재협상을 벌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미FTA 반대 운동에 기여해 온 〈경향신문〉도 “재협상론은 FTA 졸속 추진을 만회할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러나 한미FTA 타결 내용은 전체가 개악 투성이라서 재협상을 통해 일부 독소조항을 제거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더구나 양국 정부 모두 어느 쪽에도 그런 구실을 기대할 수 없다.

따라서, 지금은 재협상 논란으로 벌어질 기회를 이용해 6월 협정 체결 저지를 위한 강력한 대중적 반대 운동 건설에 매진할 때다.

한편, 최근 한국노총 지도부는 “한미FTA 후속 대책을 논의할 범사회적 대화 기구로 정부와 민간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가칭 ‘FTA 대책위원회’를 대통령 직속으로 설치하자”고 제안했다. 사실상 한미FTA 체결을 받아들이자는 것이다.

한국노총 지도부는 기자회견에서 “우리 경제의 성장 혁신의 동력 마련을 위한 FTA의 현실적 필요성 역시 부인할 수 없[다]”며 투쟁의 김을 빼는 소리를 했다.

한미FTA 반대 운동 진영에 속해 있으면서도 진지하게 투쟁을 조직하지 않던 한국노총 지도부가 이제 한미FTA 무효화 투쟁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반면, 민주노총 지도부는 한미FTA 반대 “총력 투쟁”을 약속하고 있다. 다만 아쉽게도 “어느 산별 하나에 끌려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금속노조 파업을 민주노총 전체로 확대하기를 꺼리고 있다.

그러나 지금은 “분출구를 찾고 있는 한미FTA 반대 여론”을 대중적 투쟁으로 폭발시키기 위해 모든 힘을 모아 최선을 다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