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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도이치텔레콤 파업과 급진좌파의 약진

유럽 최대 이동통신 회사인 독일 도이치텔레콤 노동자들이 5월 11일부터 파업 투쟁을 벌이고 있다.

도이치텔레콤 경영진은 5만 명의 일자리를 외주[아웃소싱]하려 했다. 도이치텔레콤 노동자들은 이것이 본격적 구조조정의 전초전일 수 있다고 느꼈다. 이미 지난 10년 동안 12만 명이 정리해고됐다. 파업 찬성률이 96.5퍼센트나 됐을 만큼 노동자들의 분노는 대단하다.

도이치텔레콤 노동자 파업은 매우 중요한 투쟁이다. 독일 기업들은 구조조정을 통해서 이윤율을 높여 왔고, 외주는 가장 중요한 구조조정 방법 중 하나였다.

이 덕분에 독일 기업들은 몇 년 간 기록적 이익을 챙겼지만 노동자들의 생활수준은 꾸준히 하락했다. 만약 도이치텔레콤 노동자들이 승리한다면 독일에서 기업 구조조정에 맞선 첫번째 승리가 될 것이다.

G8 반대

이 파업은 기민련(CDU)/기사련(CSU)과 사민당(SPD)의 연립정부에 맞선 정치 투쟁의 성격도 있다. 기민련뿐 아니라 사민당도 기업 구조조정에 찬성한다.

조합원 3백만 명의 서비스노조 베르디(VERDI)의 파업 지도자인 아도 빌펠름은 파업이 2주차에 접어들었는데도 “노동자들의 분노가 여전하고 자신감도 높다”고 말했다. 도이치텔레콤 노동자 투쟁은 기업의 신자유주의 정책과 사민당의 배신이 노동자들을 급진화시키고 있음을 보여 줬다.

한편, 연립정부는 G8 정상회담 개막[6월 6일] 전에 파업을 종결시켜야 한다는 압력을 받고 있다. 파업 투쟁이 G8 정상회담에 반대하는 더 광범한 사회운동과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G8 반대 시위를 조직하기 위해 급진좌파, 녹색당 청년조직, 노동조합, 교회 등을 포함하는 광범한 연합이 건설됐고 이들의 대의는 독일 대중의 지지를 얻고 있다. 한 여론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3분의 2가 G8 반대 시위의 핵심 주장에 동의한다고 답했다.

연립정부는 ‘테러리스트 색출’을 핑계로 G8 정상회담 반대 시위를 준비중인 단체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일부 활동가들을 체포했다. 그러나 활동가들은 위축되지 않고 항의 시위를 벌였다. 이 시위에 무려 1만 명이 참가했다.

반가운 소식은 이런 노동자와 사회운동의 급진화를 정치적으로 표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신생 정당이 탄생했다는 것이다.

지난 3월 중순에 선거대안(WASG)과 민사당(PDS)/좌파당의 대의원들이 신생 정당 ‘좌파’의 강령에 동의했다. 두 조직의 평당원 투표를 거쳐 6월 중순에는 ‘좌파’의 공식 창당 대회가 열릴 예정이다.

자신의 지지 기반을 배신한 사민당보다 ‘좌파’에 동질감을 더 많이 느끼는 노동조합 활동가와 반신자유주의 활동가들이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신자유주의에 신물 난 대중 사이에서도 ‘좌파’ 지지자들이 늘고 있다.

이 덕분에 5월 13일 브레멘 지방선거에서 ‘좌파’는 8.4퍼센트를 득표했다. 이는 ‘좌파’의 전신인 ‘선거대안’과 민사당이 옛 서독 지역에서 얻은 최고 득표율이다. 7만 당원을 가진 반신자유주의 제3당의 탄생은 대중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에 압력을 받은 “사민당 지도부는 2005년 11월 대연정 정부 출범 이후 지지율이 계속 하락하고 있는 데 대해 위기감을 느끼고 있으며 사민당 내 좌파는 사회 정의를 추구하는 사민당 본래의 정책 목표를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당내 노선 투쟁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연합뉴스〉4월 30일치) 우경화한 주류 정치 지형을 ‘좌파’가 왼쪽으로 이동시키고 있는 것이다.

‘좌파’의 약진은 반신자유주의 정서를 정치적으로 대변하는 정치 조직 건설이 왜 중요한지 잘 보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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