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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툰 부대 장병 사망:
더 큰 비극이 벌어지기 전에 당장 철군하라

반전 운동이 누누이 경고해 온 비극이 다시 벌어졌다. 이라크에 파병된 자이툰 부대에서 첫 사망자가 발생한 것이다. 오 모 중위는 이라크에 파병된 지 한 달도 채 안 돼 싸늘한 시체가 됐다.

정부가 관련 정보를 철저히 통제하고 있는 탓에 오 중위 사망의 진상을 정확히 알기는 어렵다. 그러나 진상이 무엇이든 오 중위의 죽음은 노무현 정부가 부시의 제국주의 침략 전쟁을 돕기 위해 이라크 파병을 시작할 때부터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안전하다’는 정부의 주장과 달리 자이툰 부대는 이미 몇 차례나 위험천만한 공격을 받은 바 있다. 2004년 10월에는 부대 영내에 로켓포탄이 떨어졌고, 아르빌 시내를 순찰하던 자이툰 부대원이 수류탄과 소총 공격을 받았다는 증언도 있었다.

최근 몇 달 사이 자이툰이 주둔하는 쿠르드 지역의 불안정이 크게 고조되면서 이러한 위험은 훨씬 더 커졌다. 지난 5월 9일에는 아르빌에서 차량폭탄 공격으로 최소 15명이 사망했고, 나흘 뒤인 5월 13일에는 아르빌에서 남쪽으로 50킬로미터 떨어진 마크무르에서 트럭을 이용한 자살폭탄 공격이 발생해 최소 50명이 죽고 1백15명이 부상했다.

악몽

쿠르드 지역의 불안정 심화는 미국의 점령 정책이 낳은 결과다.

미국은 2003년 이라크 전쟁 시작 때부터 부패한 쿠르드족 지도자들을 침략과 점령에 이용해 왔고, 이들은 지금 이라크 북부 지역에 매장된 석유를 독차지하기 위해 쿠르드 자치지역에서 야비한 ‘인종청소’를 벌이고 있다.

특히 최근 쿠르드족 지도자들이 미군의 바그다드 ‘안정화’ 계획을 돕기 위해 쿠르드 자치정부 소속 군대를 바그다드에 파견하기로 하면서 쿠르드 자치정부에 대한 이라크인의 분노는 더욱 커졌다. 최근 쿠르드 자치정부나 쿠르드족 정당들에 대한 공격이 급증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최근 바그다드에서 돌아온 전 이라크 대사 장기호는 이라크를 “죽음과 공포가 혼재하는 블랙홀”로 묘사했다. 그는 “삼엄한 전시 요새” 같은 대사관에서 근무하는 공관원들조차 “테러리스트들에게 납치돼 탈출하려고 애쓰다 결국 테러범 총에 맞아 죽는 악몽에 시달리곤 [한다]”고도 했다.

아르빌의 자이툰 부대원들이 느낄 위협과 스트레스도 결코 이에 못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부대 안에서조차 방탄조끼를 입고 지내야 한다. 그리고 이처럼 극도의 불안감과 스트레스가 만연한 상황에서는 어떤 비극도 벌어질 수 있다. 이라크에 파병된 미군의 자살율과 총기사고 건수는 미군 전체 평균치보다 월등히 높다.

부시의 학살과 점령을 지원하는 이라크 파병은 처음부터 잘못된 것이었고, 노무현의 가장 추악한 범죄 중 하나였다. 그러나 지난 연말 ‘2007년 내 임무 종결’ 운운하며 파병 재연장 꼼수를 부렸던 노무현 정부는 이제 ‘임무 종결 계획’은커녕 “1년 재연장”을 들먹이고 있다.

심지어 자이툰 부대가 철수한 뒤에도 이라크 진출 기업 보호라는 명분을 내세우거나 한·미 연합 ‘지역재건팀(PRT)’ 형태로 이라크 장기 주둔을 준비하고 있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고, 오는 7월에는 레바논에 ‘진짜’ 전투병을 파병할 예정이다.

오 중위가 사망한 19일에도 노무현은 “[이라크 파병을] 애써 변명은 하지 않겠다. … [그러나 자이툰이] 이라크 국민에게 사랑받고 있는 것은 참 다행”이라며 역겨운 헛소리를 늘어놨다.

오 중위의 죽음과 같은 비극이 얼마든지 다시 일어날 수 있고, 더 큰 비극이 벌어질 가능성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자이툰 부대는 당장 돌아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