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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툰 부대 장교 사망 사건:
유족들이 진상 규명을 요구하다

5월 28일 치를 예정이었던 자이툰 부대 오 중위 장례식이 유족들의 반발로 연기됐다. 오 중위는 자이툰 부대 파병 후 첫 사망자다.

유족들은 “정부가 오 중위의 사망에 대한 수사 결과를 주겠다고 해놓고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며 정부가 정한 일정대로 장례식을 치르기를 거부했다.

“이라크에서 약속을 하고 보따리[자료]를 가져왔는데, 우리 가족이 보여 달라고 하니까 안 가져왔다는 거예요. 그러고는 오후에야 [현장에서 찍은 사진과 동영상을] 가족들에게 보여 줬어요. 안 가져왔다는 것이 이라크에서 금방 도착했겠습니까?”(오 중위의 아버지)

“군 당국의 말 번복이 몇 번인지 헤아릴 수도 없습니다. 이건 신뢰성의 문제이기 때문에 더는 논의가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오 중위의 매형 김승호 씨)

정부는 유족들의 항의에 못 이겨 동영상 등을 보여 줬지만 아직도 수사 자료를 완전히 공개하지는 않고 있다.

유족들은 오 중위 사망 직후부터 정부가 오 중위의 죽음을 자살로 몰아가는 것에 반발해 왔다.

“활발하고 패기 있고 사교성 많은 성격으로 미뤄볼 때 [오 중위가] 결코 스스로 목숨을 끊을 리 없다. … 파병된 지 한 달도 안 돼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오 중위의 매형)는 것이었다.

유족들은 이날 장례식 연기를 발표한 기자회견에서도 정부의 수사 결과에 강한 의혹을 제기했다. “오 중위의 실제 사망 시간이 알려진 것보다 2시간 45분 전이라는 제보가 있고, 총기 발사 재연에서 총성이 밖에서도 들릴 정도였으며, 시신의 총상 부위 탄흔에 의문이 있다”는 등의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이러한 의혹은 정부가 그동안 자이툰 부대 안에서 일어난 사건·사고들을 철저히 은폐·축소해 왔다는 사실 때문에 더욱 커지고 있다.

그동안 자이툰 부대를 둘러싼 사건·사고들은 하나같이 은폐돼 왔다. 공개됐을 때조차도 사건이 발생한 지 몇 개월씩 지난 경우가 태반이었다. 예를 들어 2004년 노무현이 자이툰 부대를 방문하기 전날 총기 사고로 쿠르드인이 사망한 사건이 있었지만 다섯 달이 지나 언론의 문의를 받고서야 국방부는 사건을 공개했다.

지난해 12월 6일 불교방송에서는 〈조순용의 아침저널〉, 〈뉴스 파노라마〉등을 통해 한 군 관계자가 이라크 내 한국군이 이라크 무장세력의 공격을 받았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국방부는 국정감사 자료에서 자이툰 병사 감전 사고와 자이툰 부대 내 총기 사망 사고의 일부만 국회에 보고했다.

자이툰 부대에 관한 정부의 언론 통제도 계속되고 있다. 〈알자지라 방송〉과 〈AFP〉등 외국 언론들은 “이러한 강력한 보도 통제는 미국 주도로 이라크 전쟁에 파병한 30여 개 나라 가운데 한국이 유일하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오 중위 사망 사건의 진상이 제대로 밝혀질지 의문이다.

비극의 원인은 파병 정책이다. 자이툰 부대를 완전 철수시키는 것만이 비극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