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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건강을 위한 수의사 연대’ 박상표 편집국장 인터뷰:
“이 정부는 국민 건강을 포기했습니다”

최근 노무현 정부는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미국산 쇠고기 수입 위생조건을 개정해 9월부터는 뼈가 든 미국산 쇠고기도 수입하겠다고 발표했다. “국민 건강을 위한 수의사 연대”에서 활동하며 미국산 쇠고기 수입의 위험성을 폭로해 온 박상표 편집국장을 만나 광우병 쇠고기의 위험을 들었다.

한미FTA 협정문이 공개됐는데, 위생검역 분야 협상 내용에 대해 지적하실 것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위생검역 분야 협상문에서 드러난 가장 큰 문제는 협의 채널에 대한 것입니다.

처음에 한국은 ‘접촉 창구’를 만들자고 했고 미국은 ‘위원회’를 설치하자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상설위원회에서는 쇠고기 수입 조건 완화 등의 구체적인 압력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특히 8장 3조 3항의 라 항목을 보면 ‘국제 기구 회의를 위해 문제·입장·의제에 대해 협의한다’고 돼 있습니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앞으로 우리 정부가 미국 쇠고기에 문제가 있다는 입장을 국제수역사무국에 제출하려면 그 전에 미국 정부와 협의해야 한다는 겁니다. 이건 아주 심각한 주권 침해 행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정부도 위원회 설치에 반대했는데 결국 미국 요구대로 됐습니다.

마지막으로, ‘분쟁 해결’ 항목을 글자 그대로만 보면 분쟁 해결이 안 되면 WTO로 보낸다는 겁니다.

그러나 내용은 위생검역 문제더라도 형식은 투자자-정부 소송을 이용하면 WTO로 가지 않고 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캐나다와 미국 사이에서 광우병 쇠고기 문제로 투자자-정부 제소가 이뤄졌고 북미자유무역협정의 분쟁 조정 대상으로 올라와 있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양국의 입장을 병기한 통합협정문이 공개돼야 우리 정부가 협상을 잘 했는지 못했는지 알 수 있는데 이를 3년 동안 공개하지 않겠다고 한 것은 평가를 하지 말라는 말과 같습니다.

국제수역사무국이 미국을 광우병 통제국으로 분류한 것의 의미는 무엇입니까?

예를 들면 운전면허가 있으니 음주운전, 과속, 역주행 이런 거 안 한다고 믿으라는 겁니다. 어떻게 믿느냐고 하니까 “운전면허 있으니까” 이런 식입니다.

미국이 광우병 통제국 판정을 받았다고 해서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하다고 할 수 없습니다. 현재 수준으로도 미국은 광우병 통제를 잘 못하고 있거든요.

국제수역사무국의 통제국 판정이라는 게 얼마나 받기 쉬운거냐 하면, 미국은 1억 마리의 소를 사육하고 있는데 7년 동안 고작 30만 두를 검사했다고 광우병 통제국 판정을 내린 겁니다.

우리 정부도 국제수역사무국에 제출한 비공개 의견서에서 “미국은 2005년과 2006년에 발생한 광우병이 어느 농장해서 발생한 것인지도 밝히지 못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미국에서는 어느 목장에서 소가 갑자기 침을 흘리고 쓰러지거나 갑자기 죽거나 하면 목장 주인이 그 소를 검사소에 실어다 줘야 검사가 이뤄집니다. 이처럼 광우병이 ‘자발적’ 신고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제대로 감시가 이뤄질 수 없습니다.

무엇보다 광우병은 소에게 동물성 사료를 먹여서 널리 퍼진 것으로 추정되는데 미국은 광우병 위험 물질을 폐기하지 않고 돼지·닭·개·고양이 사료를 만들거든요. 그리고 이 동물들의 사체로 만든 사료를 소에게 먹입니다. 이른바 ‘교차감염’이 가능한 거죠.

살코기뿐 아니라 뼈가 포함된 미국산 쇠고기도 수입한다는데 앞으로 어떤 위험이 있을까요?

영국의 웰스 박사가 광우병에 걸린 38개월 령 소의 골수에서 광우병 위험 물질이 나온다는 걸 이미 확인했습니다. 골수는 뼈 속에 있는 것이기 때문에 뼈까지 수입하면 사람들이 이것을 먹게 됩니다.

또 인간 광우병에 걸린 사람이 병원에 가서 수술을 받거나 헌혈을 하면 이를 통해서도 전염될 수 있습니다. ‘움직이는 폭탄’이 될 수 있는 거죠.

문제는 우리가 먹는 음식이 광우병 걸린 쇠고기인지 아닌지 알 수 없다는 것이죠. 지뢰찾기나 러시안 룰렛 게임하는 기분으로 음식을 먹어야 한다면 너무 불안할 겁니다.

광우병은 아직까지 원인이 확실히 규명되지 않았고 걸리면 1백 퍼센트 죽습니다. 그리고 죽는 과정이 대단히 끔찍합니다. 갑자기 치매에 걸리고 정신 이상 비슷한 증상을 보이고 나중에는 움직이지도 못하고 음식물도 삼킬 수가 없으며, 죽을 때 말도 못해서 유언도 못 합니다. 단 한 사람만 이렇게 죽어도 끔찍한데 2007년 4월까지 전 세계에서 1백98명이 감염됐고 그 중 1백88명이 죽었습니다. 나머지 10명도 죽을 날만 받아놓은 상태입니다.

또, 광우병 통계에 공식으로 잡히지 않는 사람이 영국에서만 8천∼1만 4천 명 정도 된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이 사람들이 수혈이나 수술, 장기 기증을 통해 광우병을 전염시킬 수 있다면 걷잡을 수 없는 혼란이 올 것입니다. 절대로 과소평가해선 안 됩니다.

우리 정부는 정말로 국민들의 건강을 생각하지 않습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도 문제지만 국내에서 광우병이 생기지 않았다는 이유로 미국과 똑같이 육골분 사료 사용으로 인한 교차감염 가능성을 방치하고 있습니다.

또, 한국에서도 농가 주인의 자발적 신고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자칫하면 농장을 폐쇄해야 하는데 보상 대책도 없는 상황에서 누가 신고하겠습니까? 이건 정부가 자기 임무를 완전히 방기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