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드라마 ‘쩐의 전쟁’이 화제를 낳고 있다.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은 “‘쩐의 전쟁’은 불법 추심원들의 위협적인 행위, 고리채 피해자들의 심리 상태, 고리채에 의한 가정 파괴, 자살 등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보통의 서민을 대상으로 한 사금융 시장의 규모는 갈수록 커져 왔다. 전체 시장 규모는 40조 원(민주노동당), 적게 잡아도 18조 원(한국은행)이다. IMF 경제 위기와 1998년 이자제한법 폐지 이후 10년 만에 사채업자 수가 열 배로 늘었다. 일본 대부업체까지 자국 금리 규제를 피해 한국 시장에 진출해 있다. 무이자 과장 광고로 유명한 ‘산와머니’, ‘러시앤캐시’ 등이 그들이다.

고리대부업자 수가 늘어난 것만 문제가 아니다. “약탈적 대출”이 진짜 문제다. 대부업법은 등록 업체의 최고 이율을 66퍼센트로 규제하지만, 미등록 업체는 별다른 제재를 하지 않기 때문에 ‘사금융’의 연평균 이자율은 2백23퍼센트다(금융감독원 자료, 2006년 말 현재). 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에 나오는 샤일록이 인간적으로 보일 정도다.

“제도적 경제 테러”

게다가 은행 등 제도 금융권은 지난 10년 간 재무 건전성 유지 명목으로 “부자 마케팅”은 늘린 반면 소액 예금자들은 쫓아내고, 대학생 학자금 대출 등 저리 소액 대출을 축소해 왔다. 삼성·엘지 등 재벌이 경영하는 카드사들의 현금서비스 이자율도 40퍼센트에 가깝다.

따라서 고금리는 가난한 서민들에 대한 “제도적 경제 테러”나 마찬가지다. 그들은 제도 금융에서 돈줄이 막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고리 사채로 발길을 돌리는 것이다.

〈뉴스메이커〉가 다룬 피해 사례에서 한 50대 여성은 2003년 시부모의 병원비를 대기 위해 카드 돌려막기를 하다 결국 대부업자에게 급전 7백만 원을 빌렸다. 높은 이자 탓에 사채를 얻어서 사채를 갚다 보니, 상환한 돈이 3천만 원이나 되는데 빚은 되레 1억 원으로 늘어났다. 그 과정에서 빚에 쪼들리던 남편은 자살하고 가정은 파탄났다.

보통, 사채업자에게 5백만 원을 빌리면 수수료·법정비용·선이자 등을 미리 떼고 4백만 원 가량을 받는다. 하루 이자만 3∼4만 원씩 하는 이 돈을 제때 갚지 못하면 대출 상환용 대출을 또 ‘요청’받는다. 이 돈에서 최초 대출 상환과 선이자 등을 또 떼고 받는다. 1천만 원 가까이 빌려도 실제 손에 쥔 돈은 절반에 불과하고, 빚은 여전히 그대로다.

채권 추심은 전통적인 조폭의 사업 영역인데, 협박과 폭력은 기본이고 신체 포기 각서까지 받는다.

재경부는 대부업 이자를 규제하면 돈 구할 곳이 없는 서민들은 더 음성적인 고금리와 채권 추심 피해에 노출될 것이라며 사실상 고리대부업을 옹호한다.

하지만 정부가 모든 국민에게 병원비·학자금 등을 무상으로 제공하는 복지를 대폭 확대하고, 저리의 서민 금융을 국가가 시행한다면 금리 규제가 음성적 고리채를 활성화시킬 이유가 없다. 그런 점에서 심상정 의원이 국가가 돈을 대고 운영하는 서민은행 설립 법안을 제출한 것은 지지할 만하다.

방글라데시 그라민 은행을 모델로 한 사회연대은행, 마이크로크레딧(무담보 소액 대출) 등 민간 대안들은 자칫 운용 자금을 댈 수 있는 기업의 선의에 의존해야 하기 때문에 진정한 취지를 살리기 어렵다. 예를 들어, 최근 하나은행이 3백억 원 기금을 출연해 마이크로크레딧 사업을 하겠다고 밝혔지만, 하나은행 자신이 ‘러시앤캐시’의 자산유동화증권 발행에 참여하는 등 고리대부업체의 전주(錢主) 노릇을 해 왔다.

단지 생활비가 필요했던 사람들을 지옥 같은 ‘쩐의 전쟁’으로 내모는 현실을 바꾸려면 복지 확대와 금융에 대한 국가 관리가 필수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