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이라크 전략이 오락가락하고 있다. 조지 W 부시의 군장성들은 미군의 이라크 ‘증파’가 2008년 봄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지난 5월 31일 이라크 주둔 미 지상군 사령관인 육군 중장 레이먼드 오디어노는 휘하 장교들이 이라크의 특정 게릴라 단체들과 휴전 협상을 시도하고 있다고 시인했다.

5월에 미군 병사 1백27명이 사망했다. 이는 2004년 말 팔루자 공세 이후 가장 많은 사망자다. 6월 1일부터 3일까지 사망한 미군 병사가 14명을 넘었다.

이렇게 사망자가 많은 이유 중 하나는 미군 부대를 비교적 소규모 단위로 분산 배치한 전술 변화 때문이다. 예컨대 바그다드 광역시의 미군은 약 60개의 부대에 분산 배치돼 있다. 이 때문에 적의 공격에 더 취약해진 것이다.

전술 변화 초기에는 바그다드의 종파간 폭력이 감소했다. 그러나 그 장소만 바뀌었을 뿐이다. 예컨대 북부 도시 모술에서는 아랍계 수니파 민병대가 쿠르드족 약 7만 명을 집에서 쫓아냈다.

이제 종파간 살인이 바그다드에서 다시 증가하고 있다. 5월 첫 3주 동안 바그다드의 영안소에 안치된 피살자 시신은 3백21구였다. 이는 2월 14일 미군 ‘증파’가 시작되기 전인 1월 한 달 동안 바그다드 영안소에 안치된 피살자 시신과 똑같은 수치다.

〈워싱턴 포스트〉는 2월 14일 이후 14주 동안 20명 이상씩 사망한 차량폭탄 공격과 자살폭탄 공격 20건으로 적어도 1천98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그 전 14주 동안 11건의 공격으로 사망한 사람이 8백21명이었다.

요컨대, 미국 국방부의 계획은 어그러지고 있다. 이 점은 미국 정가에서 가장 분명히 드러난다.

민주당 의원들은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위협한 부시에게 굴복했다. 그래서 전비 지원 법안과 미군 철수 시한을 연동시키던 입장을 철회했다. 그러나 부시의 동료인 공화당 의원들의 정치적 압력이 점차 거세지고 있다.

몇 주 전에 공화당 상원의원 11명이 백악관에서 부시를 만나 미군 ‘증파’에 대한 자신들과 유권자들의 인내심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고 경고했다. 민주당 하원 지도자 람 에마뉴얼은 내년 11월 대통령 선거 때까지 부시와 공화당의 갈등이 계속 커질 것이라고 강조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조지 W 부시는 2009년 1월 20일 백악관 문을 나설 때 ‘이라크’라는 도장이 찍힌 상자를 차기 대통령에게 물려주는 데 혈안이 돼 있다. 공화당은 차기 선거에서 이라크에 발목 잡히지 않으려고 혈안이 돼 있다.”

이라크 주둔 미군 사령관 데이빗 퍼트레이어스는 오는 9월까지 ‘증파’의 성공 여부가 분명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와 그의 참모들은 ‘증파’를 성공시킬 강력한 계획을 짜내느라 여념이 없다. 그러나 최근 〈뉴욕타임스〉는 그들 발밑의 정치적 기반이 변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이야기 둘을 실었다.

첫째 이야기는 부시 정부의 고위 관리들이 내년에 이라크 주둔 미군 전투부대의 규모를 절반으로 감축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는 것이다. 많은 미군 병사들이 미국의 꼭두각시인 이라크 정부군을 훈련시키고 조언하고 있으므로 주둔군 전체 규모는 14만 6천 명에서 10만 명으로 줄어들 것이다.

‘한국 모델’

이 정책은 ‘증파’를 끝장내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미군의 이라크 철수를 뜻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 점을 확인시켜 주는 보도가 지난 6월 3일 〈뉴욕타임스〉에 실렸다. 그 기사는 부시를 비롯한 고위 관리들이 ‘한국 모델’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북한·중국과의 전쟁이 끝난 1953년 휴전 이후 남한에 미군을 계속 주둔시켰다.

‘한국 모델’ 계획은 “이라크에 서너 개의 대규모 군사 기지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기지들은 모두 도시 ― 사상자가 급증하고 인구도 많은 ― 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있어야 한다. 안바르 주(州)의 알 아사드 기지, 바그다드 북쪽으로 약 80킬로미터 떨어진 발라드 공군기지, 남부의 탈릴 공군기지 등이 그런 기지에 포함될 것이다.”

이것은 미국이 2004년과 2005년에 추구한 전략의 변형이다. 당시 미국은 미군을 도시에서 빼내고 꼭두각시 이라크 군대와 종파적 암살단들에 의존해 치안을 유지하려 했다. 이 방법이 처참한 실패로 끝나자 그 대응책으로 나온 것이 ‘증파’였다.

그리고 이제 ‘증파’도 실패하고 있다. 부시 정부는 점차 작아지는 이라크라는 원 안에서 움직이면서, 미국의 대다수 정치 엘리트들이 이제 불가피하다고 받아들이는 듯한 패배를 늦추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