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정문 공개 이후 한미FTA의 범죄적 본질이 계속 밝혀지고 있다. 한미 양국이 조류독감 닭고기에 대해 ‘지역화 조건’을 달아 양해각서를 체결한 것도 드러났다. 특정 주(州)에서 조류독감이 발생하더라도 미국산 닭고기 전체를 수입 금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조류독감을 옮기는 철새가 이동하다가 주 경계를 지켜서 멈출 리도 없는데 말이다. 이제 광우병 쇠고기와 유전자조작식품에 이어 조류독감 닭고기까지 우리 식탁에 버젓이 올라올 판이다.

미국산 수입 쇠고기에서 ‘갈비 두 짝’이 발견되기도 했다. 노무현이 부시에게 국제수역사무국(OIE) 총회 결과에 따라 뼈 있는 쇠고기 수입을 약속한 만큼, 전에는 뼈조각만 나와도 반송했지만 이제는 반송할 이유도 없어 보인다.

지적재산권 분야는 너무 황당해 도저히 믿기 힘든 내용까지 포함돼 있다. 캠코더는 물론 카메라 달린 휴대폰으로 영화의 한 장면을 찍어도 처벌 대상이 될 뿐 아니라 지재권을 위반한 홈페이지나 개인 블로그, 심지어 포털 사이트까지 폐쇄할 수 있다.

그래서 통상 전문 변호사 송기호 씨는 “한미FTA는 [공공의 이익을 위해 재산권을 제약할 수 있다는] 한국 헌법의 재산권 조항에서 ‘일탈’인 동시에 재산권 절대적 보호로의 ‘개헌’”이라고 지적했다.

“타결되면 반대하는 쪽과 밤샘 토론하겠다”던 노무현은 반대 운동을 탄압하며 민주주의를 교살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한미FTA 문건 유출 사건’을 조사한다며 심상정 의원 등의 전화·팩스 통화 내역까지 뒤지고 있다.

갈비 두 짝

이것은 범죄적 ‘묻지마’ 협상을 폭로하며 진실을 밝혀내고 앞장서서 반대 운동을 이끌어 온 심상정 의원과 민주노동당에 대한 탄압이다. 기자실을 통폐합하며 기자들에게 “발로 뛰며 진실을 캐내라”고 호통치는 정부가 문건 하나 공개됐다고 난리치는 것은 정말 역겨운 일이다. 정말 조사·처벌받아야 할 자들은 국민의 알 권리를 짓밟고 재앙적 협상을 추진해 온 자들이다.

한미FTA 반대 집회에 참가한 사람들을 마구 소환하고 출두요구서도 발부하는 야비한 공격도 계속되고 있다.

한미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이하 범국본)는 지난 5월 30일 경찰청 앞 기자회견에서 조폭 재벌 김승연과 더러운 유착을 한 경찰이 한미FTA 반대 운동을 탄압하는 것을 규탄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출두 요구 대상자들은 6월 투쟁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출두에 응하지 않기로 했고 강력한 투쟁으로 공동 대처하기로 결정했다. 이런 단호한 자세는 범국본 전체로 확대돼야 한다.

노무현 정부가 야금야금 공세를 가하는 것은 한미FTA 저지 운동이 다시 전열을 정비해 더 크게 확산될까 봐 두렵기 때문이다.

범국본은 6월 2일 전국 각지에서 5천여 명이 모인 가운데 허세욱 열사 49재를 열고 본격적인 한미FTA 체결 저지 투쟁을 시작했다.

이날 집회는 한미FTA 반대 운동의 저력과 가능성을 보여 줬다. 그러나 전국 집중으로 동원하겠다던 민주노총 지도부는 별로 많이 동원하지 않았다.

한미FTA는 노동조건 악화와 비정규직 확산을 초래하기 때문에 비정규직 반대나 최저임금 인상 등의 노동운동 현안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따라서 민주노총 지도부는 약속한 대로 한미FTA 저지 운동 건설에 적극 나서야 한다.

정태인 전 청와대 비서관은 “[한미FTA가 체결되면] 대기업 정규직 노조도 절대 안전하지 않다. … 노동자가 주체라고 하는데 이번 투쟁에서 보여 줘라. … 파업을 해도 형식적으로 해선 안 된다. 진짜 내 일이라고 생각하고 앞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범국본은 6월 2일 집회를 시작으로 미조직·비정규직 노동자들과 급진화하는 청년들을 더욱 많이 참여시키며 이 운동을 확대시켜 나아가야 한다.